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조기종영된 ‘탐나는 도다’, MBC의 실패다!

朱雀 2009. 9. 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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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제로 <탐나는 도다>는 막을 내렸다. 그것도 다른 이유가 아닌 MBC가 시청율을 근거로 말이다. 어제 <탐나는 도다>의 시청율은 겨우 5.6%. 한편으론 이해도 가지만 이건 전적으로 MBC의 책임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말해보겠다. 우선 <탐나는 도다>는 모두 알다시피 선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탐나는 도다>는 동명의 만화책이 원작이다. 그것도 순정만화. 순정만화의 주 독자층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가 아마 대상으로 수렴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역시 주말이 아니라 평일 밤에 방영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탐나는 도다>가 방영된 주말 저녁 시간때는 애초 주 시청자들이 보기에 힘든 시간대다. 대부분 주말에 약속을 잡는 젊은 층들은 집에서 <탐나는 도다>를 볼 시간이 없다.

어떤 이는 <탐나는 도다>의 주연배우들이 신인을 점을 들어 시청율 참패의 원으로 든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예를 들어 권상우가 박규역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가 이번에 <탐나는 도다>의 귀양다리 박규란 캐릭터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천만에. 그저 ‘권상우가 선비역할하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탐나는 도다>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퓨전사극이다. 이전에도 퓨전사극 형태는 있었지만, 이 작품처럼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순정만화식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은 없었다.

비슷한 이야기론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란 설정으로 방송된 <궁>을 들 수 있겠다. <궁>과 <탐나는 도다>는 많은 면에서 비슷한 작품이다. 그러나 <궁>이 성공하고 <탐나는 도다>가 실패한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궁>은 평일 밤에 방영되었고, <탐나는 도다>는 주말 저녁에 방영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오늘날 수목드라마는 재미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 MBC의 <맨땅에 헤딩>은 주인공인 기억상실증에 걸리며 안드로메다로 가버렸고, KBS의 <아부해>는 유치찬란한 대본으로 재미를 잃었고,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로 기대를 모은 <태삼>은 이제 이유가 없어진 골육상쟁에 다들 흥미를 잃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탐나는 도다>가 수목드라마로 어느 방송사건 방영을 했다면 엄청난 반향과 함께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탐나는 도다>가 저조한 시청율을 기록한 것은 제작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MBC가 주말드라마로 편성하면서 애초에 예고된 바였다. 제작사의 기본 전략마저 무시하고 방영해 당연한 결과를 얻고도 MBC측은 자신의 입장에 절대 유리하게 작성한 계약서를 들어 20부작을 16부작으로 축약해서 방송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건 제작사를 무시한 MBC의 횡포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탐나는 도다>는 잘 알려진 대로 2년전부터 제작진과 출연진이 제주에 내려가 찍은 작품이다. 그들은 제주에서 긴 시간동안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환상의 <탐나는 도다>를 현실의 <탐나는 도다>로 바꿨다. 서우는 망아지 버진이 되었고, 임주환은 귀양다리 박규가, 황찬빈은 영락없는 윌리엄이 되었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이 오롯이 카메라에 담겼고, 선제작으로 만든 드라마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웰메이드급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런 드라마는 몇 년에 한번 나오기 힘들 정도건만, MBC는 전가의 보도인 시청율을 근거로 이런 수작을 반토막짜리 드라마로 만들어버렸다. MBC는 스스로를 속이고, 그동안 <탐나는 도다>를 힘들여 만든 제작진과 출연진의 수고를 수포로 되돌렸다. 아울러 <탐나는 도다>를 보며 열광한 시청자들마저 외면한 것이다. - 시청율과 별개로 인터넷을 통한 동시방영은 27일 무려 4만명이 넘는 이들이 시청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MBC가 이번 사례를 통해 자신들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탐나는 도다>의 실패는 아무리 훌륭한 기획력과 제작력을 갖춘 외주제작사가 좋은 작품을 어렵게 만들어내도, 막강한 권력을 지닌 공중파 방송사가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 선례를 남긴 드라마라 할 수 있다.

20부작 드라마가 16부작으로 방송된 것은 <탐나는 도다>의 애청자들에게 두고두고 한이 될 것이다. 물론 <탐나는 도다>에서 활약한 신인들, 그러니까 서우와 임주환과 황찬빈 등은 아마 이번 작품을 통해 다른 작품에 출연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탐나는 도다>의 조기종영은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아쉬운대로 <탐나는 도다>를 70분 20부작으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있다! 바로 ‘탐나는 도다’ 감독판 DVD 추진 카페에 가입해 DVD를 신청하는 것이다! 선입금을 하면 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까페에 가보시길 바란다.


<탐나는 도다>를 생각하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원래 의도대로 평일 밤 시간대에 방영되었다면 <탐나는 도다>는 화제작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이 아름답고 멋진 작품은 한국을 대표해 외국에 수출되어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첨병역할을 했을 것이다. 주연급에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참여했기에 외국인들의 감정이입도 좀 더 쉽지 않았을까? 새로운 한류를 이끌어낼 멋진 작품이 공중파 방송사의 잘못된 결정으로 낮은 시청율을 기록하고 결국 반토막이 되어 조기종영된 것은 그저 답답한 노릇일 뿐이다. 그저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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