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덕만은 왜 직접 촌장을 죽였는가?

朱雀 2009. 10.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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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에선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바로 덕만공주가 직접 촌장을 칼로 쳐 죽인 것이다. 그녀가 칼을 빼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했었다. 덕만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탓에 용서를 하고 다른 식의 처벌을 내리거나 하지 않을 듯 싶었다. 그러나 덕만공주는 과감했다. 결국 칼로 촌장을 내리치고, 옆에 있던 주모자도 죽였다.

아마 그 장면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은 나와 같은 충격을 경험했으리라 본다. 덕만은 굳이 스스로 칼을 들지 않아도 되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런 행동은 앞으로 정치적 행보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덕만은 직접 죄인을 단죄했을까?

촌장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가 직접 한 이야기 때문이다. 안강성에서 민란이 발생한 후 직접 내려온 공주는 촌장과 담판을 짓는다. 그녀는 하종이 걷은 조세에서 황실의 몫인 절반이 250섬을 백성에게 내놓기로 한다. 대신 내년엔 이자로 50섬을 더 받고, 일품철로 만든 농기구와 황무지를 나눠주기로 한다. 그러면서 덕만은 ‘이건 황실과 조정을 대표하는 약속이기 때문에 무겁다’는 식의 말을 했다. 따라서 지금 목숨을 취하지 않는 것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서, 만약 어길 시에는 언제든지 목숨을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곡식과 농기구 그리고 땅을 주기 무섭게, 안강성의 백성들은 모두 도망을 쳐버렸다. 덕만이 미실과 말을 할때 나오는 부분이지만 이해는 간다. 항상 당하던 입장에 있던 백성으로선 덕만의 말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일단 곡식이 생기자 ‘일단 도망치고 보자!’라는 마음이 솟았을 것이다.

미실이 지적했지만, 안강성의 백성들은 즉물적인 백성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그들은 당장의 일에만 신경 쓸 뿐이지, 나중에 자신들의 땅이 생기고 자식들이 대대로 땅에서 소출을 얻어 배불리 먹고 살 수 있으리란 미래를 보지 못한다.

따라서 덕만의 제안은 그들의 입장에선 귀족들처럼 그저 자신들에게 또 다른 고리대를 놓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덕만은 그런 백성의 사정을 이해하지만, 그녀는 일개 귀족이 아니다. 그녀는 공주이며, 황실과 조정을 대표해 나온 인물이다. 따라서 그 약속은 엄하고 중할 수 밖에 없다.

알천과 유신이 처음에 반대하지만 민란을 주모한 이는 처형할 수 밖에 없다. 왜냐면 그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민란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배자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더라고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 믿음이 생기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덕만이 굳이 칼을 들 이유는 없다. 그녀가 원한다면 유신이나 다른 병사들이 얼마든지 대신 형을 집행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직접 칼을 들어 내리쳤다. 여기엔 깊은 의미가 있다!

덕만은 공주가 목표가 아니다. 그녀의 목표는 왕이다! 따라서 지배자로서 자신에게 스스로 짐을 세우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게 내 의견이다. 덕만은 미실과 달리 화가 난다고 하여 남의 목숨을 빼앗은 이가 아니다. 그녀는 아막성 전투때 드러나지만,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면서 비명을 지르며 몹시 힘들어하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소화가 눈 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고, 같은 낭도인 시열이 자신을 구하려다 죽는 모습을 보며 피눈물을 흘린 장본인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가 함부로 남의 목숨을 취했을까?

미실이 말했지만 ‘처벌은 폭풍처럼 하고 보상은 천천히 하라’는 말은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서 중요한 문구중에 하나다. 다스림에 있어서 항상 진심과 좋은 말로 할 수는 없다. 잘못된 일과 나쁜 행동에 대해선 그만큼의 처벌이 있어야만 한다. 유토피아라면 그런 식의 처벌이 필요없겠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상적인 곳이 아니라 항상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런 세상에선 엄한 처벌은 군주의 위엄을 세우는 행위다.


덕만이 직접 죄인을 처단한 것은 일단 덕만 역시 미실 못지 않게 잔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그녀를 우습게 아는 귀족세력도 그녀를 다시 보게 되고, 이후 백성들도 그녀를 어느 정도 두려워하게 되어 덕만이 처음에 좋은 말로 할때 최대한 따르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말을 듣지 않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내린다는 확실한 교훈을 보여줬으니까).

또한 필자가 보기에 덕만은 일부러 촌장의 목숨을 거둔 이유도 있다. 바로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힘으로써 교훈을 삼기 위해서다. 사람의 목숨은 매우 무겁다. 백성들을 무조건 믿고 베풀었다가 배신을 당한 덕만은 앞으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좀더 신중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또한 사람을 죽이는 흉악한 일을 스스로 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게 되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바로 군주가 백성을 잘못 다스릴때마다 자신의 백성이 한명씩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살인을 직접함으로써 덕만은 스스로를 더욱 벼랑에 내세운 것이다.


언젠가 진흥왕이 말한 것처럼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호랑이에게 한팔을 물린 것처럼 위태로운 일이다’. 조금만 잘못하면 팔이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군주의 자리는 늘 위험하고 어려운 자리다. 미실로 대표되는 귀족세력과 항상 싸워야 하지만, 또한 백성과도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무조건 자애롭고 모든 것을 내준다고 백성의 신망을 얻고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덕만이 원하는 지도자상은 백성과 소통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누구도 원치 않는 수 많은 일 역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덕만은 스스로 살인을 취한 것이다. 이전까지 덕만이 단순히 공주였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10/6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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