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직도 ‘아이리스’를 단순한 첩보드라마라 생각하는가?

朱雀 2009. 11.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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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리스>와 관련된 기사와 감상문을 보면 너무 주인공인 이병헌, 김태희 등에 맞춰진 경향이 있다. 게다가 ‘옥의 티’등이 부각되어 정작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어야할 요소가 전혀 부각되지 않는 것 같아 여기 내 생각을 좀 적어내려가 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리스>가 처음 방영될때만 해도 단순한 ‘짜깁기 드라마’이상 생각지 않았다. 미드 <24>와 영화 <본 아이덴티티>등의 작품에서 본 듯한 장면이 너무 많이 차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작품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것은, 아마 작가진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라 본다.

그러나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리스>엔 괄목할 만한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비밀의 조직 ‘아이리스’다! 극중 주인공인 이병헌과 김태희의 슬픈 사랑을 뜻하기도 하는 ‘아이리스’는 또한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비밀 조직명으로 시청자에게 신비감과 더불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이리스> 1화를 떠올려 보자! 이병헌은 다소 늦게 들어간 강의실에서 김태희를 처음으로 보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수업시간에 들리는 이야기다! 우선 ‘통킹만 사건’이 언급된다.

1964년 8월 2일 미 해군 구축함 매독스호는 3척의 북베트남 어뢰정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전에 군사개입을 하게 된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가 ‘팬티건 페이퍼’라는 비밀문서를 입수해, 진실을 폭로해 날조된 사건이라 사실이 밝혀진다.

이후 이병헌과 김태희가 같이 듣는 강의에선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그리고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사건 등이 차례로 열거된다. 이들은 모두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자, 미국의 정책이 바뀌는 일들이었다.


먼저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을 떠올려 보자. 미국은 부시 집권 당시인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4대의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 세계 무역 센터와 미국 펜타곤에 충돌한 희대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건후 뭔가 석연치 않은 사실들이 차례차례 밝혀졌다.

먼저 미국의 항공 안전 상태는 우리의 생각보다 치밀하다. 레이다가 수시로 여행기들의 경로와 속도를 체크하고 있으며, 만약 최악의 경우 여행기가 중요 건물에 부딪치려 하기 전에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 한마디로 알카에다란 일개 테러조직이 미국의 심장부를 맘대로 요격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건날 당일을 보면 테러 사건과 동일한 모의 훈련이 벌어지는 등의 황당한 우연이 겹친다. 또한 뉴스 등에도 등장했지만, 용의자로 미국 FBI가 내놓은 테러리스트 리스트에는 아무런 죄 없는 선량한 아랍인이 끼어 있는 것이 보도되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이지만, 수 백개의 마천루가 솟아있는 뉴욕에서 정확히 빌딩이 무너질 곳을 향해 돌진하는 실력은 어설픈 조종으론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초일류급 실력을 갖춘 파일럿이 알카에다측에 있어야 한다는 건데, 한두명도 아니고 그 이상의 조종사들이 일개 테러리스트 단체에 속해있다는 건 도무지 말이 되질 않는다.‘’

이런 근거들을 바탕으로 ‘음모론’을 신봉하는 이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명분쌓기라고 본다. 부시는 9.11테러가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애국심에 호소하고 ‘테러와의 전쟁’이란 황당한 개념을 만들어냈다.

‘선전포고’를 한 실제적 적이 없는데도, ‘테러’라는 추상의 적과 싸우는 이전까지 없던 전쟁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리분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인들은 본토가 공격당했다는 불안감에 일사천리로 승인하고 전쟁에 동원되었다. 만약, 정말 누군가가 이런 결과를 생각하고 계획을 진행했다면 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음모론은 진실 여부를 떠나서 그 자체로 작가와 연출가 등에겐 매우 매력적인 소재다. 우선 궁극의 권력을 쥔 어둠의 장막속의 연출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신비롭고도 궁금증을 자아내며, 그들이 다방면에 힘을 가지고 있고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고 공작해 자신의 원하는 것을 이뤄낸다는 사실은 적대감을 키운다.


<아이리스>에서 주인공 현준은 NSS부국장 백산에 의해 계획적으로 길러지고 버려졌다. 핵물리학자인 부모님은 박정희 정권 시절 핵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건너왔고, 백산은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거의 완성 막바지에 사고사로 위장해 현준의 부모님을 죽였다.

그리곤 무슨 이유에선지 현준을 죽이지 않고 고아원으로 보내 키우고, 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다가 NSS요원으로 뽑아쓰곤 이내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현준의 둘도 없던 친구인 사우는 백산에게 포섭되어 ‘아이리스’조직의 일원이 되었다.

드라마 중반을 넘어가며 정체를 살짝 엿보인 조직 <아이리스>는 전 세계를 무대로 각 나라의 중요요직에 자신들의 요원이 심어있다. 한반도만 예를 들어도 북한엔 서열 2위, 남한엔 NSS부국장 백산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한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아이리스’를 ‘본사’라고 부르면서, 일개 하수인 취급을 당하는 부분이었다.

현재 아이리스는 한국의 서울에 전술핵을 터트려 최악의 혼란을 가져오려는 시나리오를 진행중이다. 여기서 잘 생각해보자! 한반도에 핵을 터트리는 무시무시한 음모를 진행중인 이들은 아이리스란 조직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자신의 국적과 상관없이 오직 아이리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은 백산외에도 최소 수백명은 될 것이고,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음모와 공작 역시 몇백 아니 몇천개가 넘을 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벌써부터 <아이리스 2>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전혀 어색치 않다. <아이리스>는 수수께끼의 조직 ‘아이리스’의 크기를 생각하면, 잘만 조율하면 시즌제로 10시즌 이상 울궈먹을 수 있는 소재를 이미 확보한 상태나 다름없다.

20부작인 <아이리스>는 기껏해야 ‘아이리스’란 조직의 실체에 대해 약간 맛보기성으로 보여주는 정도로 끝낼 수 밖에 없다. 현준은 백산을 향해 복수를 하는 정도가 <아이리스>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아이리스>란 조직에 대해 필자가 무척 흥미를 느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음모론으로 분류하는 곳에서 이야기하는 암약하는 조직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흔히 ‘석공조합’으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은 국내에서도 여러 만화책과 소설에서 소개된바 있지만, ‘석공’이란 단어 때문에 상당히 왜곡된 인상을 심은 게 사실이다. 이집트 당시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총 책임자도 ‘석공’이다. 즉, 프리메이슨에서 뜻하는 석공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급으로 모든 공사를 총괄하는 임무를 맡은 이들을 뜻한다.

이들은 피라미드란 거대한 건축물을 짓기 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피라미드를 짓기 위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여러곳을 다녀야 했다. 그과정에서 같은 석공들끼리 친목을 다지게 되고, 그게 프리메이슨의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석공들의 모임은 이후 성을 짓는 중세시대까지 계속되다가, 석공들이 자신들의 행동강령과 모임의 성격을 규제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변질되게 된다.

시대정신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피터 조셉 (노마드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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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정부: 정치편(개정판)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이리유카바 최 (해냄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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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오늘날 더 이상 석공일을 하지 않지만, 스스로를 ‘프리메이슨’이라 부리는 것은 오랜 옛날에 자신들이 가진 특별한 힘과 능력을 잊지 않고 있다. <시대정신>과 <그림자 정부> 등의 책에 보면 프리메이슨의 일원인 록펠러 등의 거대 재벌 가문들이 서로 연합해서 어떻게 유럽과 세상을 지배해왔는지 서술하고 있다.

이들 책에 의하면 러시아 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비롯한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모두 이런 조직들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쯤 되면, 아마도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그럼 ‘프리메이슨 같은 조직은 무슨 이유 때문에 음모를 꾸미는가?’ 답은 세계를 다스릴 단일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시대정신>에선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을 UN을 세계 유일의 정부기관으로 만들고, 모든 군사들 역시 하나의 정부에 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개개인의 사생활을 모두 감시및 통제하고 자신들의 맘대로 다스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NAFTA, EU, ASEAN 등의 연합등은 훗날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예비단계라는 게 <시대정신>의 주장이다.

<아이리스>를 보면 ‘역사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은 하나도 의도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식의 대사가 흘러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상의 중요 사건들(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일본의 하와이 침격 등)은 모두 그러한 일들이 매개체가 되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되고 날조되고 이루어졌다는데, <아이리스>에 깔린 숨은 이야기다.

제5열. 2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성종 (남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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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진명 (해냄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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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이전까지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음모론’의 수준이란, 몇몇 조직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나라 기껏해야 두 나라의 수장급 인물들이 서로 암약해 만든 정도였다. - <제 5열>이 동남아 공영권을 위해 한-일 두 나라 요인들이 모여서 만든 수준이 제일 큰 스케일로 기억하고 있다(틀렸다면 지적바란다)-

그런데 <아이리스>는 거기서 몇 단계 더 진보해 ‘세계적 수준’에서 음모를 꾸미는 조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뭐 외국에선 댄 브라운이 <로스트 심벌>, 영화 <컨스피러시> 등에서 이런 ‘음모론’을 멋지게 써먹었지만, 우리나라에선 아마도 <아이리스>가 그 첫 번째 시도가 아닐까 싶다.

하여 나는 <아이리스>의 이런 의도는 묻혀진 채, 김태희의 콧구멍과 하이힐 그리고 몇몇 떡밥에만 화제가 몰리는 상황이 아쉬울 뿐이다. 분명 <아이리스>는 할리웃 영화를 비롯한 유명 작품에서 따서 쓰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에서 설정을 가져다 쓴 것은 있지만, 그러한 모든 것을 잘 버무려 ‘전 세계를 장악하기 위한 비밀조직 아이리스’란 거대한 스케일의 ‘음모론’을 국내 최초로 진행시키고 있는데, 아무도 이 부분은 주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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