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녕하세요’는 한편의 반전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첫 번째는 28살인데 40살로 보이는 한 청년의 사연이었다. 그는 초등학생때 이미 다른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으로 오해받을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중학교때는 호프집을 드나들고 고등학교때는 나이트클럽에 출입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나이트클럽에 갈 나이가 되니 문앞에서 웨이터가 착각해서 성인나이트를 가라고 면박을 줄 정도였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은 큰 체격과 얼굴 때문에 요샛말로 ‘노안’으로 오해받기 쉬운 타입이었다. 그는 외모 때문에 100여곳이 넘는 곳에 면접을 갈 정도로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들 때문에 소극적이고 콤플렉스 투성이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트로트 가락을 구성지게 뽑아내고, 비트박스를 현직 아이돌과 맞먹을 정도로 해내며, 코믹댄스로 방청객까지 포복절도케 하는 넘치는 끼를 발산했다.
정말 고민과는 달리 반전매력이 넘쳐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결정타는 세 번째 사연이었다. 이제 고등학생인 여학생이었는데, 집에서 뚱뚱하다고 놀림받아서 스트레스를 받은 인물이었다.
언니가 방송에서 뚱뚱하다고 구박하고 어머니도 딸이 언니에 비해 뚱뚱하다고 뭐라고 하는 장면은 ‘너무 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어머니와 언니가 동생이 살이 찌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할아버지와 고모가 근래에 암으로 돌아간 사건 때문이었다! 암은 발생원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 가족력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딸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기분이 나쁠텐데도 직설적으로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새삼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방송의 위력에 대해 고민케 했다.
사연자가 후폭풍을 두려워해서 밝혔지만 사연만 놓고 보면 친언니와 엄마가 공모(?)해서 (사연자를) 단순히 뚱뚱하다고 구박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사랑하는 가족을 암으로 먼저 보내야만 했던 아픔이 있는 가정에서 살이 찌는 것에 대해 다소 민감하는 반응하는 것 뿐이었다.
이런 반전은 가슴도 아프지만 <안녕하세요> 제작진의 고민이 읽혀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방송에 소개된 내용만 보고 사건과 사람에 대해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능이란 특성상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이야기만을 간추려서 그것도 각색해서 방송하기 쉽다. 만약 뚱뚱하다고 가족에게 지적받는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숨겨진 사연이 이야기 되지 않았다면, 언니와 엄마는 네티즌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사연자와 가족에게 2차 충격과 상처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연을 다소 재밌게 포장하면서도 숨겨진 사연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안녕하세요>는 재미와 더불어서 반전이란 흔치 않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여겨진다. 부디 앞으로도 좀 더 출연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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