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종차별과 조울증을 이겨낸 천재랩퍼 타블로

朱雀 2009. 10.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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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에 타블로가 나왔을 때, 그저 앨범 홍보나 강혜정과의 결혼발표 그리고 속도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타블로는 의외로 속깊은 이야기를 남겼다.

어린 시절 잦은 해외 유학을 다니며 그가 겪은 인종차별담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치실을 가져와 타블로의 눈에 대고 “치실로 눈이 가려지네”라고 놀림을 당하고, 점퍼에 학용품을 몰래 넣어넣곤 도둑으로 몰아 나무에 묶어놓고 때리는 행위는 어린 그가 입었을 상처들의 조그만 파편에 지나지 않았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퇴학당한 그는 아웃사이더로 자신이 정의를 지켜야 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소년이었다. 그의 그런 약간 삐뚤어진 정의감은 아버지가 외국인 교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서툰 영어로 용서를 빌면서 바뀌었다.


자신 때문에 ‘바보’가 된 아버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것은 타블로로 하여금 열심히 공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스탠퍼드대를 그것도 3년반만에 조기졸업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또 한번 놀란 것은 타블로는 스탠퍼드대에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는 원래 뉴욕대에 진학해 영화관련학과를 다니고 싶어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너무 격렬하게 반대했고, 그는 일단 자신의 꿈을 접었다.

그리고 대학재학중 가장 친한 친구의 위급한 소식을 듣고 돈을 모아 비행기를 타고 병원에 갔다. 그러나 아뿔싸! 불과 4시간의 차이로 그는 친구의 임종을 지켜볼 수 없었다.

항상 외톨이로 지낸 그에게 유일한 친구였다. 게다가 친구는 마지막으로 “내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경하는 사람은 ‘선웅’이다”라는 말을 남겨 그를 더욱 괴롭게 했다. 난생 처음 당한 친구의 상에 타블로는 울어야할지 화를 내야할지 모를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단다.

필자는 아직까지 다행히 친구들이 모두 잘 살아 있는데, 그런 불행한 경우를 당하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그 친구는 뉴욕대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갔기에, 타블로는 친구의 못다이룬 꿈을 이뤄지고 싶어 자퇴까지 결심했었다.

그런데 자퇴를 결심하고 학교를 찾아가니 학점을 조금만 더 따면 조기졸업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더 다니게 되었다.

방송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없고 항상 아웃사이더로 지낼 수 밖에 없었던 이방인이었던 그는 남들보다 더 많이 수업을 듣고 공부하며 외로움을 달랬던 것 같다.

대학원도 불과 1년만에 졸업했지만, 그 기간동안 타블로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병행했다. 조울증으로. 타블로는 지금 주위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속상해했다. 자신은 살기 위해 치료를 받은 것인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불과 몇 살 안된 꼬마가 타국을 전전하며 인종차별을 몸으로 겪고 항상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다가, 유일한 친구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으니 그 속이 어떠했을까? 나로선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예능에서 타블로가 보여주는 모습은 어딘가 바보스럽고 순수하고 또한 웃긴다. 예측불가능의 행동과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다. 따라서 그가 그런 어둡고 힘든 성장의 과정을 겪으리라곤 전혀 상상치 못했었다.

‘에픽하이’의 리더로서 음악적으로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둬 그저 ‘스타’로만 생각했다. 얼마전 <당신의 조각들>이란 책을 내며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을 땐 그저 부러워했다.

영화배우 강혜정과 사귀다가 속도 위반을 하고 결혼 소식을 발표했을 땐 그저 ‘행복한 사람’으로만 여겼다. 그가 한때 조울증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투쟁과도 같은 험난한 삶을 살아왔을지는 정말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무릎팍 도사>에 타블로가 나온 이유는 이번에 새로 나온 앨범홍보가 큰 목적이었다. 음반회사를 아예 따로 차린 타블로는 자신의 꿈을 위해 행동한 탓에 가족들(회사직원)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올해 3월에 낸 앨범은 자기네 회사 사이트에만 홍보하고, ‘무도가요제’에서 정형돈과 함께 한 <전자깡패>는 모기업에서 CF를 찍자고 연락이 왔는데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거절했을 정도로 그는 순수한 사람이다. 자신이 말한대로 그는 ‘애’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누군가를 먹여 살려야 하고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 자신의 이번 앨범을 홍보하면서도, 강호동과 유세윤이 지적하자 “후회되네요”라고 할만큼 순수했다.

<무릎팍 도사>를 보면서 한 스타의 인생역정과 가슴 속 깊은 이야기에 감명을 받을 때가 많았지만, 이번이 특히 그러했던 듯 싶다.


특히 정신질환에 관해서 터부시하는 우리 분위기에서 스스로의 가장 큰 약점을 언론에 과감하게 드러내는 타블로의 모습에 그저 경탄할 뿐이다. 부디 이번 앨범이 많이 팔리고 좋은 호응을 얻고, 강혜정씨와 백년해로하길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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