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덕여왕', 이것이 한국형 떡밥 드라마다!

朱雀 2009. 7. 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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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는 물론 외적인 부분에서까지 떡밥을 던지고 있는 <선덕여왕>.애청자들은 이런 떡밥을 보며 더욱 열광해 여러가지 담론을 활발하게 벌이며 <선덕여왕>의 화제성은 더욱 더하게 된다. 정보의 통제를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덕여왕> 제작진들은 한국형 떡밥 드라마의 원조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지난 7월 6일 방송된 <선덕여왕>13화에선 ‘사다함의 매화’란 중요 아이템이 등장해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다. 미실의 힘의 원천이자, 오늘날이 미실을 있게 한 진귀한 물건이란 점에서 모두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를 둘러싼 세종과 설원공(각각 그들의 아들인 하종과 보종까지)의 암투 등이 전면에 등장해 권력에는 역시 피도 눈물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보였다.

세간의 무수한 추측을 불러일으킨 ‘사다함의 매화’는 결국 많은 네티즌들이 지적한대로 달력이었다(정확히 따지면 역법). 드라마상에서 잠시 비취지만 중국은 천문에 관한 지식을 국가기밀로 분류해 따로 관리했다. 천문학자들은 정해진 거처에서 나올 수 없었으며, 아무나 함부로 만나고 대화할 수 없었다. 농경사회였던 당시에 천문지식이란 홍수와 가뭄을 예측하고, 월식과 일식등의 상서롭지 못한 경우를 미리 예측해 지배층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수나라 등이 역대 왕조가 그런 정책을 취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해와 달이 사라지는 일식과 월식은 오늘날엔 그저 지나가는 현상에 불과하지만, 천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엔 백성들이 놀라는 이변이었다. 가뭄이 들면 임금이 욕을 먹고 심지어 폐위까지 거론되던 시절에 천문 지식이란 그야말로 권력의 근원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선덕여왕>에서 ‘책력’을 든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14화에서 ‘사다함의 매화’가 정확히 뭔지 밝혀졌지만, 드라마상에선 미실의 최측근 외엔 여전히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직 떡밥은 유효하다. 떡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드라마 <로스트> 시리즈와 영화 <클로버필드> 등을 연출한 J.J.에이브람스 감독이다.

그가 감독한 작품들을 보면 거의 항상 미지에 쌓인 무언가가 등장한다. 그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러 가지 토막 정보를 주지만 속시원하게 밝히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관객이 궁금해서 미치게 돌아가게끔 한다(아예 ‘토끼발’이 뭔지 끝내 밝혀주지 않아 황당한 <미션 임파서블 3>도 있다)

떡밥 드라마는 끊임없이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주효하다. 그러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보여줄지는 매우 어려운 판단영역의 일이다.

일례로 드라마 <로스트>처럼 대책 없이 떡밥만 던져준다면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아마도 화가 나서 보지 않을 거다. 그런 점에서 <선덕여왕>은 매우 영리했다. 밑밥과 더불어 떡밥을 적절히 뿌리고 적절한 시점에 터트렸다. 일단 보자! 13화에서 ‘사다함의 매화’라는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을 등장시켜 세간의 이목을 단숨에 모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미실’은 자연스럽게 부각되었다.

그동안 덕만 일행에 치여 전혀 빛을 발하지 못했던 미실이 드라마에 재조명되게 하면서 덕만과 미실이 훗날 치열하게 다툴 권력투쟁의 서막의 막을 확실하게 올렸다.

그러면서 바로 14화에선 ‘사다함의 매화’가 뭔지 친절하게 미실의 입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14화를 보고난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훌륭한 떡밥이었다. 떡밥이 주효해 지기 위해선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잔뜩 약만 올려놓고 확실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흥미는 반감된다. 그런 면에서 적절한 판단이었다. 또한 정보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적당한 시점에 공개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어린 미실’을 연기한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또 어떤가? 연장방송이 이미 들려온 터라 언론과 네티즌들은 유이가 어린 시절의 미실을 방송하는 분량이 제법 될거란 착각에 빠졌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유이는 거의 대사 없이 회상장면에서 잠깐씩 모습을 비췄을 따름이다(그나마 대사는 14화때 한번이 전부였다). 이 역시 훌륭한 떡밥이었다. 아마 <선덕여왕> 제작진들은 세간의 화제가 집중되고 많은 이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을 즐겼으리라. <선덕여왕>의 인기와 화제성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였으니 말이다.

얼마전부터 계속 흘러나오는 ‘연장방송’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언론에서는 ‘14회 연장’이란 소리까지 나오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며칠 후 다른 신문을 보니 ‘연장’을 검토하고 있을 뿐, 얼마나 연장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한 떡밥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깔아놓은 밑밥도 충실히 내놓고 있다. 사막에서 모래폭풍을 만나 칠숙과 헤어진 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가 죽었을 거라 은연중에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14화에서 그는 버젓이 살아 돌아왔고, 놀랍게도 사막의 늪(?)에 빠져 죽은 줄 알았던 소화마저 등장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역시 고개를 주억거릴 만한 충분한 ‘밑밥’이 있었다. 애초에 칠숙은 모래폭풍을 만난 이후 행방불명되었을 뿐 생사여부를 알지 못했으며, 소화 역시 끈을 자르긴 했지만 일부는 쥐고 있었으므로 남은 끈을 칠숙이 우연히 잡아 살렸다는 설정은 충분히 인정할 가능성을 제공한다(물론 비약이 좀 심한 부분은 있지만).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선덕여왕>이 전개될지 매우 흥미진진하게 되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공주인 덕만의 신분이 어떻게 탄로나느냐?’하는 점이다. 칠숙과 소화가 살아있으니 그들을 통해 밝혀질 수도 있고, 문노 역시 현재 행방불명 상황이므로 언제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뿐인가? 수나라에서 친분을 쌓았던 상인들과 신라에서 다시 재회를 하게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덕만은 이미 정광력 등을 본 상황이므로 미실과 역법 대결을 펼치는 것도 점쳐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선덕여왕>이 전에 깔아놓은 밑밥과 떡밥을 생각해보면 한도 끝도 없다.


<선덕여왕> 13, 14화는 “한국형 떡밥 드라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본다. 앞으로 <선덕여왕>이 그동안 미리 뿌린 밑밥을 어떻게 사용하고, 앞으로 떡밥을 어떻게 던질지 기대된다.


이미지출처: 다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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