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박명수의 재발견, ‘승승장구’

朱雀 2010. 5.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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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승승장구>에는 1.5인자 박명수가 출연했다. 그는 늘 그랬듯이 호통과 버럭개그로 웃음을 선사했다. 때때로 그의 발언은 위험하기까지 했다. 1인자로 꼽히는 유재석보다 자신이 ‘더 웃기다’라고 했고, 강동원은 ‘허우대만 멀쩡하다’고 했다(물론 나름대로 해명이 뒤따랐지만).

유재석이 ‘<해피투게더>와 <무한도전>을 관두면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아내와 애를 데리고 가서 사정하겠다’고 진담반 농담반의 이야기를 했다. <승승장구>는 우리가 그동안 유재석과 함께 늘 활약하던 박명수를 따로 떼어내어, 1.5인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명수를 재조명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 박명수는 건방져 보일 수 있다. 그는 친한 이들에게 ‘꺼져’ ‘넌 빠져!’처럼 험한 말을 쉽사리 하는 인물이다. 만약 개성을 인정하는 요즘 분위기가 아니라면 박명수는 지금처럼 활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가 왔고, 유재석처럼 그의 개그를 받아주는 1인자를 만나 그의 재능은 만개했다.

 

김승우는 박명수에게 ‘그의 인기는 거품이다’라는 상당히 호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분이 나쁠 법한데도, 박명수는 ‘영농식이다’라면서 받아넘긴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그는 무명 10년을 견디며, 오늘날을 준비해왔다. 물론 그 자신도 오늘날 같은 영광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허나 시대는 바뀌었고, 그 시대는 박명수 같은 인물을 요구했다. 박명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고, 오늘날 1인자는 아니지만 1.5인자로 시대를 풍미하게 되었다.

<승승장구>에선 두 번째 난감한 질문으로 그가 했던 프로그램들이 조기종영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박명수는 ‘<지피지기>는 현영탓, <브레인배틀>은 박수홍 탓’등으로 돌린다. 이는 오해의 소지가 매우 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 탓은 아닌 듯 싶다.

박명수는 예를 들어 ‘만약 <승승장구>가 잘 안된다면 김승우가 김신영 탓이라고 하고 다닐지 모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멋진 연예인이라면, 프로그램 일찍 종영되면 ‘내탓이오’라고 하기 쉽다. 그러나 프로가 잘 안되는 것은 단순히 ‘진행자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 거기엔 제작진과 출연진과 그리고 당시의 시기가 맞아야만 한다.

 

게다가 박명수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건방짐’과 ‘불편함’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고, 오늘날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따라서 그가 하는 말들은 모두 어느 정도 ‘웃음 유발’을 위해 계산된 바가 크다(만약 본방에서 박명수가 '내탓이오'라고 했다면 오히려 그게 더욱 이상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건방짐은 방송을 위한 일종의 설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명수는 심지어 조상중에 ‘망나니도 있었다’라고 해 웃음을 줄 만큼, ‘개그’에 엄청난 욕심을 가진 인물이다.

평상시 녹화도중 장소를 옮겨갈 때도,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부러 바보 흉내를 내면서까지 다닐 정도로 말이다. 김제동이 ‘형 왜 그러고 다니세요?’라는 식으로 묻자, ‘코미디언이 항상 준비되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해 감탄사를 자아나게 할 정도로 지독한 인물이다.

박명수는 게스트로 나온 하하가, 2년 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피처링’을 부탁해서 보복차원에서 거절했더니, 15분 동안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욕’을 했다고 폭로(?)할만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정이고,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허나 예능 초보인 길에게 ‘하하오면 빠질 애’라고 수십번을 말해, 면연력을 키워주고, 그가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차로 병원에 보낼 만큼 누구보다 생각과 정이 깊은 인물이다. 물론 그런 것이 쑥스러워 ‘흑채’ 때문이라고 우스개 농담을 늘어놓지만, 박명수 팬이라면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이다. -게다가 박명수는 부인이 자신을 위해 좋은 기회를 두번이나 놓친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모습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시 부각시켰다. 물론 생수로 눈물을 연출해내, 영상편지를 해 다시 웃음을 주는 반전이 있었지만 말이다-

박명수는 하하가 증언했지만, 많은 준비를 하는 인물이다. <무한도전>을 보면 그가 얼마나 나름 준비를 많이 하는지 알 수 있다. 웃기기 위해 애드립을 얼마나 치는지 또한 말이다.

<승승장구>를 보면 1.5인자로서 박명수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지적하지만 박명수가 1인자가 되기 위해선 ‘유재석’이란 버팀목이 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한다.

유재석은 박명수의 개그를 받아주는 더없이 완벽한 존재다. 그러나 박명수는 여태까지 유재석 없이는 성공한 적이 없다. 따라서 박명수 스스로 웃기면서, 다른 이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챙기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만약 그것을 찾아낸다면 박명수는 유재석의 도움없이도 홀로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찾지 못한다면, 유재석의 그늘에서 영영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박명수도 보다 긴 방송 생명을 위해 ‘거성쇼’와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내는데 애쓰고 있다. 그리고 아마 그런 노력끝에는 그가 그토록 원하는 ‘1인자의 길’이 예비되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의 건승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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