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우린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 열광하는가?

朱雀 2016. 5.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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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기준으로 관객 480만명 돌파! 5월 5일에 5백만을 돌파하고, 아마도 8일이 지나면 8백만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 바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이하 ‘시빌 워’)’의 현재 흥행돌풍은 여러모로 할 이야기가 많다. 먼저 생각해보자! 우리가 언제부터 쫄쫄이 옷을 입은 영웅들의 이야기에 이토록 열광했는가?



‘캡틴 아메리카’의 첫번째 작품인 ‘퍼스트 어벤져’의 경우 누적관객수가 514,417명에 불과했다. 현재 ‘시빌 워’의 1/1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거다. 두번째 작품인 ‘윈터 솔져’의 경우엔 누적관객수가 3,963,220명이다. 그리고 ‘시빌 워’는 현재 기세대로라면 2016년 첫 천만관객 영화로 등재될 판이다. 슈퍼 히어로물은 초창기엔 외면받았다. 유치하다고. 하긴 생각해보면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 대장이 아닌가?



우리랑 아무 상관없는 미국 대장 이야기에 우리가 열광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거다. 그런데 ‘시빌 워’를 보면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는 더 이상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 그건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이야기를 쌓아올리다!


마블은 익히 알려진대로, 페이즈 1, 2, 3 이런 식으로 순서대로 이야기를 진행해왔다. 캡틴 아메리카, 토르, 아이언맨 등 이제 ‘어벤져스’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슈퍼 영웅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각각 개별적으로, 때로는 ‘어벤져스’로 함께 묶어서 활약을 펼치고 관객들이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보거나, 때론 ‘어벤져스’ 같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각 작품을 찾아서 보게 만들었다.



일례로 이번 ‘시빌 워’의 경우 최소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봐줘야 한다. 왜? 그 영화들과 내용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건 애초에 마블과 디즈니사가 노린 부분이기도 하고.









2. 현실적인 영웅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다!



전작인 ‘윈터 솔져’도 그랬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 역시 슈퍼 영웅이긴 하다. 그러나 그는 슈퍼맨처럼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헐크처럼 어마어마한 힘을 지닌 것도 아니다. 물론 그는 혈청을 맞고 일반인의 몇배에 달하는 힘을 낸다.



그러나 ‘시빌 워’에서 그려지듯이 그는 테러리스트 럼로우가 팔에 기계 장치를 단 것만으로도 버거워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 그는 슈퍼 영웅이지만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시빌 워’에서 많은 이들은 토르와 헐크가 나오지 않은 것에 아쉬워 한다.



그러나 토르와 헐크가 나온다면? ‘시빌 워’가 가진 현실성과 재미가 무너져 버린다. 물론 많은 이들이 지적하지만 아이언맨이 헐크에 대항하기 위해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선보인 헐크버스터만  입고 나와도 캡틴 아메리카와 버키는 상대가 되질 못한다.



그러나 루소 형제 감독은 슈퍼 영웅들이 등장하지만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인물이다. 그가 그럴 수 있는 것엔 70년전 사람이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다.



그는 구식인간이다. 따라서 자유와 정의처럼 현재는 사어에 가까워진 고귀한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실현하고자 애쓰는 인물이다. 아이언맨을 비롯한 슈퍼 영웅들이 ‘캡틴 아메리카’를 인정하고 심지어 존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엔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고귀한 이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아이언맨은 지극히 현대적인 인물이다. ‘시빌 워’에서 그가 ‘초인등록법’에 찬성하는 데엔 페퍼 포츠와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더불어 양심의 가책을 줄이고자 함이었다. 그가 나중엔 캡틴 아메리카의 의견을 수렴하는 덴 로스 장군의 감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3. 때론 그들도 실수를 한다.



‘시빌 워’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몇 개 있다. 그중 우선 스칼렛 위치가 초반에 캡틴 아메리카를 살리기 위해 럼로우의 자살폭탄을 막다가 실수로 나이지리아 호텔에 타격을 주는 장면이 있다. 폭발을 다른 곳으로 치우려다가 하필이면 호텔 주변에서 치워버린 탓이었다.



언론에선 어벤져스에게 맹공격한다. 그러나 사실 이건 잘못된 거다. 영화상에서 그려지지만 어벤져스팀은 생화학테러를 막아냈다. 만약 어벤져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환경이 오염되었을지는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데 그런 활약을 쏙 빠지고, 오직 어벤져스팀의 실수로 몇십명의 희생자가 나온 것에만 집중한다. 물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희생은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고, 이건 명백한 실수다. 그러나 모든 짐을 어벤져스팀에게만 안기는 건 무척이나 불합리하고 잘못된 일이다.



두번째는 비전이 실수로 워 머신을 추락시킨 사건이다. 원래 비전은 팔콘을 추락시키고자 광선을 쏘았다. 그러나 팔콘이 이를 피하면서 하필이면 워 머신이 맞았고 작동불능이 되어 제임스 로드는 반신불수가 되고 말았다. 이는 ‘슈퍼 히어로’는 늘 다치지 않았던 기존의 관습을 깨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심각하게 만든다.



그나마 운이 좋아서 산 것이지, 워 머신은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빌 워’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아울러 실수를 한 이들이 하필이면 새롭게 어벤져스에 합류한 두 명이란 사실에서 나름 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처음에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 역시 절친인 버키가 연류된 탓에 냉철하게 움직이지 못했고, 아이언맨 역시 스스로에게 매몰되어서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움직이지 못했다. 따라서 ‘시빌 워’에 나온 모든 이들은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한다. 




아이언맨의 절친인 워 머신이 죽을 뻔한 사건은 '시빌 워'의 분위기를 한층 무겁게 만든다. 기존의 마블 영화와 달리 '시빌 워'는 몹시나 어둡고 진중하다. 이는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되며 한층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게끔 만든다.




4. 악당이 아니라 슈퍼 히어로끼리 싸우다!



물론 ‘시빌 워’에는 숨은 악당이 있다. 바로 지모다. 그는 소코비아 사태에 대해 앙심을 품고 일부러 윈터 솔져로 분장해서 테러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대립하게 만들고, 심지어 결말부에선 윈터 솔져가 토니 스타크의 부모를 죽인 사건영상까지 틀어서 폭주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지모는 애초에 슈퍼 히어로와 상대할 수 없는 인물이다. 물론 특수부대 출신이지만 그는 인간으로서 ‘시빌 워’에 나오는 그 누구와도 상대가 되질 않는다. 따라서 그가 음모를 꾸미고 행동하는 것은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캡틴 아메리카는 70여년 동안 빙하에 갇혀있다가 세상에 나왔다.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미래에서 그는 고독함을 느낀다. 따라서 그가 페기 카터에게 느낀 감정은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빌 워’에선 페기는 결국 노환으로 죽고 만다.



그에게 비록 히드라에게 세뇌당해 온갖 암살과 범행을 저지른 버키는 무척이나 안타깝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 절친이었고, 유럽에서 활약하던 중 기차에서 떨어져 사망한 줄 알았던 친구가 살아있는 걸 알았을 때 그는 어땠을까? 살아있다는 사실에 기뻤을 것이고, 그가 온갖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사실에 안타까웠을 것이다.



아이언맨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캡틴 아메리카처럼 고매한 이상이나 신념은 없다. 그러나 현대인의 총합(?)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잘난 척 하고 싶어하고 누구보다 유머러스하다. 한꺼풀 벗겨보면? 두려움이 많고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사랑하고 죄책감에 휩싸이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한다.



그가 결말부에 윈터 솔져가 부모님을 죽인 사실을 알고 복수를 위해 달려드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그가 캡틴 아메리카와 서로 사생결단 직전까지 가는 모습은 이전의 슈퍼 히어로들과 다르다. 오히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윈터 솔져에게 달려들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복수를 포기하는 블랙 팬서의 모습이 우리가 익히 알던 슈퍼 히어로에 가깝지 않은가?



게다가 마지막에 캡틴 아메리카에게 ‘아버지가 만든 방패 놓고 가!’라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은 정말 찌질함이 넘쳐 흐르는 장면이다. 그러나 누구도 아이언맨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심정적으론 이해하기 때문이다. 같이 어벤져스로 활약했는데 자신이 아닌 윈터 솔져를 비호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은 충분히 서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아이언맨과 자신의 의지가 아닌 최면을 당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살인도구가 된 친구 버키를 지키고자 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은 어느 누구의 손도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 없게 만든다.




5. 땀내 나는 액션,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 선도 악도 없다!



‘시빌 워’의 가장 큰 장점은 쉴새 없이 이어지는 액션 장면을 들 수 있다. 물론 슈퍼 히어로 인 만큼 스티브 로저스가 헬기가 날아가지 못하게 한팔은 헬기 다리를 다른 한팔론 난간을 잡고 버티는 장면이나 앤트맨이 거인화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몇몇 장면을 빼면 몹시나 땀내나는 액션들의 연속이다. 계속해서 등장인물들은 뛰어다니고 치고 박고 싸운다. 우린 이런 종류의 액션장면은 스파이물에서 많이 봐왔고 그런 장면들은 ‘슈퍼 히어로’물의 외피를 지녔지만 얼마든지 쫄쫄이 패션만 빼면 그냥 액션영화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다.




영화 초반에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작정 싸우다가 마지막에 가선 복수를 포기하고 지모를 법의 심판에 맡기는 블랙 팬서의 모습은 사실 우리가 알던 슈퍼 히어로의 전형적인 타입이다. 따라서 '시빌 워'에서 가장 큰 정신적인 성장을 이룬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시빌 워’엔 12명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한다. 말이 쉽지 이들 등장인물 각각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관객들이 기억할 만한 대사와 장면을 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촉새처럼 떠드는 스파이더맨, 요리를 만드는 비전, 와칸다 국왕이 되어 아이언맨을 능가하는 재력을 보유한 블랙 팬서(일명 비브라늄 수저) 등등.



모든 등장인물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뇌리에 남게끔 활약상을 펼치게 했다. 이런 작품을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기존의 슈퍼 히어로물들은 영웅끼리 치고 박고 싸워도 결국엔 보다 강한 악당이 등장하고, 서로 힘을 합쳐서 싸워서 물리치는 식이다. 가장 최근 예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들 수 있겠다. 둠스데이가 등장하자 배트맨과 슈퍼맨 심지어 원더우먼까지 힘을 합쳐 싸우지 않던가?



이에 반해 ‘시빌 워’에선 거의 마지막 전투는 버키를 두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거의 사생결단 직전까지 가는 처절한 격투를 벌인다. 물론 영화 맨 마지막엔 어느 정도 화해를 하지만, 우리가 알던 다른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따라서 관객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때론 캡틴 아메리카의 입장에서, 때론 아이언맨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하고 인터넷상에서 각자 논쟁을 펼치게 된다. 이런 영화가 극장에서 흥행을 하지 못한다면 세상에 어떤 영화가 흥행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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