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복수는 신의 것이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朱雀 2016. 1.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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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또 다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도전하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는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한겨울의 로키산맥의 혹독함을 톡톡히 담아냈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휴 글래스란 인물은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서부 개척시대 초기인 19세기가 배경인 영화는 시작부터 사냥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가죽을 손질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갑작스런 화살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바로 인디언의 습격! 백인들은 이에 맞서면서 가죽을 사수하기 위해 애쓴다.


사방에서 인디언과 백인들이 죽어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 그 자체다! 작품에서 휴 글래스는 인디언과 결혼해서 호크라는 아들을 두고 있다. 그러나 휴 글래스는 정찰을 나갔다가 회색곰의 습격에 의해 엄청난 부상을 입게 되고, 아리카라족에게 쫓기던 일행은 휴 글래스를 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앤드류 대위는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와 짐 브리저(월 폴터)에게 ‘죽기 전까지 보살펴주고, 죽으면 묻어주라’는 명령을 내린다. 물론 여기엔 휴 글래스의 아들인 호크가 동참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휴 글래스에게 불만이 많았던 피츠제럴드는 아직 살아있는 그를 죽이려 하고, 이를 호크가 막아서자 죽이고 만다. 뒤늦게 나타난 브리저에겐 ‘인디언이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해서 휴 글래스를 무덤에 버려놓고 도망가기에 이른다.


‘레버런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웅장한 북아메리카의 산맥을 보여준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를 정도로 흰눈이 온통 쌓인 풍경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얼마나 혹독한 환경일지 느끼게 해준다. 영화 초반 휴 글래스와 회색 곰이 펼치는 사투는 이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휴 글래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절하기 이를 데 없으며, 끔찍하기 그지 없다. 무엇보다 ‘레버넌트’에서 빛나는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처절한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극 초반 회색곰에게 엄청난 공격을 당하고, 거의 반신불수에 이른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로 환자같다.





또한 죽을 위기에서도 처절한 생존본능과 기적적인 우연으로 조금씩 몸을 회복해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인디언은 기존의 서부영화와는 다르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처음에는 백인들을 습격함으로써 ‘가해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휴 글래스 일행을 습격한 아리카라족은 사실 땅을 뺐기고, 가죽을 얻기 위한 백인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짐승의 씨가 마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한 인디언의 모습은 참으로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즉 피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인디언은 동시에 휴 글래스에게 아내와 아들을 주었다. 따라서 인디언은 ‘레버넌트’에선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죽을 위기에 있던 휴 글래스를 우연히 지나가던 인디언이 돕는 광경은 새삼 평화로운 인디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레버런트’는 ‘복수’를 내세웠지만 복수 자체는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영화는 휴 글래스가 그 여정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더욱 밀도깊게 보여준다. 또한 혹독한 로키 산맥의 겨울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함께 그려나간다.





그러면서 ‘복수’의 의미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에서 휴 글래스의 복수의 대상인 피츠제럴드는 대단한 인물이 아니다. 그 역시 모피회사에 취업한 한 명의 사냥꾼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그는 거칠고 제멋대로이며 호크를 죽였고, 휴 글래스마저 죽이려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도망가기 바쁜 약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레버런트’는 우리가 다른 서부영화에서 보았던 인디언의 신비한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그건 혹독한 로키 산맥을 살아가야 했던 부족에게 서구유럽인이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시선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선 누구도 한쪽의 상황을 계속 가져가질 못한다.


휴 글래스는 처음엔 피츠제럴드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결말부엔 오히려 그를 위기에 몰아넣는다. 휴 글래스는 영화상에서 아리카라족과 대립하지만, 동시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휴 글래스는 모피회사에서 일하지만 그는 한때 아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미군병사에게 총을 쏘는 행동을 했다.


‘레버넌트’에서 선과 악을 쉽게 이분법해서 말하기란 어렵다. 물론 영화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백인들은 자신들의 욕망 때문에 원주민인 인디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악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복수를 위해 기꺼이 총과 칼을 든 인디언들 역시 악에 물들지 않았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인공인 휴 글래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한때 인디언 마을에서 살았고, 아내와 아들과 행복했다. 그러나 어느날 습격한 미군에 의해 마을은 잿더미가 되고, 아들마저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린다. 그는 결국 미군병사를 쏘았고 아들을 살렸다.


‘레버런트’에선 아무런 죄없이 프랑스인에 의해 혹은 미군에 의해 파괴된 인디언 마을을 보여준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지만, 이미 몰살된 후의 광경은 그것만으로도 끔찍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인디언을 사람으로 아니라 야만인이나 짐승으로 취급하는 모습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또한 피츠제럴드가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을 성경의 말씀을 빌어 ‘정당화’시키려는 태도는 서구유럽인이 북미대륙은 물론 지구상 곳곳에서 자행한 일(대항해시대, 미국 서부개척기 등등)인 것을 알면서도 그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자연을 믿고 자연 그대로 살려고 한 이들이 백인들의 폭력에 의해 사라져간 것은 끔찍하다.


물론 ‘레버런트’에선 그런 모든 것이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인디언이 미국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에겐 씁쓸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단순한 ‘복수극’을 차용했음에도 그 안에서 미국 서부 개척시기의 명과 암을 모두 다뤄낸 ‘레버런트’는 수작이라 칭할 만 하다. 또한 복수를 인간의 것이 아니라 신의 것이라 말하며, 결말에서 생각할 여지를 던진 장면은 영화를 다시금 곰씹어볼 계기를 만든다.



영화는 156분에 달하는 상당히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지루할 만한 구석이 없다.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의 불꽃튀는 연기대결과 장대한 북아메리카 산맥의 설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표값은 톡톡히 해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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