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미남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朱雀 2009. 11. 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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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작 <미남이시네요>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극 마지막까지 고미남과 고미녀를 서로 절묘하게 바꿔가며, 별 볼일(?)을 만들어내는 홍자매의 센스에 그저 웃으면서 감탄했다. 항상 그렇지만 이렇게 성공한 드라마에는 아무래도 각광을 받는 배우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여기선 내 멋대로 순위를 정해 적어보았다.


1. 꿀벅지 유이, 공갈요정 유헤이로 다시 태어나다!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유이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다들 유이의 인기에 드라마가 편승하려는 것으로 여겼다. 4화에 첫 등장한 유이는 기대를 어긋나지 않고 어색한 대사와 표정으로 일관해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고미남의 정체를 알고 A.N.JELL의 리더 황태경을 협박하고 결국엔 고미남마저 협박하면서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악녀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싱크로율 90%가 넘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작진의 감각에 대단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우선 유이는 그전까진 ‘꿀벅지’라는 호칭 탓인지, 그전까지는 건강한 허벅지를 유달리 강조해서 화면에서 보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선 의도적으로 다소 통통한 유이의 얼굴을 강조해서 잡는다. 그녀의 얼굴은 통통한 탓에 아이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게다가 박신혜를 비롯한 대다수의 배우들은 다소 과장된 연기톤으로 일관한다.

처음에는 그런 과장된 연기가 어색했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익숙해지고 순정만화틱한 작품의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연기가 맞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 유이가 <미남이>가 아니라 다른 드라마에 출연했다면 어색한 대사와 행동으로 분명 엄청난 지적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남이>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유이의 행동과 말은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묘한 기폭제가 되었다.

15화에서 ‘에라 모르겠다. 발리나 가야겠다’란 대사는 홍자애 특유의 센스도 보이지만, 어색한 유이의 대사가 어색한 것이 아니라 웃기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라 여겨진다.

마치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 주인공 고미남을 괴롭히고 황태경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해 안달거리는 악녀 캐릭터는 다소 깍쟁이처럼 생긴 유이의 외모와 맞아 떨어져 ‘유이=유헤이’라는 공식을 성립시켰다. 유이는 다른 아이돌처럼 쉽게 주연이 아니라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음으로써 성공적인 연기 데뷔를 마쳤다. 많은 아이돌이 무대의 인기를 업고 드라마에 뛰어들었다가 뼈아픈 실패를 겪는 것과 달리, 유이는 매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런 면에서 유이는 그 누구보다 가장 큰 수혜자라 여겨진다.


2. 신인 정용화, 매력적인 밀크남으로 여심을 사로잡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일본 밴드에서 활약하다 첫 데뷔작으로 정용화는 이 한편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가 맡은 강신우는 이전의 순정만화에서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모든 캐릭터의 궁극적인 버전이자, 매우 발달된 모델이다.

<꽃보다 남자>의 김현중은 다소 나쁜 남자이며 인간적인 결점이 있었다. 그러나 <미남이>의 정용화는 거의 무결점에 가까운 인간이다. 그는 어설픈 고미남을 첫눈에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챘고, 그녀가 어디까지 하는지 두고 보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명동에서 헤매는 그녀를 쫓아가 남자옷을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칼국수 맛있는 집을 알려주며 돕는 신우는 모든 여성의 로망 그 자체였다. 특히 유헤이의 협박에 못 이겨 자신의 싱글 발매날 여성복을 입고 나타난 고미남을 껴안으며 “내 여잡니다”라고 밝힐 때는 아마 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정용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이다. 그는 첫 데뷔작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나 부드럽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냈다.

만약 정용화란 인물이 강신우 역을 맡지 않았다면 오늘날 <미남이>가 이만큼 인기를 끌 수 있었을지는 전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실력으로 오늘날의 인기를 끌어낸 이 매력남은 이제 <일밤>을 통해 예능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할 기세다.

수영장에서 벌벌 떨고 있는 고미남에게 따끈하게 데운 우유를 건넨 탓엔 ‘밀크남’이란 애칭을 얻은 이 사내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아마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기대하며 바라볼 것이라 여겨진다.


3. 귀여운 매력으로 승부한 이홍기

FT 아일랜드의 이홍기 역시 유이와 함께 <미남이>로 성공적인 드라마에 안착했다. 항상 까불고 웃고 떠드는 제르미 캐릭터는 이홍기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와 딱 맞아 떨어졌다. 제르미 덕분에 <미남이>는 다소 심각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시청자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도록 분위기가 전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르미는 단순히 웃고 떠드는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보물버스 안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해져서 사실 그의 내면에는 ‘진지함’이 묻어있다는 사실을 통해 가볍지만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4. 드디어 자신의 대표작을 얻은 박신혜!

박신혜는 2003년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녀는 작품 복은 그다지 없는 편이었다. <천국의 나무> <궁S> <비천무> 등등 꽤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딱히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은 없었다.

그녀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은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고, 그나마 흥행한 것들도 그녀가 뚜렷하게 돋보이는 작품은 없었다. 그러나 <미남이>는 달랐다! 쌍둥이 오빠를 위해 대신 남장을 하고 들어간 고미녀를 연기한 그녀는 이전까지의 예쁘고 귀여운 자신에게서 벗어나 엉뚱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주변 사람의 말을 고스란히 믿는 천진난만함과 자신이 아닌 남을 생각하는 따스함과 세상물정에 어두운 독특한 캐릭터는 매력적인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 비현실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믿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각종 패러디와 상상 장면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박신혜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팔색조 그 자체였다! 박신혜는 <미남이>로 2009년 하반기를 장식한 브라운관의 신데렐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5. 장근석, 꽃미남 배우로 다시 태어나다!

<쾌도 홍길동> <베토벤 바이러스> <이태원 살인사건> 등의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을 보여준 장근석이 A.N.JELL의 리더 황태경으로 처음 분해서 나올 때는 어쩐지 조금 낯설었다.

주로 정극에서 굵직굵직한 모습을 주로 봐온 입장에선 그가 다소 오버하는 연기를 하는 게 영 어색한 탓이리라.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고미남과 짝을 맞춰 마치 만담을 나누듯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사는 매우 유치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쳤다.

특히 툭하면 무슨 알레르기가 있어서 뭔가를 먹지 못하고, 고미남과 대화를 하면서 입을 삐죽거리거나 특유의 대사(넌 그래서 안돼! ..를 허락한다! 고미남!)톤은 하는 장근석을 배우 장근석이 아니라 극중 인물인 황태경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사극에서 범죄물까지 다양하게 출연하던 장근석은 <미남이>로 또 다시 자신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켰다. 그의 노력과 재능에 그저 감탄사가 나오고, 박수가 절로 나올 뿐이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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