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책소개도 이젠 예능이다! ‘비밀독서단’

朱雀 2015.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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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vN에서 새롭게 시작한 프로가 하나 있다. 바로 ‘비밀독서단’이다.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지만, ‘비밀독서단’은 책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과정은 다섯명의 단원들이 한권씩 책을 추천하고, 맨 마지막에 그중 한권을 ‘해결책’이란 이름으로 뽑는 것이다.



당연히 프로에서 출연자들은 다른 이가 들고온 책의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 조승연 작가가 ‘잠언과 성찰’을 들고 나오자마자 ‘제목부터 어렵네’라면서 치고 나오고, 어느 정도 소개하자 신기주 기자는 ‘(잠언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라면서 본격적인 공격을 해온다.



물론 단순히 다른 책의 약점만 뜯어보는 것은 아니다. ‘비록 어렵긴 하지만 분명히 ‘잠언과 성찰’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지만, 삶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40대 이상이 본다면? 더 많이 느낄 수 있다’란 식의 합의(?)가 이뤄진다. 






‘비밀독서단’은 정찬우 단장을 필두로, 데프콘, 예지원, 김범수, 신기주, 조승연이 함께 한다. 한참 예능대세로 떠오른 데프콘은과 희극인 정찬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윗과 골리앗’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정찬우는 뜬금없이 자신이 6살때쯤 천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선생님이 시키면 나와서 ‘한시간이나 떠들었다’는 것을 증거로 든다.



즉 그는 어린 시절부터 희극인의 싹을 보였다는 거다. 그러자 데프콘은 한술 더 뜬다. 다섯 살때 아버지 가게에 나와서 다른 가게들의 간판들을 보면서 랩을 떠들었노라고. 둘의 자존심이 걸린 허풍대결(?)은 보는 이를 웃게한다. 예지원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을 잘 드러낸다. ‘선X을 날려라’처럼 다소 격한 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업시킨다.








이전까지 책을 소개하고, 책의 내용을 짧게 소개하는 프로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비밀독서단’처럼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읽고 싶다’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방송은 참으로 처음인 듯 싶다. 북토크쇼를 지향하는 ‘비밀독서단’은 가벼운 분위기와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너무 진지하고 지루해질 것 같으면 해당 출연자의 말을 빠르게 보여주거나, 심지어 통편집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동시에 개성 강한 출연자들이 서로 치고 받는 과정에서 이전의 토크쇼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입담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책소개와 책의 핵심내용을 뽑아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송곳’처럼 웹툰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 ‘동화독본’처럼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 ‘잠언과 성찰’처럼 상당히 무거운 책도 모두를 동일한 선에서 두고 비교하는 모습은 ‘비밀독서단’이 쓸데없는 엄숙주의나 권위주의를 가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랄까?









‘비밀독서단’은 책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은 단지 가능성을 제시한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책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고,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이 각자의 삶에서 어떻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의 의지를 불태웠는지 말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책을 선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책을 놓아 한명이라도 더 책을 볼 수 있도록 ‘북크로싱’ 을 하는 것도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책을 읽는 이들이 날마다 줄어드는 요즘 현실에서 가볍지만 절대 얕볼 수 없고, 재미와 재식을 함께 한 ‘비밀독서단’은 상당히 매력적인 프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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