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로맨스 코미디의 진화, ‘보스를 지켜라’

朱雀 2011. 8.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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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켜라>를 보면서 든 생각은 로맨스 코미디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구나였다. 꼼꼼히 따져보자! 로맨스 코미디는 공식이 정해져 있다. 특히 <보스를 지켜라>의 경우, 재벌 2세와 비서가 사랑하게 된다는 정말 너무나 뻔하디 뻔해서 앞 장면만 봐도 다음 장면을 쉽게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차지헌(지성)은 노은설(최강희)와 티격태격하면서 어느새 정이 붙었고, 심지어 5화에선 좋아한다라고 고백까지 한 상태다. 물론 노은설은 현재 차무원(김재중)한테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를 거절한다.

 

물론 그녀가 댄 이유는 차무원은 아니다. 대사를 잠시 살펴보자.

 

 ? 왜 못 받아들이는 거지?”

첫째!”

허어! 둘째도 있어?”

비서한테 들이대는 본부장. 본분 까먹고 본부장하고 사귀는 비서.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어요?”

사람 눈 의식하는 타입이었나?”

아뇨.”

근데?”

좋진 않아요?”

 

 

너무 길어서 잠시 맛보기로 봤음에도, 대사가 통통 튄다라는 느낌이 우선 들지 않는가? 너무너무 귀에 착착 감길 정도로 '찰지지' 않는가? 작가가 대사를 맛깔나게 버무리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더라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면서 이렇게 서로 장난스러울 정도로 말장난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보통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숨기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는 법이다.

 

근데 최근 국내 로맨틱 코미디는 점점 더 빨리라는 법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 같다. 주인공들끼리 마음도 빨리 알게 되고, 진행속도도 빨라지는 것이다. 그런 빠른 진행은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해서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만화식 자막을 넣는 장면은 잘못 쓸 경우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보스를 지켜라>
는 최소한으로 해서 가장 효과적인 장면에만 넣었다고 여겨진다. 세련된 모양새다.


<보스를 지켜라>는 대사빨도 대사빨이지만, 정말 캐릭터 적인 면에서 후한 면을 주고 싶다. 지성이 연기하는 차지헌이란 캐릭터는 그야말로 초딩수준이다. 노은설을 괴롭히기 위해 음식하나 물하나를 가지고도 깐깐히 구는 그야말로 유치찬란한 인물이다. 그런데 마치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악의가 없어서 귀엽게 볼 수 밖에 없다.

 

자기가 구박하는 노은설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구박하거나 못살게 굴면 참지 못해서 그런 캐릭터에 빠져들게 된다. 차지헌과 반대되는 편에 있는, 그러니까 전형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차무원(김재중)은 어떤가?

 

얼핏 보면 그는 로맨틱 코미디에 자주 등장하는 왕자님을 떠올리게 한다. 차지헌이 워낙 유치찬란하기 때문에, 더욱 귀공자티입의 차무원은 돋보인다. 그러나 그 역시 어린아이임이 5화에서 더욱 부각되었다.

 



극중 왕자님에 제일 가까운 차무원조차 '재계의 프린스'라는 낯뜨거운 별명을 스스로
말하면서 술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이트클럽에도 한번도 못가본 범생의 모습등은
그조차 희극적인 인물로 만들어버리지만, 유치하기 보단, 이제까지 보기 힘든 캐릭터라
더욱 관심을 갖고 보게 만든다.



노은설의 도움으로 생애 처음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차지헌이 제대로 해내자, 차무원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뭐라고 한참동안 한다. 그런 하소연을 듣고 시무룩해진 차무원은 노은설과 만나 식사를 하고 데이트를 즐기면서 하소연하고 위로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노은설이 제안한 일탈을 하려다가, 클럽에는 얼굴이 알려져서 안된다’, 동네야구장에선 트위터에 올라갈까 무섭다며 소심스런 일면을 드러낸다. 사실 이전에도 차무원은 차지헌과 아이처럼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아이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며 동급의 면모를 보였다.

 


최강희와 왕지혜 같은 여성 인물들마저 예쁘게가 아니라, 확실하게 망가질 줄 아는
연기자세와 캐릭터성등은 극의 재미와 몰입도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물론 차무원은 귀공자 타입이고 일도 잘하고 성품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빛나 보이지만,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만 보이는 다른 면은 그를 주인공에 대척점에 있는 악역이 아니라, 귀엽게 볼 수 있는 또 한명의 주인공으로 인정할 수 있게 했다.

 

차지헌과 차무원 사이에서 이득을 보려고 하는 역시 재벌 2세인 서나윤(왕지혜)역시 기존의 캐릭터와 차별된다. 그녀는 두 남자가 노은설에 마음을 두고 있는 사실을 알고 약올라하며, 옛사랑인 차지헌을 쫓아다니면서 아이처럼 행동한다. 그동안 진지한 작품에만 출연해서 왕지혜가 망가지는 연기를 하면 안 올릴 것 같다라는 생각을 깨고, 왕지혜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5화의 주요내용은 노은설이 차지헌의 마음에 알고 고민하고, 차무원은 노은설과 함께 일종의 데이트를 하면서 매력을 느끼는 장면이다. 노은설은 차지헌의 마음을 알고 일부러 정 떨어지기 하기 위해촌빨 날리는 옷을 입는데, 그 장면은 의외성에서 많은 웃음을 유발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위에서 지적했지만 너무나 많이 만들어져 와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보스를 지켜라>를 보면서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로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없는 차지헌 본부장을 위해 노은설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사랑고백을 동네골목에서 하고, 회장의 협박성 부탁을 듣고 자신을 좋아하는 차지헌 본부장의 마음을 이용해서 후계자 만들기프로젝트에 돌입하는 등. <보스를 지켜라>는 이런 뻔한 상황을 약간의 비틀기로 유쾌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일례로 차지헌의 가장 큰 문제점인 공황장래를 고치려는 노은설에게 집에 쌓인 수십 권의 관련서적을 보여주면서 원한다면 강의도 해줄 수 있다라는 식의 상황전개는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명제를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무척 강력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면, 그냥 무작정 잘해주면서 착해지는 것과 달리 캐릭터성을 잃지 않으면서 개성을 유지하는 <보스를 지켜라>의 전개가 어떻게 계속 이어져 나갈지 궁금하지 않은가? 당분간 <보스를 지켜라>의 쾌속 질주는 막을 이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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