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지붕킥’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이유!

朱雀 2010. 8. 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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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 얼마전 종영한 <지붕킥>이 일본에서 한국 시트콤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아쉽게도 몇%인지 안 나왔지만), 아직 종영 전인데도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곧 DVD도 판매할 예정이란 소식등이 실려나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국내 작품이 외국에서 인기를 끈다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뭐랄까? 우리집 식구가 밖에 나가서 뭔가 잘해 국위선양을 했단 느낌? 뭐 그런 거 비슷할 것 같다.

 

그런데 기사엔 아쉽게도 왜 <지붕킥>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이유가 나와있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웃음의 코드는 나라마다 다르다. <심슨 가족>은 미국 사람들에겐 엄청나게 웃기지만, 대다수 우리 국민에겐 별로 웃기지 않는다. 그건 공유하고 있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근데 <지붕킥>은 일본에서 통한다. 이유가 뭘까? 우선 <지붕킥>의 빠른 전개와 과장된 캐릭터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만화왕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만화관련산업이 엄청나다.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만화적 표현이 난무한다.

 

<지붕킥>을 보자! 이순재는 방귀를 북북뀌고 자기밖에 모르는 할배다. 현경은 함부로 킥을 날리고, 해리는 ‘빵꾸똥꾸’를 입에 달고 살고 어린애답지 않게 변비에 시달리고 있다. <지붕킥>의 등장인물들은 몇 번 보면 누구나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캐릭터성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시트콤’인 탓에 과장되어 있다.

 

만화적 표현이 일상화된 일본인들에게 <지붕킥>의 표현방식은 익숙한 것이라 좀 더 쉽게 다가간 것이 아닐까? 또한 청순글래머 가사도우미 신세경이 집에 거주하고, 귀엽고 깜찍한 황정음이 가정교사를 한다는 설정 역시 일본 만화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인지라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쉬웠을 거라 여겨진다.

 

여기에 완벽한 남자 이지훈이 가세하면서 이지훈-신세경-정준혁-황정음의 엇갈린 러브라인 관계 역시 일본인들 섬세한 러브라인을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붕킥>의 이야기가 너무나 탁월한 탓이라고 본다! <지붕킥>은 15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보통 두 가지 이야기가 한꺼번에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이 없다. 최소한의 재미를 보장하고, 한참 재밌을 때는 두 가지 에피소드 모두 엄청난 웃음을 이끌어 낸다.

 

일본과 한국은 물론 문화적인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같은 동양권 문화권이고 아무래도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관계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문화는 아무래도 일본과 겹치는 게 많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한국식 이름은 다소 낯설지 몰라도 그들이 하는 행동은 일본인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이순재가 애인인 김자옥을 숨기기 위해 분수에 빠뜨리거나, 자옥이 싸이클 복장을 한 이순재가 부끄러워 먼저 가라고 하는 극단적인 설정등은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권인 우리와 일본이 닮아있다. 이런 식으로 닮은 것들이 보다 쉽게 일본인들에게 <지붕킥>을 어필한 이유가 아닐까?

 

무엇보다 <지붕킥>엔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이야기가 공존한다. 비록 대기업은 아니지만 이순재네는 중소기업으로 별 다른 걱정없이 산다. 그러나 신세경으로 대표되는 없는 자들은 단돈 몇백원이 없어서 떡볶이집에 잡히는 신세(?)까지 된다.

 

우리도 어렵지만, 일본 사회 역시 현재 실업자 문제는 커다란 문제다. 일본의 정권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뀐데는 ‘못 살겠다! 바꾸자!’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담겨서 있다. 따라서 <지붕킥>에서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의 기묘한 대치와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불협화음은 오늘날 일본인들에게 충분하 공감대를 형성했다.

 

마지막으로 <지붕킥>은 웃음만 있는 게 아니라, 감동도 있다! <지붕킥>에선 자기 밖에 모르던 해리는 신애를 만나서 조금씩 바뀌고 결국엔 자기 뿐만 아니라 남을 배려하게 된다. 명품밖에 모르고 지방 3류대를 나와 항상 면접에서 떨어지던 황정음은 당당히 회사에 입사한다. 신세경과 신신애 자매는 결국 빚으로 헤어졌던 아버지와 재회하는 등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비록 줄리엔이 잘 생기긴 했지만, 그가 힘든 신세경-신신애 자매를 돕고, 학교 싸움짱에서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는 준혁의 이야기등은 ‘재미와 감동’을 우리처럼 좋아하는 일본인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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