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수애탓이다. 예전엔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예쁜 얼굴이긴 했지만 너무 마른 탓이었다. 그녀의 눈물연기는 순수했으되 공감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은 <해신>에서였다. 장보고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에 감동받았고 이후 그녀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 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그녀는 예능 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예능물에, 그것도 무서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것은 순전히 영화 홍보 탓이었으리라.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과 함께 한 <님은 먼곳에>에서도 별로 높은 흥행을 기록하지 못한 탓에 그녀는 죄송하고, 배우로서 욕심이 났을 것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는 익히 알려진 대로 조선 최후의 국모 명성황후와 그녀를 사랑했던 호위무사 무명과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멜로드라마다. 19세기말 열강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조선에서 국모로 지낸 명성황후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여걸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힘없는 나라의 국모인 탓에, 열강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실속을 챙기며 ‘강한나라 조선’을 꿈꿨던 그녀는 끝내 일본의 음모로 낭인들이 칼날아래 잔인하게 목숨을 뺐겨야 했다.
영화는 <불꽃처럼 나비처럼>처럼 살아간 그녀의 궤적을 쫓는다. 그리고 그 위에 역사엔 등장하지 않는 호위무사 ‘무명’을 끼워놓음으로써 ‘멜로’적 성격을 부여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자영이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본 바다를 찾아가면서 이뤄진다. 나룻터에서 질펀하게 낮잠을 자던 무명은 강을 건너고자 찾아온 자영에게 그만 첫눈에 반하고 만다. 그녀와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선, 저녁이 되어 헤어지는데 자객의 습격을 받게 된다. 무명은 그의 뛰어난 무예로 자객들을 격퇴하며 자영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후 무명은 사랑하게 된 자영을 지키기 위해 유유자적한 야인의 삶을 포기하고 왕실무사로 들어간다. 그리고 시아버지 대원군과 권력다툼을 벌이고, 일본인들이 노리는 가운데서 그녀를 계속해서 지킨다. 무명의 자영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그저 눈물겹다.
가질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고종과 자영이 첫날밤 거사를 치르면서 절정을 이룬다. 수애가 올누드로 열연한 그 장면은 섹시하거나 야한 느낌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원치 않는 정사를 치룸으로써 극한의 슬픔을 토로한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유난히 액션 장면이 많다. 자영을 호위하는 무명의 설정 탓인지 일대일 검술신을 비롯해 수십명을 상대하는 장면이 튀어나온다. 첨단 CG효과와 특수효과로 버무린 검술 장면은 그 자체로 화려한 볼거리로 제공한다. 또한 <매트릭TM>와 맞먹는 특수효과의 때깔은 한층 발달한 국내 특수효과의 현주소를 알려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CG를 버무린 검술신은 멋지긴 했지만, 갑자기 궁궐 한복판에서 한겨울의 강으로 장소를 이동시켜 흡사 대전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장면 전환은 그전까지 ‘동일시’ 효과를 맛보고 있던 관객들에게 황당함을 맛보는 결과를 자아냈다. 또한 멜로와 역사적 사실 관계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은 역력하게 보이지만, 여걸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명성황후의 모습과 대원군의 카리스마적 모습이 너무 단편적으로만 소개되어 아쉬움이 컷다.
또한 공을 들인 자영과 무명과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도 좀 더 극단으로 몰아붙이지 못해 ‘멜로물’로서 여심을 뒤흔들지 못한다. 이렇게 단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조금만 더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면 상당한 영화적 완성도와 멜로 드라마로서 여심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충분한 탓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는 2%정도 부족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2%는 영화적 완성도와 흥행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그 2%를 채우지 못함으로써 <불꽃처럼 나비처럼>는 확실한 대중영화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만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화면의 땟깔도 좋고, 주연배우인 수애와 조승우의 불꽃같은 연기도 눈길을 잡아끈다. 또한 대원군으로 열연한 천호진은 19세기말 조선을 호령한 그가 마치 환생한 듯한 신들린 모습을 보여준다. CG가 잔뜩 첨가된 대결신은 긴장감과 더불어 화끈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당시 궁중의상을 비롯한 화려한 옷과 궁궐 등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2%의 부족함으로 평작으로 머물고 만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그저 아쉽다. 조금만 더 훌륭했다면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었던 작품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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