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이하 ‘스누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스누피’를 TV에서 보던 때가 떠올랐다! 너무 오랜만에 본 탓에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제외하면 이름도 낯설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얼굴들을 보니 몹시나 반가웠다.
뭐랄까? 동창회에서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난 느낌이랄까? 솔직히 말해 요즘 너무 재미있는 애니를 많이 본 탓에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는 좀 밍밍한 느낌이었다. 영화 자체가 찰리 브라운이 새로 이사온 빨간 머리 소녀에게 반해 그녀의 마음에 들고자 애쓰는 것이 줄거리의 전부다.
각종 강력사건은 물론이요, 은하계급 스케일이 흔하디 흔한 요즘(?)에 ‘스누피’의 내용과 동네 정도의 스케일(?)은 너무나 작고 소소하다. 그러나 새로 반한 이성에게 다가가고자 애쓰면서 동시에 보기만 해도 너무 부끄러워서 숨어버리고 마는 이중적인 모습(?)은 어린 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찰리 브라운은 생각이 너무 많은 아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운도 없다. 그는 연날리기를 좋아하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고, 야구를 좋아하지만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뭘해도 되는 게 없는 아이. 그게 찰리 브라운이다. 그러나 찰리 브라운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왜냐하면 너무나 선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준비했던 무대를 포기하고, 착오로 일어난 명예를 기꺼이 포기할 줄 안다. 말은 쉽지만 그가 보여주는 정직과 용기는 절대로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심하고 겁많고 말많은 찰리 브라운은 답답하지만 매력이 있다.
‘스누피’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어찌보면 제목에 나오는 강아지 스누피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그는 춤이면 춤, 비행기조정(?)이면 조정. 못하는 게 없다. 개로 태어난 게 아까운 팔자라고 할까? 때론 장난을 치지만, 함께 사는 찰리 브라운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조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스누피의 모습은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어찌보면 영화에 나오는 모든 등장캐릭터는 우리속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들일지 모른다-마치 ‘인사이드 아웃’처럼-. 영화에선 특이하게도 어른들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는 등장하고 말도 있지만, 그 말은 알아들을 수 없고, ‘있다’는 느낌만 주지 그림자조차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화속 이야기는 찰리 브라운을 비롯한 어린이들이 이끌어 나가고, 관객들도 그들에게 시선을 맞춰 보게 된다.
어찌보면 어린이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지 모른다. 그래서 학교에서 시험을 보거나 예쁜 전학생의 등장은 인생을 뒤흔들만큼 커다란 사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자라서 생각해보면 그건 사소하게 보인다. 그러나 사실 우리 인생이 그런 건 아닐까?
지금은 중요하고 커다란 일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또 그렇게 보이는 건 아닐까? 극중 찰리 브라운은 늘 실수 투성이에 되는 일 없는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는 영웅이 되어서 빨간 머리 소녀앞에 나타나고 싶어한다.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할 것이다.
작은 사건과 소소하고 일상적인 작품의 진행은 자칫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여태까지 다른 애니들에선 느껴보지 못한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찰리 브라운의 그런 마음은 너무나 이해된다. 그러나 결국 영화에서 빨간 머리 소녀가 반하게 되는 것 역시 찰리 브라운의 평소 모습이었다. 늘 불만과 부족해 보였던 그의 모습이 빨간 머리 소녀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어찌보면 부정적인 관점이 아니라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라’가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서두에 밝혔지만 ‘스누피’는 어찌 보면 루즈하다 못해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이야기구성과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요즘, 소소하고 작지만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톤과 메시지는 충분히 매력적이라 여겨진다.
여기에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비롯한 각기 개성이 뚜렷한 그리고 선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또 다른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준다. 1950년에 탄생한 이래, 60여년이 넘도록 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는지 재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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