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황세현 정형외과 과장의 절친한 후배가 세중병원의 과장 4총사를 모시고 요트낚시를 가기로 했다.
김호영 신경외과 과장은 강대제 이사장의 상태 때문에 거절하고, 나머지 세 명의 과장이 놀러가리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가 났고, 황세현-김민준-나병국 과장은 조금 다친 정도 인데, 운전대를 잡은 황세현 과장의 후배는 엄청난 타격을 입어서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고 만다.
다행히 의사가 세명이나 있고, 응급차가 바로 와서 세중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지만, 막상 세중병원의 실세인 세 명의 과장이 있고, 각과에 콜을 해서 세중병원의 핵심 인력들이 모인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면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 와중에 환자는 심장마비가 오고, 격론이 오고가는 도중에 결국 수술장으로 일단 올라가기로 한다. 그러자 보다못한 이민우가 한마디를 한다! 바로 ‘최인혁 선생님께 콜할까요?’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골든타임>의 현실풍자에 그만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 세 명의 과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돌아보고, 레지던트와 인턴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이민우를 바라보던 그 마지막 장면은 웃음과 더불어 입안에 씁쓸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단 이민우는 왜 최인혁을 찾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이 상황에선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세 명의 과장은 분명히 스탭으로 각과의 최고 전문의들이긴 하다. 황세현 과장은 정형외과로, 김민준은 일반외과로, 나병국은 응급의학과로. 그러나 세 명은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를 넘어가는 상황에 오면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는 한 두군데가 다치는 게 아니라 여러 장기와 신체 부위가 다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전문적으로 보던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그것도 분초를 다투는 위급상황에서 아무리 각과의 전문의라도 세 살 먹은 어린아이처럼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과장들이 애초에 최인혁을 부르지 않은 것은 ‘그보다 자신들이 낫다’는 우월의식 내지는 깔보는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왜? 그들도 같은 의사이고, 각자 자신의 과에선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현대인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현대인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감정이 앞서고 자신의 실력이나 능력은 과신하기 일쑤다.
아마 세명의 과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진 가운데는 ‘최인혁 교수 한테 물어보는 게 나을텐데’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 명의 과장들의 성격을 잘 알고, 그들이 자신의 체면과 위신을 중요시 하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입조차 뻥긋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이민우는 오로지 환자를 살릴 생각에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래서 감히 일개 인턴나부랭이 주제에 세 명의 과장이 있는데서 ‘최인혁 교수님께 콜할까요?’라는 발칙한 언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사의 본분은 무엇인가? 환자를 고치고, 무엇보다 살려내는 것이다! 이런 의사의 본분에 대해 21화에선 소방방재청에서 헬기를 도움받기 위해 최인혁 등이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10년 동안 산불이나 끄러다닌 소방방재청은 중증외상환자를 실어나르는 일에 대해 갖가지 핑계를 댄다. 헬기 바람 때문에 돌 등이 튀어서 차에 흠집이 나면 누가 수리비를 물어줄 것인지, 심지어 한번 헬기 뜨는데 500만원 인데 그 돈이면 독거노인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은지 등등.
그런데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예전에 무상급식이 한참 화두로 떠올랐을 때, 그 돈으로 ‘불쌍한 이웃을 돕자’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 이건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2만불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경제력이면 우리 아이들 급식을 본인 부담 없이 먹이고, 독거노인들을 나라에서 동시에 보살필 수 있는 수준은 된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나라 예산이 제일 중요한 국방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예산은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해서 동시에 하지 않던가? 무상급식과 독거노인을 돕는 것은 동시에 해야 한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 경제규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건 돈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해 최인혁의 말은 걸작이었다!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두 남매의 이야기를 하면서, ‘두 아이를 먹이고 입히기 위해서 (나라가) 써야할 돈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500만원 이상은 되지 않겠습니까?’라는 식의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한 아이가 대학생 졸업할때까지 최소 2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벌어서 두 아이를 학교까지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없어짐으로써 두 아이는 고아가 되버리고 말았다.
만약 헬기가 있어서 30분 이내로 빨리 들어왔다면 아버지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은 남아있는 가족들에겐 커다란 아픔과 고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 앞에서 돈을 운운한다는 것은 너무 핑계가 아닐까? 특히 '사람 목숨값이 원래 좀 비쌉니다'라는 말은 특히 21화의 명대사로 <골든타임>의 명대사 어록에 기록되어 길이길이 보전되지 않을까 싶다.
<골든타임>은 이제 2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사회의 모순을 꼬집고 풍자했다.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과신하고, 밑에 사람들은 이를 눈치보느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예산과 자신의 체면을 중시하는 모습은 무언가 정말 잘못된 것이 아닐까?
너무나 역설적인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그것이 너무나 현실적인 오늘날의 모습이기에 마냥 웃을 수 없었던 명장면. <골든타임>은 21화에서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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