TV를 말하다

김제동, 우리가 지켜야할 스타!

朱雀 2010. 4. 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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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스를 살펴보니 김제동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가진 특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본 것 때문에 좌파라고 한다면 그런 좌파는 기꺼이 하겠다"라는 말을 했다.

사실 김제동의 이번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29일 서강대에서 열린 <한겨레 21>특강에서 그는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좌파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 서거에 조의를 표하는 것이 좌파라면 나는 좌파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약자가 될 수 있으니 약자인 쌍용차 노동자를 잊지 말자고 했는데, 그게 좌파라면 나는 좌파다. ‘빵꾸똥꾸’라는 말 쓰게 해달라고 하는 게 좌파라면 나는 좌파다.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관련 게시물 -> 클릭(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7072.html)

 

 

김제동은 이전까지 <스타골든벨>하차와 <환상의 짝꿍>하차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었다. 그는 일단 하차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자신에게 돌렸다. ‘자신이 부족해서’라는 그의 발언은 우리에게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김제동은 지난해 노무현 전대통령 노제사회를 맡은 이후, 뭔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차례차례 공중파에서 하차를 당했다. 금요일 심야시간대에 10%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오!마이텐트>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규편성되질 않았고, 달랑 하나 남아있던 <환상의 짝꿍>마저 하차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민은 그를 저버러지 않았다. 그가 진행한 <노브레이크> 토크쇼는 전회매진을 기록했고, 거기에는 지인인 연예인들이 초대게스트로 득달같이 달려왔다.

 

그리고 그는 이제 공중파는 아니지만 케이블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놓고 <김제동쇼>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만한 대목이다.

오늘날 사회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촛불을 들고 하는 평화로운 1인 시위조차 용납되지 않으며, 각종 법률 규제로 삶이 불편해진다. 필자는 얼마전 촛불시위에 참여하려 했다가, 관두었다. 주변 지인들이 전화등을 걸어 극구 말렸기 때문이었다.

핑계는 주변 이들이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용기가 부족’한 탓이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꺼이 ‘다소의 불이익’을 당하고 말할 만큼 굳건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전까지 김제동이 정치적인 발언을 기피하거나, 뭔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차례차례 하차되면서도 정치적 해석을 멀리하는 것을 보면서 나처럼 ‘겁’을 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그건 필자의 철저한 착각이었다. 그가 그동안 공중파에서 하차하면서 말을 아끼고 조심한 것은 주변인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딱히 누군가가 그를 겨냥하고 ‘잘라’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요즘같은 세상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알아서 적당히 그를 공중파에서 끌어내리려 하지 않았을까?

실체도 명분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그는 모든 것을 혼자서 감수하려 한 것 같다. 결국 그의 책임으로 거론된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른 블로거가 말한 것처럼 그는 너무나 힘든 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

그는 비록 현정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제 사회를 본 것 때문에 좌파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라는 공격적인 언사를 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제 홀홀단신이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탓인 듯 싶다.

 

케이블에서 토크쇼를 맡긴 했지만, 이는 공중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무래도 영향력은 작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마 그전까지 염려되었던 ‘주변인 피해’에서 자유로운 모양이다.

김제동은 오는 5월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전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맡을 예정이다. 지난 1년간 아마 양으로 음으로 심신이 고단했을 텐데도, 기꺼이 가시밭길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볼때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지금보다 더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기꺼이 ‘아름다운 바보’가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부끄럽고, 안타깝고, 그의 행보에 기꺼이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제대로 밝히기 어려운 시점에 기꺼이 밝힌 사람. 자신이 사랑했던 인간 노무현에 대해 끝까지 예의를 지키는 사람. 스타이자 연예인이기 앞서서 ‘인간’이고자 하는 그를 보며, 동시대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 동시에 ‘반드시 지켜야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생각은 필자 뿐만 아니라, 이런 소식을 들은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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