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이리스’의 김태희는 미스 캐스팅?

朱雀 2009. 1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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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이리스>로 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태희는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에 못지 않은 요란한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필자도 가세한 적이 있지만, 드라마를 본 많은 이들은 김태희의 모자란 연기력에 대해 많은 질타를 가했다. 물론 30% 시청율을 기록하는 인기드라마인 만큼, 김태희의 연기력에 비호의적인 여론부터 무척 호의적인 여론까지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다.

비호의적인 여론은 그녀의 부족한 발성법과 멍때리는 표정연기에 질책을 가한다. 반면 호의적인 쪽은 이전보다 나아진 그녀의 연기력을 들어, 반대여론에 맹렬히 맞서고 있다.

비호의적인 쪽은 김태희의 연기력을 들어 ‘미스 캐스팅’이란 단어까지 끄집어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 단어를 접하고는 한동안 생각에 사로잡혔다. 정말 김태희는 <아이리스>란 드라마에 미스 캐스팅 된 것일까?

<아이리스>는 첩보 액션 드라마로 제작비가 무려 2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국내 제작사의 사정상,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흥행이 안된다면 태원 엔터테인먼트사의 운명은 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드라마에 김태희는 당당히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화제에 올랐다. 스타란 것이 어떤 면에서 꽤 애매하다. 김태희는 <천국의 계단>에서 악녀연기로 유명세를 탄 이후, 그녀의 화려한 미모와 서울대라는 학벌이 결합되어 갑작스럽게 유명해진 케이스다.

김태희의 인기는 전지현-송혜교 등에 비교해도 좋을 만큼 국내 탑의 배우다! 그러나 김태희의 연기력은 인기와는 반대급부로 그닥 좋은 편이 아니다. 그녀가 주연한 <중천><싸움>등의 영화는 흥행에서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김태희는 이전 작품에서 국어책을 읽는 대사와 무표정한 멍때리는 표정으로 일관해 극의 주인공으로서 매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그녀의 스타성에 기대, 흥행을 노렸던 작품들은 모두 절망스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려 200억원이란 엄청난 대자본을 들여 <아이리스>를 제작하는 측에서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해 몰랐을까? 그녀가 연기하는 최승희가 프로 파일러에 어울리지 않고, 조연인 김소연에 밀릴 거라 예상치 못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 본다.

<아이리스> 제작진은 부족한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이 작품 내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작품 초반에는 그녀가 광고 등에 출연하면서 쌓은 화려한 외모의 이미지와 청순한 이미지등을 적절히 섞어내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 냈다.

또한 그 후엔,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와 적절한 화면 배분으로 김태희의 부족한 연기력으로 올 수 있는 반대급부적인 효과를 최대한 줄였다. 돌이켜보면 분명 김태희가 출연한 장면은 여주인공이란 자리에 비해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아마 <아이리스> 제작진은 기존의 김태희가 가진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그 외의 부족한 부분들은 다른 연기자의 카리스마의 편집의 묘를 이용한듯 싶다.


<아이리스>란 대작 정도가 되면, ‘연기 잘하는 배우’ 못지 않게 ‘스타성’ 있는 주인공급 인물이 필요하다. 필자 역시 차라리 김태희보다 김소연이 최승희 역할을 맡았다면 무척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선 출연자체로 화제를 모을 수 있는 인물이 한명 이상은 필요했을 거라 본다.

그리고 김태희는 분명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그녀의 콧구멍은 분명 촬영상이나 편집등 다른 부분의 오류지만,‘김태희는 콧구멍마저 예쁘다’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의외의 화제성을 몰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김태희의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심지어 그녀를 싫어하는 이들조차 김태희의 연기에 대해 지적질 하는 걸, 재미로 삼을 정도다.

즉, 김태희는 출연 자체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존재감의 배우라는 사실에는 ‘연기력’과 상관없이 대다수가 동의할 수 밖에 없으리라고 본다.

<아이리스>의 출연진은 김태희를 빼놓고 보면,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괴물 이병헌을 비롯해 카리스마가 빛나는 김영철과 김승우, 주연을 능가하는 조연의 김소연 등등 출연진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오히려 <아이리스>의 미스 캐스팅을 꼽자면, 이병헌의 대척점에 서 있으나 별 다른 안타까움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진사우역의 정준호와 껄렁한 킬러 탑을 들고 싶다.

전혀 존재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진사우역의 정준호와 멋있는 킬러가 아닌 동네 깡패를 연상시키는 탑이라 말로 미스 캐스팅이 아닐까? (물론 대본과 연출의 문제점도 보이지만)

정준호는 왜 그토록 절친한 친구 이병헌을 죽이려 들고, 수수께끼의 조직 <아이리스>에 들어갔는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일단 대본상의 문제이며, 또한 그 부족한 대본을 가지고 연기하는 정준호의 연기도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봐야겠다.

빅뱅의 탑은 아이돌 스타로서 김태희보다 더 연기력과 상관없이 그 스타성으로 출연한 케이스라고 여겨진다. 초반에는 나름 멋진 킬러로 분했으나, 뒤에 가서는 마치 동네 깡패같은 껄렁한 스타일로 실망감을 자아냈다. 특히 유키를 인질로 잡고 이병헌과 맞섰던 장면은 최악으로 꼽고 싶다.

팬들은 최근 송지나 작가가 신작에 탑을 섭외하려 했다는 이유로 그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는 연기력과 상관없이 화제성을 위해 한 언론플레이의 일환이라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탑이야말로 미스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탑이 맡은 킬러 역할은 예전에 <모래시계>에서 이정재가 뜬 것처럼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역할인데, 전혀 그런 포스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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