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왜 여자들은 ‘뉴문’에 열광하는가?

朱雀 2009. 12. 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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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뉴문>의 기세가 무섭다! 국내에서만 벌써 관객 100만돌파를 목전에 뒀다. 어쩜 이 글을 당신이 읽는 순간 넘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비단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 25개국에서 개봉해 무려 2억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흥행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럼 여기서 당연한 의문이 하나 떠오른다. 바로 ‘왜 여자들은 <뉴문>에 열광하는가?’다!

<트와일라잇>의 속편인 <뉴문>은 기본적으로 ‘하이틴 로맨스’에 충실한 작품이다. 이것은 철저히 여성들의 감성위에 기초해, 10-20대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 그럼 이제부터 세세한 이유를 분석해보겠다.

1) 위험한 사랑

여주인공 벨라는 뱀파이어 일족인 에드워드를 사랑한다. 이건 일단 두 종족간의 금기를 깬 사랑이다. 뱀파이어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존재다. 그런 종족과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언제든지 ‘흡혈’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라 워낙 힘이 세다. 그는 피에 대한 갈증을 이겨내지만, 그의 일족이 벨라가 작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자 참지 못하고 달려든다. 물론 재빨리 에드워드가 벨라를 밀쳐내고, 그를 막아서서 보호하기는 한다.

허나 그 사고로 벨라는 큰 상처를 입고, 언제든지 벨라는 쉽게 그들에게 죽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벨라를 보호하기 위해 에드워드가 떠난 후도 마찬가지다. 벨라에겐 친한 친구인 제이콥이 있는데, 그도 알고보니 늑대인간이었다. 작품에서 늑대인간은 어떤 계기로 흥분을 하게 되면 인간에서 늑대로 변신하며, (짐승인 탓인지) 순간적인 충동을 참아내질 못한다.

벨라도 자신의 친구인 제이콥을 찾으러 갔다가 늑대일족의 한명을 건드려 화를 내게 해 거의 죽을 뻔한다. 다행히 제이콥이 변신해 그녀를 돕지만, 제이콥도 벨라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늑대일족의 한 약혼자는 순간의 사고로 얼굴의 반쪽이 일그러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물론 그녀는 그런 것을 감수해내지만, 제이콥 역시 자신이 벨라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진 않을지 내내 전전긍긍한다.

흔히 하는 이야기중에 호감이 가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싶으면 외나무 다리처럼 다소 위험한 장소로 데려가라는 말이 있다. 위험한 곳에서 느끼는 감정을 여성들이 ‘애정’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였다. <뉴문>은 비록 소설이지만 위험한 상황을 조장해 독자와 관객(특히 여성)으로 하여금 그런 애정을 느끼게 하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존재. 즉 신(神)과 같은 존재와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게다가 그는 인간의 피로 연명하는 뱀파이어로 어떤 면에선 악신이나 악마에 가까운 존재다. 즉 ‘나쁜 남자’의 궁극적 확장버진이라고 할 수 있다. 벨라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본인 스스로 ‘평범한 여고생’이라고 떠들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함으로써 여성 관객이 자신과 동일시 하게끔 유도한다. 즉 여성은 벨라를 통해 위험하고 짜릿한 낭만적인 사랑을 대리경험하는 것이다.

2) 오로지 한 여성을 사랑하는 꽃미남들

<꽃남>에서 그랬지만 여성들의 판타지는 별 볼일 없는 여자 주인공이 잘생긴 꽃남과 (그것도 재벌2세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을 통해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줬다. 그러나 그런 설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너무나 많이 나와 이젠 식상할 지경이다.

<뉴문>은 그것을 살짝 비틀었다. 에드워드는 뱀파이어계에서도 손꼽히는 꽃남이다. 모든 뱀파이어는 햇빛에 노출되면 다이아몬드빛이 날 정도로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에드워드는 아름답기 짝이 없다. 그런 꽃남이 평범한 여고생을 사랑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게다가 백살이 넘은 그는 작품에선 별로 나타나진 않지만, 상당한 재력가다. 영원히 늙지도 않고 멋진 꽃남이 게다가 돈까지 많으니 이보다 더 환상적일 수 있을까?

게다가 에드워드가 전형적인 다소 비리비리한 꽃남의 전형이라면, 근육질의 거친 매력을 자랑하는 늑대인간 제이콥도 아무런 조건없이 이유없이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벨라를 사랑한다. 에드워드가 창백한 정도로 아름다운 꽃남이라면, 제이콥은 흔히 요샛말로 ‘짐승남’이다.

이런 여성들이 좋아하는 각기 상이한 매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한 여성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데 과연 여성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고 베길 수 있겠는가?

뱀파이어인 스튜어트와는 다른 매력의 소유자인 늑대인간 제이콥. 그의 헌신적인 사랑과 애정고세는 아마 여성들이 누리고픈 다른 감정의 대리만족일 것이다.

3) 목숨을 건 사랑

에드워드는 <뉴문>에서 벨라와 헤어지려 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벨라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는 뱀파이어 일족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녀가 나중에 일족에 의해 처단되거나, 기타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헤어진 후에도 환영을 통해 그녀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알려준다. 그것도 부족해 벨라가 죽었다는 잘못된 정보를 알고는 기꺼이 일족의 법을 어기면서까지 ‘죽음’을 선택하려 한다. 물론 벨라가 나중에 뛰어와 그를 구하긴 하지만.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그러나 결국 결말부엔 뱀파이어 지도부가 이 사실을 알고는 벨라를 제거하려 하고, 에드워드는 이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 또한 낭만적이지 않은가?

사랑 앞에 저돌적인 것은 제이콥 역시 마찬가지다. 제이콥은 벨라를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모든 희생을 감내한다. 심지어 뱀파이어 일족과의 전쟁도 불사하려 한다. 이런 목숨을 건 한 여성을 향한 두 남자의 순정앞에 어떤 여성 관객이 환호성을 터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뉴문>을 보는 남성 관객들은 손발이 오글거릴 수 밖에 없다. “네가 숨쉬는 한순간 한순간이 내겐 축복이야”라는 식의 남성 캐릭터들의 대사는 버터 덩어리를 통째로 입안에 넣은 듯 메쓰꺼움과 구토를 유발한다. 그러나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 신(神)과 같은 존재들이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을 사랑해 애정을 듬뿍 담아 던지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그 어떤 사랑의 시보다도 감미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관객들은 <뉴문>에 환호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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