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호프 - 가면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

朱雀 2010. 4. 6. 07:00
728x90
반응형


 

레뷰 사이트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운좋게 간만에 연극하나를 보게 되었다. 넌버블 연극이라 한, <반호프>는 다섯 명의 배우가 약 40여개의 다양한 가면을 뒤집어쓰면서 등장하는 연극이었다. 기차 정거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반호프>는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다. 그저 등장인물의 몸짓과 손짓으로 대사와 표정을 대신한다.

연극을 보기전에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 사실 등장인물의 대사보다 표정과 눈빛 그리고 몸짓 같은 행동언어로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더 큰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반호프>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표정을 가면을 써서 막아버렸다. 그뿐인가? 눈빛 역시 가면으로 인해 막혀버렸다.

대사조차 없다는 사실은 연극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하여 이야기를 어떻게 진행시킬지 몹시 궁금했다. 허나 가면을 쓰고 대사 한마디 없는 대신에, 섬세한 몸짓 언어가 그걸 대신했다. 한가지의 표정만이 있는 가면이지만, 그것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풍성한 음악과 묘기에 가까운 배우들의 몸짓 등은 충분히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또한 표정이 없기에 무대위에 새로운 표정의 등장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 그의 행동과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비록 대사도 없고, 등장인물의 표정도 없었지만, 몸짓언어로 알아듣고 부족한 부분은 상상력으로 채워가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반호프>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한 소녀의 이야기다. 어느 정거장에서 버려진 그녀는, 나이를 먹어 그곳을 찾아오고 그곳에서 소매치기 소년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정거장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반호프>를 보면서 내내 즐거웠던 것은, 등장인물 중 ‘악당’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따지고 들면 소매치기 소년에게 도둑질을 시키는 악당이 한명 있기는 하지만, 그는 나중에 적당한 선에서 물리치는 정도로 끝이 난다.

<반호프>에는 유머가 넘쳐난다. 바람둥이가 등장해 특유의 느끼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베베꼬이게 하며, 서커스를 보는 듯 현란하고 자유로운 몸짓속에 숨겨진 유머는 관객을 포복절도케 한다. 그러한 웃음 속에서 인생의 ‘소중한 것’에 대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있는 연극. 그게 <반호프>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