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세 번 무시당한 비담, 불쌍했다!

朱雀 2009. 9. 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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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35화에서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가장 빛난 인물은 김유신이었다. 엄태웅은 비담과 벌인 결승전에서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억울하게 기소(?)되어 풍월주 자격을 박탈당할 위협에 처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그의 자세가 인정되어 칠숙의 공격을 10번 받아내면 무술비재에서 우승한 것으로 치기로 한다. 하지만 칠숙은 현재 문노를 제외하곤 상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인물. 그의 공격을 한번만이라도 받아내는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다(그의 엉망진창인 몸으론 말이다). 그러나 김유신은 그런 불가능한 일을 해냈고, 그 과정에서 모든 화랑도들의 열렬한 지지를 자아냈다. 무술대회에서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을 실로 잘 표현한 35화라 할 수 있다.

반면, 유신의 빛나는 승리와 대조적으로 비담은 처참한 대우를 받아야만 했다. 첫 번째 시작은 그의 사부인 문노로부터 시작된다. 문노는 비담에게 자신과 떠나자고 제안한다. 비담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을 파문하려고 한게 아니냐고 묻는다. 이에 문노는 ‘아직 배울게 많구나’는 식으로 말하며 파문의 '파'자도 꺼내지 않는다. 오히려 비담은 자신이 정당하지 못한 대결을 했으니 파문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따져물을 정도다. 그러나 문노는 “아직 가르칠게 많다”며 파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다소 뜻밖의 말에 비담은 약간 감동을 받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도 잠시, “...네놈이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정말 유신을 이겼을지 난 모르겠다”고 말해 비담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비담은 여기서 아마 약간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우연히 마주친 미실은 아예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총명한 줄 알았는데, 무예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자가 없다는 오만함이 하나,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하고 원상화와 국선을 우습게 안 방자함이 둘. 이번 네놈의 계책은 어떤 사욕과 과신이 보이더구나. 마치 어린 소년이 소녀에게 ‘날 보아달라’ ‘난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 뭐 이런 거. 아니면 내가 관심좀 가져달라 부모에게 투정부리는 거.”


미실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를 댈때만 해도 비담은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이유를 들자 비담은 거의 울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너무 그의 마음이 콕 찝어 말한 탓이었다. 중요한 것은 미실은 거기에 더해 그의 감정을 비웃고 있다.

비담이 이번 비재에 참여한 이유는 전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함이 컷다. 자신의 출생을 안 비담은 신라를 삼킬 거대한 욕심에 사로잡힌 모양새다. 그는 자신을 위해 우선 덕만의 마음을 사기로 한다. 34화를 떠올리면 비담은 덕만에게 “유신이 풍월주가 될 것이다”라고 했으며 자신이 그렇게 만들겠다했다.

비담은 이번 무술비재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모두가 대단하게 여기는 비재에 홀연히 참가해 모두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고 누가 봐도 김유신보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져준 것으로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화랑도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자신을 낳아준 미실에게 ‘당신이 버린 나는 이 정도 잘난 인물이다’고 뻐기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후일 정략적 정혼을 꿈꾸는 대상인 덕만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렇듯 생모가 그의 마음을 콕 찝어내 비웃는 상황이었으니 그의 속이 얼마나 쓰라렸겠는가?


마지막으로 위안을 얻기 위해 찾아간 덕만은 그의 마음을 더욱 쓰라리게 했다. 비담은 덕만에게 혼나는 것을 각오했고 자신을 혼나는 것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덕만은 침상에 누워있는 김유신을 애틋한 눈길을 쳐다보며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비담의 얼굴은 이제 분노를 지나 절망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비담이 드라마상에서 “고맙다”란 말을 들은 최초의 인물이 아마 덕만이 아닐까 싶다. 덕만은 그의 인생에서 최초로 그를 인정해준 사람이다. 비담은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생모 미실은 그를 버렸고, 그를 키운 문노는 어린 시절의 사고 때문에 그를 자신의 마음에서 밀어내 버렸다.

물론 비담은 본래 성정이 잔인하긴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이다.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그런 연약한(?)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이번 무술 비재건이다. 비담이 지적했지만 그의 무술 실력은 워낙 빼어나서 현 화랑중에서 실력으로 그를 꺾을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만약 그가 무술 비재에서 이겨 풍월주가 될 수 있었자면 그는 분명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술 비재에서 이기면 각각 보종과 유신 그리고 자신이 1승을 거두게 되어, 인기투표로 뽑게 된다. 그럴 경우 보종이 풍월주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따라서 비담은 자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생모와 덕만과 문노와 화랑 전체에게 인정을 받고자 한 어린 아이스런 치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아마 비담은 이번 일로 크게 낙담했을 것이고, 각기 세 명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을 가능성이 높다. <선덕여왕>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으나, 이번 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자신의 사부를 죽이고 생모인 미실을 죽이거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덕만공주에 반해 반역을 일으킬 공산이 커졌다.

‘대의’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성격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린 시절 우린 따스한 관심과 인정을 받으며 비담은 그런 성장과정을 겪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삐뚤어져버린 건지 모르겠다. 비담의 아이같은 성격과 불쌍한 모습이 잘 드러난 에피소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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