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렇게 잔인한 드라마라니! ‘골든타임’

朱雀 2012. 9. 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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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골든타임의 내용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이사장 대행에 취임한 강재인은 세종대병원이 헬기사업에서 탈락한 이유를 할머니를 통해 들었다. 이유인 즉 슨, 한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잘 아는 병원에게 헬기를 주기 위해 룰까지 바꿨다는 소식이었다.

 

누구보다 중증외상센터를 만들고 싶어하는 강재인에게 그건 힘빠지는 소리였다. 그뿐인가? 연이어서 세중병원이 외상센터 지원을 받기엔 어렵다는 소식이 연이어져 들어왔고,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수술장마저 수술위원회가 열리는 바람에 빼앗기고 말았다.

 

자신이 노력해서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빼앗기고 지켜내지 못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녀로선 힘빠지고, 자신의 노력이 헛되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민우는 또 어떤가? 그는 1톤 트럭에 치인 환자가 테이블 위에서 죽는 것을 봐야만 했다. 심지어 가족이라고 온 이들이 이제 겨우 열 살 남짓의 남매라 더욱 가슴 아픈 경험을 해야했다.

 

의사로서 환자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인턴 휴게실에 찾아온 강재인과 이민우가 나눈 대화는 더욱 그래서 의미가 깊다.

 

누구나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고 싶어하고 또 보람을 찾고 싶어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그런 게 아니더라고.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자리를 잠깐이나마 맡으면서 느꼈어. 내 진심과 내 노력으로도 안 되는 일이 많구나. 아니, 너무 많구나.”

 

몰랐냐? 심지어 노력과 진심이 배신당할 때도.”

 

그렇지. 그렇다고 내가 민우샘에게 막 살아도 된다고 말한 거 아닌 거 알지?”

 

새삼 강재인의 명대사에 가슴이 콕콕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 역시 20대에 엄청난 노력을 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나빠진 집안형편과 몇 가지 악재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그 순간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1년 가까이 이리저리 바람에 부는 잡초처럼 살았던 기억이 있다.

 

만약 지금이었다면, 조금 실망했다가 툭툭 털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간절했기에 그 실망감과 좌절이 너무나 컸다. 아마도 그땐 지금보다 너무 순수했기에, 당시엔 내겐 적절한 조언을 해줄 이가 없었기에 더욱 많이 방황한 것 같다.

 

정말 살다보면 진심과 노력이 배반당할 때가 많다. 그럴땐 정말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생긴다. 그러나, 노력과 진심으로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세상이다.

 

우린 흔히 노력한 만큼 보상이 뒤따른다고 부지불식간에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선 <골든타임>은 정말 잔인했다! 의사가 환자를 돌보면서 얻는 기쁨은 응급상황의 환자를 살리고, 자신이 수술한 환자가 점차 나아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리라.

 

그러나 앞서 말한 바 대로 이민우는 교통사고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심지어 자신이 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피를 토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아직 젊은 이민우와 강재인이 각각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것을 지켜보는 만드는 <골든타임>은 정말이지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을 거치면서 이민우와 강재인은 한뼘씩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오늘날 의료계의 현실 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까지 말하는 <골든타임>은 새삼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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