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이돌 빅쇼’의 최대수혜자는 G드래곤?

朱雀 2009. 10.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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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무런 생각없이 <그대 웃어요>를 보며 사정없이 망가지는 이민정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관록의 최불암을 비롯한 탄탄한 조연진의 연기와 주연급 연기자들의 풋풋하고 안정적인 연기와 나름 속도감있는 전개에 즐겁게 주말드라마를 보았다.

그러다가 추석특집으로 <아이돌 빅쇼>가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1시 20분쯤 시작해 새벽 1시 가까이 진행된 프로그램은 꽤 볼만했다. ‘아이돌 빅쇼’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소녀시대, 2NE1, 이승기, 2AM,애프터스쿨, 포미닛, 지드래곤 등이 출연해 화려한 무대를 수놓았다.

애프터 스쿨은 파워와 섹시댄스를 선보였고, 포미닛은 'MUZIK'으로 멋진 파워풀한 팝핀댄스를 선보였다. 카라는 트로트곡을 선보이며 예의 귀엽고 깜찍한 무대를 보여줬다. 2AM은 ‘드러운 아이즈 걸즈’의 동영상이 생각나는 ‘아브라타카다브라’곡을 불러줬다.

또한 녹화전 카라의 숙소를 급습해서 이제 잠에서 깨어난 소녀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나름 웃음과 파격을 더했다. 당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짜증나고 위험할 수(?) 있는 것인데, 역시 생계형 아이돌답게 카라의 네 멤버는 웃는 얼굴로 짜증내지 않았다. 오히려 한승연은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말해 보는 내가 다 괜히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2NE1에 다소 밀리긴 했지만 원더걸스 이후 가장 최강의 걸그룹이라 할 수 있는 소녀시대는 데뷔곡인 ‘다시 만난 세계’의 안무가 생각나지 않아 헤매는 연습장면을 보여주면서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2009년 최대 화제를 모은 걸그룹 2NE1은 ‘I don't care'를 언플러그드로 불러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여기엔 지드래곤이 함께 했는데, 그는 즉석에서 남자의 입장을 적은 랩을 적어 평소 ’천재 작곡가‘로 불렸던 자신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시점부터 나는 즐겁게 시청하다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지드래곤은 <아이돌 빅쇼>에서 가장 마지막 부분을 장식했다. 잘 알겠지만 이렇듯 수많은 그룹들이 나온 프로그램에서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수는 ‘주인공’이라 부를 만 하다. 그런데 하필 피날레를 지드래곤이 장식했다는 것이 불편했다.

지드래곤은 얼마 전 발표한 앨범의 ‘하트 브레이커’와 ‘버터플라이’가 표절시비에 현재 휘말린 상황이다. 물론 아직 법원 등을 통해 확실한 판결이 난 상황은 아니지만, 누가 들어도 의심이 가는 상황에서 그가 이런 큰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사실이 불편을 넘어 불쾌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지드래곤은 문제가 된 곡인 ‘하트 브레이커’와 ‘버터플라이’는 부르지 않았다. ‘하트 브레이커’의 후속곡이라는 ‘Breathe'와 ’헬로‘ 그리고 ’1년 정거장‘을 불렀다. 세곡을 부른 것도 부족해, 지드래곤은 빅뱅의 멤버들과 함께 자신들의 히트곡인 ’마지막 인사‘와 ’How gee'를 불렀다.

특히 마지막 곡인 ‘하우지’는 2NE1과 함께 해, <아이돌 빅쇼>는 YG사단이 결국 주인공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이런 특별 프로그램에서 특정 그룹이 마지막을 장식하는데는 아마 제작진과 그룹관계자들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다.

비록 대성이 합류하지 못했지만 ‘빅뱅’이 10개월 만에 무대에 올라선 것은 아마 위기에 몰린 지드래곤을 돕기 위한 마음이 컷을 것이다. 또한 타악버전으로 데뷔곡 ‘파이어’와 ‘렛츠 고 파티’등을 부른 2NE1의 노력과 기획력도 인정할 만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표절시비 문제는 소니사가 경고장을 발송하면서 법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양현석은 얼마 전 성명을 통해 지드래곤을 옹호하고 오히려 소니사를 비방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지드래곤을 향한 끝없는 신뢰를 보여준 부분엔 일단 양현석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혐의가 너무 짙은 탓에 나는 그에게 마냥 박수만 보낼 수 없다. 차라리 모든 것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였다면 더욱 ‘남자답다’란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직 ‘표절’에 대해 아무런 확정적인 시시비기가 가려지지 않은 만큼 사태를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재밌게 보던 특집은 지드래곤 때문에 갑자기 흥미를 잃게 되었다.

여러 아이돌이 나와 화려한 쇼를 펼쳤던 <아이돌 빅쇼>가 지드래곤을 위한 YG사단의 홍보의 장으로 활용된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왠지 모르게 최선을 다해 멋진 무대를 선보인 무대를 보여준 그룹들이 이용당한(?)것 같아 못내 찝찝했다. 지드래곤에게 미운 털이 박힌 탓일까?


그러나 각기 최선을 다해 노래와 춤을 아낌없이 선사한 다른 아이돌의 노력이 오로지 YG사단을 빛내주기 위한 양념으로 사용된 것 같아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물론 SBS측의 입장에선 10개월만에 국내 최고의 그룹인 빅뱅과 최고 걸그룹인 2NE1의 공연이란 미끼를 포기할 수 없어 받아들인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거래(?)가 왠지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거래를 본 것 같았다면 필자만의 착각일까?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현재의 상황과 필자의 다소 삐뚤어진 시선이 답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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