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변희봉의 카리스마가 빛난 ‘공부의 신’

朱雀 2010. 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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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변희봉이 <공부의 신>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너무나 많은 기대를 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톡톡히 보답을 받았다. 어제 방송된 3화에서 변희봉은 70-80년대 전설적인 수학교사로 지내다가 자신이 키운 제자들이 부패한 이들이 되자, 회의를 느끼고 어린 아이들을 가리키는 차기봉 선생으로 등장했다.

첫 등장부터 그의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는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면서 구구단을 그 자리에서 물어서 외우게 하는 무서운 선생으로 그려졌다. 회초리를 들고 아이들을 때리고 위협하는 그 자세는 예전 ‘호랑이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특별반을 맡아달라는 강석호 변호사(김수로)의 청을 거절하다가, 자신이 문제아 시절 열심히 풀었던 수학 정석책을 들고 오고, 차기봉이 몰래 스크랩해놓은 자랑스러운 제자들의 신문기사를 들먹이며 결국 설득해내고야 말았다.

차기봉은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한복을 입고 등장해서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보자기에 싼 시험지를 꺼내 다섯 문제아들에게 나눠주곤 ‘10분 안에 풀어라!’라며 시간을 쟀다. 10분이 지나자 그는 칼같이 거둬서 점수를 매기며 아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아이들을 노려보는 듯한 눈빛과 꼬장꼬장함이 느껴지는 표정. 어딘가 숨겨놓은 사연이 잔뜩 있을 법한 차기봉 캐릭터는 변희봉이 아니면 ‘과연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변희봉에게 관심을 두게 된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입봉작인 <플란다스 개>였다. 당시 경비역으로 열연한 변희봉은 꽤 오랫시간동안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다. 개인적으론 지루했는데, 봉감독은 코멘터리에서 ‘변희봉만큼 대사 만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배우를 일찍이 만난 적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봉감독은 다른 작품에서 변희봉이 혼자 재담을 하는 장면을 보고 감탄해서 <플란다스의 개>에서 그런 장면을 넣었다고 했다.


봉감독의 변희봉에 대한 신뢰는 깊어서, 그의 최대 흥행작인 <괴물>에까지 출연하게 된다. 변희봉은 여기서 한 집안을 이끄는 가장으로 나온다. 한강매점을 운영하는 그는 다소 모자란 구석이 있는 송강호와 박해일을 거두는 역할로 나온다. 변희봉은 여기서 특유의 연기력으로 손녀 고아성이 괴물에게 납치되자, 가족을 이끌고 괴물과 맞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코믹하게 그려내어 봉감독의 기대에 200%이상 보답했다.

<공부의 신> 3화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이는 단연 변희봉이었다고 여겨진다. 그의 등장 덕분에 다소 판타지처럼 느껴졌던 <공부의 신>은 현실에 단단히 밧줄을 묶어 맬 수 있었다. 그는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주입식 교육법을 고수하며, ‘순간적, 기계적, 자동적으로’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에서 등장한 수학 교사는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 과장된 몸짓을 보여줬다. 일본 드라마의 특징을 들라면, 유치해보일 정도로 원작인 만화라면 만화적 표현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성을 원하는 국내 시청자에게 일본식 드라마 표현법은 맞지 않는다. 물론 우리에게도 이제 ‘만화적 표현법’이 많이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만화에서 나오는 유치한 개그와 행동을 드라마에 그대로 하면 ‘에이 뭐야?’라는 불평과 함께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판타지와 현실에서 어렵게 외줄타기를 해야하는 <공부의 신>의 입장에선, 비록 원작만화에서 따왔지만 만화가 아닌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물이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 ‘천하대 특별반’을 맡을 특별한 선생님들이 그러하다! 그 첫 번째 주자로 등장한 ‘수학의 신’ 차기봉 선생역의 변희봉은 특별교사 1번 타자로서 너무나 훌륭하게 자신의 몫을 해낸 것 같다.

그의 명품 연기는 출연분량과 관계없이 <공부의 신>의 현실적 근거토대를 더욱 공고하게 쌓아두었다. 그의 카리스마가 빛나는 명품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한 보람을 느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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