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매력 없는 수목극의 왕자들

朱雀 2010. 4.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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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목이면 무척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무슨 드라마를 볼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도 나름 재밌고, <신데렐라 언니>는 너무나 말할 필요가 없으며, 김소연이 주연하는 <검사 프린세스> 역시 만만치 않은 재미를 제공한다.

여기엔 각기 세명의 여배우와 명품 조연들이 포진하고 있다. <신데렐라> 언니에서 지난 28일 방송으로 하차하긴 했지만, 구대성 역의 김갑수는 서우와 문근영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버지이자, 존경받는 기업가로서 너무나 완벽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설명이 필요없는 연기파 배우 이미숙까지.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합이다!

<검사 프린세스>는 또 어떤가? 검찰청을 배경으로 재벌가의 된장녀가 좌충우돌하면서 점차 진정한 검사로 거듭나는 드라마에서 김소연은 <아이리스>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서 손예진은 여성적인 매력이 없는 건어물녀로 등장해,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세 드라마 모두 주연인 여배우들은 각기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해외로 진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근데 문제는 정작 남자배우들에 있다. 그녀들이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상대역인 ‘왕자’들은 하나같이 매력이 없다! 이는 정말 큰 문제다!

 

먼저 <검사 프린세스>의 한정수. 유능하고 훈남인 윤세준 검사 역의 그는 뭔가 답답하다. 먼저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아이를 키우고, 자신을 좋아하는 진검사(최송현)에게 가타부타 말이 없는 이 사내는 마혜리(김소연)을 좋아하면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쓴다.

근데 왜 그런지 이유가 도통 나오질 않는다. 아마 먼저간 아내에 대한 배려이거나, 혹은 남아있는 아이를 생각해서, 혹은 전처를 너무 닮은 마혜리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아직 젊은 아가씨인 마혜리가 홀아비에 애딸린 자신의 재취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문제의식이나,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부드럽게 말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딱 그 정도다. ‘나쁜 남자’라고 보기엔 너무 부드럽고, ‘백마탄 왕자’가 되기엔 꽃미남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할 만한 멋진 모습도 보여주질 않고 있다. 시청자로선 왜 그에게 마혜리가 꽂혔고, 그토록 열광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히려 그녀를 지근거리에서 항상 지켜주는 서변호사(박시후)가 더 미스테리하면서, 부드러운 남자로서 더 매력적이라고 보일 지경이다.

<신데렐라 언니>전에 방영된 <추노>에서 최장군으로, 누구보다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받았던 한정수가 휴식 없이 바로 선택해 기대했건만, 아직 그는 한 드라마의 주연급이자, ‘왕자’를 맡기엔 많이 부족한 것일까?

 

다음은 <신데렐라 언니>의 천정명. 현재 ‘민폐’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그는 네티즌들의 공적이 되어가고 있다. 문근영과 서우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비운의 왕자는 표정도 눈빛도 심지어 대사까지 어색하기 그지 없다.

시청자들은 왜 그가 8년전 대성도가를 떠날 때 은조에게 ‘잡아달라’고 했는지, 서우에게 그렇게 ‘나쁘게’ 대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본에도 어느 정도 문제는 있다고 본다.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과 서우는 너무나 절절히 그들의 감정과 입장이 그대로 대변되고 있다. 여기에 문근영과 서우의 명품 연기가 더해져서, <신데렐라 언니>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등장인물의 감정변화와 대사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다른 드라마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신데렐라 언니>는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진행속도는 비교적 느리고,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 물론 28일 방송처럼 유령회사를 이용해 사기를 친데다, 천정명이 홍주가의 일원으로 대성도가에 일부러 자금을 유입했다는 사실을 안 김갑수가 충격으로 사망하긴 했지만,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극적인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고 하긴 어렵다.

 

<신데렐라 언니>는 위에서 언급했지만, 인물의 표정변화와 세세한 감정을 잡아내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의 약점은 주연배우가 그만큼 제몫을 해주지 못하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비록 초반에 ‘발연기’라는 오명을 쓰긴 했지만, 서우는 연기력으로 불과 4회만에 오명을 떨쳐냈다. 부러울 것 없는 공주에서 의붓 언니 때문에 점차 성격이 변해가는 구효선역을 서우는 너무나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문근영은 어떤가? 그녀는 평생을 항상 불안하고 쫓기던 삶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성도가에 와서 인생이 바뀌어버렸다. 생전처음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생전처음 원수같던 아버지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생겼다! 문근영은 비록 겉으론 감정표현을 철저히 숨기지만, 양아버지 김갑수를 사랑하고, 핏줄인 어머니를 어쩔 수 없이 놓치 못하고, 서우를 애증으로 보며, 천정명에 대해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지녔음을, 눈빛으로 표정으로 대사로 너무나 완벽하게 ‘구은조’가 되어 표현하고 있다.

 

반면 천정명은 이제 군에서 막 제대하고 복귀한 탓일까? 섬세한 연기에 실패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가 왜 두 자매 사이에서 시소놀이를 하고, 대성도가를 가지려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진짜 그의 속마음과 계획이 무엇인지 별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28일 방송에서 천정명은 심지어 ‘내래이션’까지 동원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감정없는 대사처리로는 ‘대사이상의 대사’를 전달해야 하는 <신데렐라 언니>의 특성상, 그의 감정을 시청자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8년전 전달되지 못한 편지와 문근영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등을 나름 애절하게 표현했고, 자신 때문에 죽은 김갑수와 두 자매를 향한 미안함 등이 ‘내레이션’되었지만, 여전히 감정 없이 멍한 표정 때문에 ‘민폐’로만 기억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의 취향>에 출연중인 이민호는 그나마 현재 수목극중에서 가장 ‘왕자’에 가깝다! 그는 일단 외모가 된다! 그가 누군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대한민국의 여심을 뒤흔든 꽃미남이 아닌가?

여성시청자들은 이민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개인의 취향>을 볼 이유가 된다. 그는 거기서 <꽃남>처럼 나쁜 남자면서 동시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로 출연한다.

누워있는 손예진을 발로 툭툭치는 데도 여성들의 항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오로지 그가 이민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손예진이 혼자사는 상고재에 담미술관 최관장이 그토록 탐내는 이유를 알기 위해, 게이로 위장하고 들어왔다.

그곳에서 이민호는 건어물녀인 손예진을 ‘하드 트레이닝’해서 매력적인 여성으로 만들고, 그러면서 점차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민호를 향해 여성들의 러시가 이어진다. 손예진의 애인을 뺐아갔던 왕지혜는 그에게 반해 저돌적으로 대시중이고, 이웃집 동생이던 혜미 역시 그야말로 막무가내로 구애중이다. 잠깐이긴 했지만, 윤은혜 역시 그를 사랑했었다. 심지어 담미술관 관장인 류승룡을 그를 ‘게이’로 오해하고 열렬히 작업중이다.

 

이민호는 여성들이 꿈꾸는 ‘게이남’의 전형이다. 아플 때 언제든 뛰어오고, 밤새 간호해주며, 모든 고민을 들어준다. 음식을 만들어주고 상냥하기 이를 데 없다. 동시에 ‘나쁜 남자’로서 바람을 맞히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모습도 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누구보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고, 끝없이 여성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로맨틱 가이다. 아쉬운 것은 그런 매력을 지니긴 했지만 이민호의 매력은 거기까지 라는 점이다.

<꽃남>이후 넘 긴 공백 탓인지 이 슈퍼 루키의 연기력은 <꽃남>에서 그다지 발전이 없다. 로맨스물에서 한동안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연기파 배우’가 되기 위해선 뼈아픈 수련이 필요할 듯 싶다.

 

이상과 같이 간단하게 현재 방영중인 수목극의 왕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드라마를 대표하는 주연 여배우에 비해 세 명의 왕자들은 그녀들이 사랑을 받기에 왠지 2%쯤 부족하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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