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미남이시네요’를 보다, 2PM의 재범이 떠오른 이유

朱雀 2009.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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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일 방송된 <미남이시네요>를 껄껄 거리면서 보다가, 문득 2PM의 재범을연상시키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물론 작가나 연출진이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상황이 비슷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2화에서 보면 고미남(박신혜)은 술에 취해 실수한 것을 사과하기 위해 황태경(장근석)의 방에 갔다가 오히려 그의 화만 돋구고 만다. CD장을 엎고 그것도 부족해 바닥에 침을 뱉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합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온 황태경에겐 그저 어이없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주눅 들어 있는 미남에게 화내던 태경은 화를 내면서 cd장을 치는데, 하필이면 그 탓에 상패가 떨어져 미남의 머리에 맞고 그는 기절해버린다. 게다가 다친 미남의 머리를 보고 한 연예부기자가 찍어 ‘불화설’을 조작해내고, 태경의 팬들은 이것을 보고 화가 나 소속사로 달려가 ‘고미남 퇴출’을 외치며 시위를 벌인다.

실제론 고미남과 황태경 사이엔 그저 오해로 인한 사소한 다툼이 있었을 뿐인데, 한 언론사 기자와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확대재생산 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재범 사태를 떠올려 보자. 재범은 연습생 시절, 너무 힘든 나머지 ‘마이 스페이스’란 인터넷 사이트에 당시의 심경을 적었다. 미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그는 속어로 썼다. 4년 후 그가 2PM으로 인기를 끌 무렵 누군가가 그것을 끄집어냈고 곧 언론과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확대재생산했다.

박재범은 순식간에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한 나쁜 X이 되었고, 모든 이들의 공적이 되고 말았다. 팬들이 나서고 일부 재미교포들이 실은 그런 뜻으로 적은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소속사는 재범의 의사를 존중해 탈퇴를 허락했고 그는 미국으로 떠나갔다. 불과 4일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부 재범의 팬들은 ‘재범이 없는 2PM은 생각할 수 없다’며 시위를 벌였고, 끝내는 2PM의 활동자체가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2PM의 재범 사태는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겼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마 박재범이 아닐까 싶다. 그는 가수가 되기 위한 꿈을 갖고 한국을 찾았지만, 한때 저지른 실수로 인해 커다란 상처를 입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또한 오랜 시간 같이 보낸 2PM멤버들에도 미안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자신 때문에 활동을 하지 못한 거이니 말이다.

문제는 언론사가 제일 크다. 실시간으로 검색이 이뤄지고 클릭수로 인기가 판별되는 세상에서, 각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제목과 기사를 쏟아내기 바쁘다. 그들은 뭔가 이슈가 될 거리가 나타내면 마치 굶주린 승냥이떼처럼 몰려다니기 바쁘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알량한 핑계를 댄채 연예인의 마지막 속옷마저 베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네티즌들의 각성도 필요하긴 하다. 어떤 기사가 떴을 때, 최소한 검색을 통해 몇 번 확인해보고 기다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군중심리란 무서운 것이라, 자신도 모르게 여론에 휩싸여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의 행태라고 본다.

또한 이전과 달라진 팬문화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팬덤 문화는 무조건적인 숭배에 가깝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우상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실수해서 비난을 받으면 참질 못한다. 물론 이건 그들의 우상인 연예인들에겐 나름 힘이 되는 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2PM의 그룹 활동자체가 중단된 것은 일부 재범 팬들의 극심한 반대탓이 크다.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범이 없는 2PM은 있을 수 없다’며 활동을 반대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금 경솔하지 않았나 싶다. 당시 재범은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 상황에서 재범이 돌아왔다면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2PM 재범 사태는 너무 순식간에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재범도 소속사도 팬들도 냉정하게 생각해서 사태를 파악하고 진정시킬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2PM사태는 우리 연예계의 잘못된 문화에 대해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은 사건이라 하겠다. 만약 비슷한 사태가 또 발생했는데, 결말이 비슷하게 전개된다면 우린 2PM사태때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지난 사태가 누구 하나 가해자 없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박재범, 2PM, 소속사, 팬들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말이다.

우리의 연예 관련 문화도 문제지만, ‘한국과 한국인 비하’라는 소리만 들리면 무조건적으로 공격만 하는 우리의 현재의식도 큰 문제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미남이시네요>에서 고미남 사건은 그저 지나가는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2PM 재범 사태는 재범과 2PM 모두의 활동정지를 가져왔기 때문에 안타깝다. 시작이 아닌 끝에 가까우니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활동을 재개할 지 모르지만 그러자면 당사자들이 많은 시간을 아파하면서 보내야 하니 말이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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