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을 보면서 내내 감탄했다. 디즈니는 기본적으로 ‘온 가족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성인은 ‘선과 악’의 단순한 구조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구조를 원한다.
왜냐하면 우리네 삶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한 영화에 대해 ‘유치하다’라는 말을 쉽게 한다. 상대적으로 어린이들은 단순한 구조의 영화를 좋아한다. 아울러 부모의 입장에선 폭력적이거나 유혈이 낭자한 영화는 피하고 싶을 수 밖에 없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글북’은 모두 잡은 영화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정글북’은 밝은 영화다. 아직 10대 초반인 모글리는 밝고 선하고 귀엽다. 모글리가 늑대 무리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어찌 보면 ‘이상향’ 그 자체에 가깝다.
그러나 정글의 평화는 쉬어칸이 등장하면서 깨져버린다. 그는 모글리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하고, ‘모글리를 잡아먹겠다’고 선언하며 이를 방해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모글리는 후견인격인 바기라의 의견대로 어쩔 수 없이 정글에서 벗어나 인간마을로 향하게 된다.
‘정글북’에서 모글리의 위치는 애매하다. 그는 태생적으로 인간의 아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공격을 당하는 동물들의 입장에선 모글리를 보는 눈이 좋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이는 모글리로선 억울한 일이다. 왜냐하면 모글리는 아기시절부터 정글에서 살았기에 겉모습만 인간일 뿐, 정글의 일원으로 키워졌기에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그러나 정글의 구성원인 동물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정글북’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각 동물들이 그에게 보이는 모습이다. 쉬어칸은 모글리의 원수다. 쉬어칸은 악당의 전형적인 모습으로서 인간에게 강렬한 적개심과 증오만을 보인다. 그러나 거기엔 ‘왜?’라는 질문은 없다. 물론 쉬어칸이 인간에 의해 한쪽 눈을 잃긴 했지만,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덤볐다가 다친 상처이기에 ‘자승자박’이라고 밖엔 할말이 없다.
거대뱀인 카아의 경우엔 그저 먹이로서 모글리를 잡아먹고자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카아는 오래 사는 뱀답게 모글리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점이다. 모글리에게 최면을 걸고 친한 척 하면서 잡아먹고자 하는 카아의 모습은 쉬어칸보다 어떤 면에서 더 무섭다.
원숭이들의 왕인 킹 루이는 좀 더 복합적이다. 오랑우탄인 킹 루이는 모글리와 힘을 합쳐서 정글을 지배하고자 한다. 킹 루이는 모글리에게 ‘붉은 꽃’을 달라고 요구한다. ‘정글북’에서 ‘붉은 꽃’은 인간의 문명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파괴적인 면이 강조된다.
모글리와 손잡고 정글을 지배하려는 킹 루이의 모습은 여러모로 우리를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는 살면서 그럴 듯한 유혹을 여러 번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불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모글리는 ‘붉은 꽃’을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도 하지만, 바기라와 발루 덕분에 킹 루이의 청을 물리치고 올바른 길을 가고자 애쓴다. 영화 ‘정글북’은 원작을 중시하면서도 살짝 살짝 변주를 넣었다.
그러나 그런 변주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으며 동시에 디즈니의 많은 고민이 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글북’에선 모글리외에 다른 인간의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붉은 꽃’을 구하기 위해 인간의 마을에 온 모글리는 그저 몰래 들어갔다가 횃불 하나만을 몰래 들고 가버린다. 따라서 ‘정글북’에선 모글리외엔 다른 인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정글북’에서 모글리가 쉬어칸 때문에 늑대무리에서 벗어나서 여행을 하면서 차례로 만나게 되는 동물들은 마치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군상들을 비유적으로 보여준 것만 같다. 따라서 그냥 보면 이야기지만, 동시에 ‘교훈’적인 면을 잔뜩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교훈에 앞서서 ‘정글북’은 볼거리가 넘쳐나는 영화다. CG로 만들어낸 정글과 동물들의 모습은 너무나 생생해서 한 순간도 놓칠 수 없게끔 한다. 무엇보다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는 연출은 이 영화의 ‘백미’다.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동물들의 움직임은 ‘그저 경이롭다’.
그뿐인가? 오프닝에서 늑대들과 달리기 경주를 하는 모글리 만큼이나 영화는 내내 속도감을 뽐낸다. 또한 피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긴장감이 넘치고 어딘가 잔인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정글북’은 ‘아이언맨’과 ‘아이언맨 2’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존 파브로 감독의 작품이다.
마블 영화와 ‘스타워즈’ 시리즈도 부족해서 이젠 이런 영화마저 잘 만들어내는 디즈니는 정말이지 이젠 괴물로 느껴질 지경이다. 유머와 교훈이 있고, 무엇보다 보는 재미가 확실한 영화 ‘정글북’은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그만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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