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신들린 류승룡의 게이 연기, ‘개인의 취향’

朱雀 2010. 4.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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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리뷰는 다른 것을 쓸 작정이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에서 류승룡의 섬세한 게이 연기를 보곤 그만 ‘빵’ 터져서 한번만 더, 그의 게이 연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어제 <개인의 취향>에서 최관장은 개인의 말에 용기를 내어 진호(이민호)에게 더욱 다가간다. 9화에서 진호는 여난+남난(?)에 빠져든다. 대충 진호의 성향을 눈치챈 인희는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거짓말을 하곤, 진호에게 ‘하룻밤 자고 가라’고 애절하게 부탁해서, 하룻밤 같이 있는데 성공한다.

혜미는 우연히 사무소직원들의 뒤를 따라가, 진호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 난리를 친다. 심지어 개인(손예진)은 남장까지 하고서 진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가장 압권은 역시 진호를 불러다놓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최관장이었다! 최관장은 진호를 불러서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 미술관의 자료들을 건넨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미술관에 대한 건축가들의 자료입니다. 도움이 될까 해서요. 왜요 내가 따로 신경을 쓰는 것이 공정하지 않아서 신경쓰이나요?

네.

불리한 싸움을 해야하는 친구에 대한 배려입니다. 이 자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도 아니고.

마음은 감사하지만 받지 않겠습니다. 불리한 싸움이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나가겠습니다.


 

이때부터 류승룡의 게이연기는 빛을 발한다. 류승룡은 자신의 호의가 거절 당한 것에 대해 상당히 난처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게이의 ‘그것’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식은 땀이 난 듯 스스로의 얼굴을 닦아내고, ‘오버했다’며 부끄러운 듯 살짝살짝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그의 모습은 정말 ‘게이의 그것’이었다!


좀 오버했군요. 거절할 줄도 모른다는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음...내가 이렇게 보자고 한건. 음 뭐. 심심해서요.

네?

이..관장자리에 앉아있다보니까, 누가 쉽게 우스개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매일 혼자 밥먹고, 왕따아닌 왕따가 된 것 있죠? 싱거운 친구가 싱거운 짓 했다고 생각해주세요.

(웃음) 그러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심심할 때 종종 이런 싱거운 짓 해도 되겠죠?

하셔도 되는데 왠만하면 간좀 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오늘부터 소금 팍팍쳐서 해보죠. 흐음. 이렇게 우리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거겠죠? 짝사랑은 같이 사랑할 용기가 없어서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오늘 싱거운 짓 저 나름대로 대단한 용기를 낸겁니다.


 

   

류승룡은 지난 8화에서도 보여줬지만 이민호를 향해 애달픈 사랑의 눈길을 보냈었다. 9화에선 애닮음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사람을 향애 실없는 장난도 치고, 호의가 거절 당하자 몹시 부끄러워하고, 눈치도 보고, 용기가 없어 헛기침도 해보는 등. 좋아하는 사람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이남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우리가 아는 게이들의 모습이란 대부분 거짓 게이를 연기하는 정성화처럼 콧소리를 내면서, 여자스런 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류승룡은 평상시에는 자신의 굵고 매력적인 저음을 이용해 남자스럽게 보이다가, 살짝살짝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섬세한 몸짓연기와 절제된 눈빛과 표정연기로 철저하게 계산된 ‘게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관련글 - 류승룡의 미친 존재감, ‘개인의 취향’
 

그런 류승룡의 연기는 아마도 많은 연구와 고심 끝에 나온 산물이라고 여겨진다. 지난번 글에서 밝혔지만, 류승룡의 얼굴은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누가봐도 그는 ‘남자중의 남자’다. 실제로 그는 폭력배 두목으로 열연할 정도로 ‘센’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남자다움을 벗어내고 이민호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게이남을 연기하는데 조금의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그의 웃음 한번, 눈빛 한번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게이’의 느낌이 묻어난다.

나오는 시간은 비록 몇분에 지나지 않지만, 류승룡의 무게감은 주연인 손예진과 이민호를 넘어설 만큼 너무나 대단하다! 그것은 오직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나 대단해서 그의 출연이후론 그의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나고 아른거리는 것은 <개인의 취향>의 주연인 손예진과 이민호에겐 불행한 일이며, 시청자들에겐 행복한 ‘불만거리’가 될 듯 싶다. 그만큼 류승룡의 연기는 ‘완벽하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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