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사실상 케이블에서도 퇴출당한 김제동

朱雀 2010. 6.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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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듣는 순간 막막했다. 설마했다! 얼마전 엠넷에서 <김제동쇼>의 녹화스케줄을 취소시키고, 6월 정식개편을 앞두고 숨고르기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김제동은 한 스포츠신문과의 대담에서 계속해서 결방중인 <김제동쇼>의 사정을 밝혔다. 바로 얼마전 노무현 전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본 탓이었다. 엠넷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선, 태도가 돌변했고 여러 차례 ‘사회를 볼 수 없냐?’고 물었단다.

 

생각해보면 이건 예고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김제동쇼>는 누가봐도 성공이 보장된 방송이었다. 게다가 초대형스타 비를 게스트로 초청한 야심찬 시도가 여태까지 방송되지 않은 것은 여러모로 이상했다. 그런데 결국 이런 식이라니.

 

더욱 참담한 것은 결국 지난 31일 김제동은 사실상 사퇴를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제동은 공중파에 이어, 케이블에서도 퇴출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MBC파업의 결과로 <환상의 짝궁>에 출연하고 있지만, ‘시한부 인생’이다.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김제동은 공중파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가 몸담고 있던 프로에서 나가는 것이 단순히 ‘시청률’의 문제라면 차라리 쉽게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한 대통령의 추도식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이렇게 야심차게 기획했던 토크쇼에서 자진사퇴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동안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차했고, 기대를 모았던 <오마이텐트> 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규편성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김제동은 모든 이유를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이 출연했던 프로의 스탭을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왔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내세웠다가 퇴출당한 거라면 그나마 이해라도 할 것인데 김제동은 그저 시청자들을 웃기고 싶었고 즐겁게 해드리고 싶었던 방송인이었다. 그저 그는 개인적으로 존경했던 대통령에 대해 조의 를 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도만 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정치적인’ 것으로 보고, 이마저 용납하지 못하는 현재의 사회의 모습이다.

 

김제동만이 피해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방송을 하는 이와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밝힐 수 없는 모든 이들이 피해자라고 본다. 누군가를 지지하고, 무엇이 옳은 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최소한 자신이 사랑했던, 존경했던 한 사람에 대해 예를 표하는 것마저 용납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무턱대고 김제동이 불쌍하다고 측은하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더 이상 말은 필요없다. 선거 캠페인 방송에서 하는 말을 조금 바꿔보자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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