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에서 ‘신품’은 의외로 쉽게 콜린의 아빠가 누구인지 밝혔다. 콜린은 ‘~걸로’라는 특유의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친아빠가 김도진일거라는 예상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방송 당일까지 드라마를 찍는 국내의 제작시스템은 시청자들의 예측을 빗나가게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찍을 정도로 목숨을 거는 집단들이다.
따라서 필자는 가능성은 제일 높지만, <신사의 품격>은 어떤 식으로든 반전을 주리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선선히 인정되고 심지어 최윤을 통해 이미 유전자검사를 통해 김도진과 콜린의 유전자가 99.9%나 일치하는 사실을 통해 확인사살을 시켰다!
자! 그렇다면 왜 <신사의 품격>에선 굳이 한국 드라마에선 너무나 많이 써서 진부한 ‘출생의 비밀’을 들이밀었을까? 드라마상에서 김은희는 김도진을 사랑했고, 실수로 임신하게 되었다. 당연히 20대 초반의 그녀는 놀랐고, 처음에는 지우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뱃속의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낳고 싶어졌다. 모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부정은 어떤가? 최윤과 임태산의 대화에서 그 힌트가 있다! 최윤은 만약 콜린이 임태산의 아이라면?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해 임태산은 당연히 ‘키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41살의 그가 아니라, 20살 때의 그라면? 그건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20살의 남성은 부잣집 아들이 아니라면 한 여인과 아기를 키우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은희가 나중에 김도진과 재회해서 한 이야기지만, 아마도 남자로선 ‘지우라’고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정하긴 싫지만, 오늘날 20살의 남자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것은 사실상 그의 ‘꽃다운 인생은 끝났다’라는 선고와 다름없다! 그가 만약 아기를 키우기로 작심했다면, 학업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을 전전하다가 그저 그런 봉급쟁이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한 건축사무소의 번듯한 소장이 되어있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신사의 품격>은 콜린을 통해 ‘신품’을 단순히 로맨틱 드라마에서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로 격상시킨 것이다! 사실 <신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상위 1%의 사람들이다.
이정록의 아내 박민숙은 청담동의 거리를 가진 그야말로 부자다! 임태산과 임메아리는 부잣집 자제로 삶에 여유가 넘쳐흐른다. 최윤 역시 변호사로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신품’에 40대 남자가 네명이 주인공이면서도 그들이 ‘사랑놀음’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숨겨진 아들이 있었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진다. 그들은 20살때엔 그저 무능력한 젊은 청년에 불과했다. 따라서 모든 것을 완벽하려고 했던 김도진은 특유의 말투로 첫사랑 김은희에게 틱틱거리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가 20살 때 콜린의 존재를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매우 어렵다고 본다. 우리가 상위 인간들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경멸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가 살면서 겪는 삶의 문제를 별로 겪지 않기 때문이다.
몇푼 안되는 돈 때문에 누군가에게 아쉬워하는 소리를 넘어서서 말도 안 되는 이자의 사채를 끌어써야 하는 삶을 그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이를 키우면서 비싼 과외를 비롯하여 해외연수를 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돈이 없어 해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을 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갑작스런 사고로 변호사가 필요한데, 비싼 수임료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가 <신사의 품격> 같은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서 웃고 즐거워하고 또 한편으론 동경하면서도, 뜬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또 한편 생각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콜린의 등장은 김도진을 비롯한 네 남자를 현실로 추락시킨다! 그리고 그들이 당황해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할 수 있는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김은숙 작가는 아이 같지만 절대 비겁하지 않는 네 남자를 이젠 판타지를 넘어서서 현실로 우리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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