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전지현의 끝없는 추락, 과연 출구는?

朱雀 2009. 6. 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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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오보되었던 <블러드>의 악평이 인터넷을 횡횡하고 있다. 실제 원작 애니가 제작된 일본에서도 처참할 정도의 흥행을 기록한 걸 보면,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본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작품도 흥행은 물건너 간 듯 싶다.

17차와 엘라스틴을 비롯한 CF에서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연기자로서 전지현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간 것 같다. TV드라마 진출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전지현은 97년인가? 98년인가? 삼성 프린터 선전에서 테크노 댄스를 추는 걸로 유명해졌다. 섹시한 그녀의 몸짓은 아직 무명이었던 신인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고, <내 마음을 뺏어봐>, <해피투게더> 등에 출연하면서 신인으로선 녹록치 않은 연기력과 청순한 외모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콱 찍었다.

비록 흥행은 못했지만 그녀가 1999년 첫 영화데뷔작인 <화이트 발렌타인>에선 나이차가 무려 14살이나 나는 박신양과 괜찮은 연기호흡을 맞추며 역시 관객에겐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000년 이정재와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는 <시월애>로 5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여배우로서 발돋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2001년 그녀의 최대 히트작인 <엽기적인 그녀>로 무려 4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최고의 주가를 날리는 여배우로 등극했다.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를 잘 소화했다. 예쁜 얼굴과는 판이하게 다른 왈가닥에 제멋대로인 캐릭터는 어리버리한 차태현의 코믹연기와 상승효과를 불러 일으키며, 10년 가까이 ‘엽기적인 그녀’ 이미지 하나로 버티게 해주었다(설마 전지현 본인도 이럴 줄 몰랐겠지만).



전국에서 480만명을 동원하며 전지현의 전 세계에 알린 출세작. 허나 전지현의 연기력과 이미지는 <엽기적인 그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벌써 10년이 가까워 오건만

허나 그 이후 그녀가 출연한 모든 영화는 줄줄이 실패했다. 박신양과 호흡을 다시 맞춘 <4인용 식탁>은 어린 그녀가 기면증을 앓는 부인으로 출연하기엔 너무 무겁고 맞지 않는 옷이었다. 717,494명의 관객을 모았지만 이는 순전히 <엽기적인 그녀>덕택이라 생각된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녀의 ‘엽녀’때와 다른 모습은 관객들에게 외면을 당하기 충분했다.

곽재용 감독과 다시 손을 잡고 <엽기적인 그녀>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약 2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엽기적인 그녀>때와 차별없는 연기와 수많은 PPL 그리고 매끄럽지 않은 전개와 오버로 점철된 화면으로 인해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이후 2005년 <데이지> 2007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등에 출연했지만, 각각 약 1백만명과 56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좋질 않았다.

그리고 오랜 소문(?) 끝에 오는 6월 11일 개봉예정인 <블러드>는 이미 참혹할 정도의 혹평이 시사회를 보고 나온 평론가와 관객들에 의해 인터넷을 횡횡하는 지경이다.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우선 전지현의 소속사는 너무 그녀의 신비주의에 골몰했다. 그녀가 유명해진 시점인 <엽기적인 그녀>이후 소속사는 너무 그녀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영화외엔 일체 출연을 삼갔다. 덕분에 데뷔 10년차가 넘었지만 그녀가 출연한 작품이라곤 겨우 영화 8편과 TV드라마 2편에 불과하다.

1년에 한 작품꼴로 한 셈이다. 이건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절대 출연수가 부족하다. 전지현이 <엽기적인 그녀>이후 연기에 전혀 발전이 없는 것은 출연작이 너무 적은 탓이다! 소속사는 <엽기적인 그녀>로 높아진 그녀의 위상을 바탕으로 비싼 광고료 수입과 해외 영화 출연을 타진하는데 매진했으며, 확정되지 않은 사실들을 흘렸다.

덕분에 <블러드>는 할리우드 진출작이 아님에도 언론에서 ‘할리우드 진출작’이란 오보까지 터져나왔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으나, 소속사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전지현이 외국 영화사와 잘 협의되어 출연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다른 아시아계 배우들이 보여주듯이 해외영화에 출연하기란 문턱이 매우 높다. 설사 배역을 잡는다해도 주연급 역할을 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홍콩 영화 최고의 주가를 날리던 성룡과 이연걸, 주윤발 들이 보여준 것이 좋은 예리라.


황정민의 열연이 돋보인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오랜만의 국내 영화에 출연했건만, 겨우 약 5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작품의 후반부가 미흡했고, 전지현의 캐릭터는 '엽녀'에서 도통 벗어나질 못했다. 월드스타를 꿈꾸는 그녀에게 '꿈은 멀다'란 인식을 관객의 뇌리에 심기에 충분했다.

소속사가 하늘위에 걸린 뜬구름을 잡는 사이에 시간은 훌쩍 지났고, 전지현의 연기는 고정되었다. 가장 최근 출연작인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보자! 전지현이 여기서 보여주는 캐릭터는 이럴수가! ‘엽기적인 그녀’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질 못했다.

험한 욕설을 입에 달고 살고 남자 못지 않은 행동력을 보여주는 송수정 역에서 관객은 너무나 쉽게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지만, 영화에서 전지현은 그 이상의 연기력은 전혀 끌어내질 못했다.

오늘날 수많은 여배우들이 스크린과 TV에서 등장하고 있다. 연기력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면, 전지현은 아마 고소영처럼 광고나 찍다가 연예계에서 사라질 거다. ‘고소영’도 그렇고 ‘김태희’도 그렇고 ‘전지현’도 자신들의 강력한 이미지를 통해 광고나 찍으며 수익을 챙기것밖에 못하고 있다. 이 세 여배우가 연기로 관객에게 감흥을 준 적이 도대체 언제인가? 그나마 전지현은 낫다. <엽기적인 그녀>라도 있으니까.

전지현은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엽녀’이미지를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말고 출연해야한다. 다른 사람은 뭐라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김희선은 그닥 연기를 잘 못했지만, 워낙 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다보니 연기력이 나아진 대표적인 사례라 여겨진다. 초창기의 전지현을 떠올려보면 그녀는 분명 떡잎이 보이는 배우였다. 지금이라도 여러 드라마 등에 출연한다면 그녀는 멀지 않은 시일내에 좋은 연기력을 보여주리라 생각된다.

전지현은 데뷔한지 10년이 넘는 중견배우다. 그런 배우의 출연작이 겨우 10개에 지나지 않는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닌가? 계속 지금과 같은 고자세로 관객과 괴리된채 혼자 도도한 척 군다면 전지현은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전지현은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바로 연기자는 연기로 관객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영화리뷰 모읍니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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