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왕자가 된 기훈과 마녀가 된 은조, ‘신데렐라 언니’

朱雀 2010. 5. 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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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신데렐라 언니>에서 기훈은 수동적인 캐릭터였다. 물론 그가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애썼지만, 그는 언제나 ‘운명’앞에서 어쩔 수 없는 방관자에 불과했다.

 

자신의 은인이 구대성의 대성참도가가 홍주가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때문에 구대성은 죽고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덕분에 자신이 사랑하는 은조를 눈앞에 두고도 한번 안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은조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기훈은 바뀌었다. 그는 18회에서 은조를 향해 말한다. ‘갔다 올게. 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으면 돼. 기다려. 착하게.’고. 그는 자신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형 기정과 거래를 하기 위해 찾는다. 전 본부장이 넘겨준 자료를 통해 홍주가에게 결정타를 먹일 증거를 가지고서. 그것도 부족해 현장에서 즉석녹음을 통해 완전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낸다.

 

무서울 정도로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형과 거래를 하는 기훈의 모습은 간만에 왕자님다웠다. 허나 마녀 은조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높은 탑의 공주님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왕자에게 맡겨두고 그저 비명만 지르는 공주가 되길 원치 않았다.

 

은조는 효선과 함께 대성참도가의 재정상태를 점검하고,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정리했다. 그리고 기훈이 모아놓은 결정적인 자료를 가지고 기정과 거래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료를 몽땅 기정에게 넘겨주고, 기훈을 받는 대신에 오히려 검철청앞이라며 협박해 기훈이 풀려나게끔 유도한다.

 

결국 두 사람은 마지막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로위를 달려가 서로를 격렬하게 포옹하게 된다. 동화다! 이건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 기훈과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는 태어날때부터 죄를 짓고 태어난 인물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가 미워하고, 존재하길 원치 않는 아이였다. 오직 단 한 사람, 그를 사랑해줬던 어머니는 그를 보기 위해 왔다가, 달리면 안되는 병을 가졌는데 달리다가 죽고 말았다. 따라서 어린 기훈이 모두를 미워하고 마음이 병든 사람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가 대성참도가에 와서 얻은 안식은 아마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구대성의 사랑을 받은 공주 구효선이 아니라, 마녀 은조를 택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보통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끌리기 마련 아닌가? 어쩌면 그는 자신처럼 상처받고 어두운 구석이 있는 은조에게 끌렸던 것인지 모른다.

 

은조에제 기훈은 그자체로 빛나는 인물이었다. 단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는 그런 사랑 말이다. 자신이 유일하게 존경했던 아버지 구대성을 죽음에 몰아넣었음에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말이다.

 

천정명의 연기는 그동안 훌륭했다고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18화에서 그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에 대해 무한에 가까운 애정을 담은 미소를 보냈고, 다시 만난 사랑앞에서 오직 그만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근영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대성참도가를 일으켜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가장 극적인 순간에 자신을 마녀라 스스로 부르며 홍기훈의 말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엔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컴퓨터를 통째로 실고 도로위를 질주할 만큼 저돌적인 모습의 변화를 너무나 실감나게 그려냈다.

 

<신데렐라 언니> 18화는 처음으로 왕자다운 홍기훈의 매력과 마녀 은조의 마력이 별처럼 달처럼 빛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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