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가위나 설날이 되면 이제 공중파에서 아이돌들을 모아서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일은 정규적(?)인 편성이 되어버린 것 같다. 마치 연중행사처럼.
그중에서도 MBC에선 올림픽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운동경기를 모아놓고 하는 편이다. 이번 <천하장사 아이돌>의 경우엔 그나마 안심이 된 게올림픽처럼 여러 종목이 아니라, 씨름 하나이기 때문에 아이돌들이 다칠 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준 것이었다.
육상 경기 등은 뛰다가 트랙에서 넘어질 경우가 많아서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천하장사 아이돌>에서도 자막이 나갔지만, 아이돌들은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를 뛰는 것은 부상의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모래판 위에서 벌어지는 씨름은 부상확률이 적어서 다행이었지만, 여자부 경기 중 예원의 얼굴이 상대편과 부딪치면서 자칫 부상이 날 뻔 했었다.
새삼 부상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올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올림픽의 경우 아무래도 종목이 많다보니 우승을 해도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번 <천하장사 아이돌>의 경우 각각 여자부와 남자부에서 우승 한명씩 배출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아이돌들간의 경쟁이 불꽃 튀었다.
왜? 신인 그룹의 경우 상대적으로 예능에서 활약할 기회가 적지 않던가?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우승을 해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일례로 구하라의 경우 예전에 <달콤한 걸>에서 육상 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줘서 카라가 유명 걸그룹이 되는 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카라-시크릿 등의 유명 그룹이 아닐 경우, TV출연이 적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걸그룹도 많았다. 레인보우 등이 그랬다! 남자 아이돌의 경우 처음 보는 그룹도 많았다.
여자부의 경우 쥬얼리의 예원이 어렵게 애프터스쿨의 가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소감에서 ‘1년 동안 쥬얼리 앨범이 안나와서 힘들었다. 전 이렇게 (씨름대회) 1등을 해서 앨범을 내려 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농담이지만 농담처럼 듣기 어려운 것이 인기와 기획사의 사정 등 때문에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걸그룹 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농담처럼 들리질 않았다.
다행히 우승소감을 묻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10월 둘째주에 앨범이 나온다’라는 말을 듣고, 정말 농담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심사위원을 본 이만기가 걸그룹 멤버들이 씨름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씨름의 미래가 밝다’는 말도 무척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전통씨름은 이미 외면을 받아온지 오래되었다. 누구보다 씨름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만기로선 무척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인피니트, 틴탑, 카라, 애프터스쿨 등등 인기 좋은 아이돌들이 총집합해서 우리 민족의 씨름 대회를 열었고, 거기서 의외로(?) 높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최선을 다하니 이만기로선 기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돌의 팬들이 씨름까지 관심을 가져다준다면? 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씨름에도 관심을 가져존다면?' 이라고 생각하면 희망적일 테니 말이다.
<천하장사 아이돌>는 한가위 특집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유명 그룹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거나 신인 그룹들이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비추고, 각자 노래와 춤이 아니 예능도 아닌 체육이란 다른 방식으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이돌들의 이런저런 사정과 국내 씨름계의 현실까지 보태줘서 의도하지 않게 보여지니. 씁쓸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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