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맛기행

줄서서 먹는 종로 털보네 호떡

朱雀 2010. 10. 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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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호떡 이야기를 했더니, 갑자기 예전에 먹던 화덕에 구운 호떡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음에서 검색해보니 ‘커피 한잔’이란 곳에 화덕이 있고, 빵이랑 호떡을 굽는다는 포스팅을 보고,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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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을 닫은 건지, 아니면 길치인 내가 못 찾는 것인지 끝내 찾을 길이 없었다. 그리곤 별 다른 생각없이 인사동 거리로 자연스럽게 걸어가게 되었다. 인사동 거리는 확실히 예전이 좋았다.

 

비록 지금처럼 깔끔하지 않고 조금 지저분하긴 했지만, 그땐 정말 뭔가 더 사람사는 냄새가 나고, 고풍스러운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보기 좋게 보도블럭을 깔고 신식 건물을 지어 올리면 그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이들 때문에 답답하긴 하지만, 내가 뭘 어쩔 것인가? 이렇게 투덜거리는 정도외엔.

 

어쨌건 그렇게 인사동 거리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올라가다보면 거대한 줄이 서 있는 곳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털보네 호떡’이란 곳이다. 난 개인적으로 마치 부침개를 부치듯 기름에 부친 호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미아리 호떡에 입맛이 익숙해진 탓이다. 기름이 뚝뚝 흐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맛 탓에, ‘왜 저걸 먹겠다고 저렇게 줄을 섰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한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그 생각을 접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겨우 호떡하나 먹자고 그 긴시간 동안 줄설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나는 맛집만 보면 줄을 서는 일본인이 아니니까.

 

그러다가 엊그제 우연히 인사동에 갔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털보네 호떡집의 줄이 얼마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 줄을 서보기로 했다. 사실 인사동엔 호떡집이 많다.

 

자세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열집 가까이는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줄서서 먹는 집은 오직 털보네 호떡 뿐이다. 아니, 인사동 골목에서 음식을 파는 곳 중에 이 정도로 줄을 서서 먹는 곳은 오직 ‘이곳’ 뿐이다!

 

겨우 1개당 1천원씩이나 하는 호떡이 무엇이 맛이 있다고 이렇게 줄을 서는 걸까? 호떡을 굽는 과정을 보니 특별한 게 없다. 그저 늘 봐온 것처럼 기름 판위에 호떡을 올리고 노릇노릇하게 누우면 땡이다!

 

한 10분 정도 기다렸다 맛을 보니, 맛도 사실 특별한 게 없었다. 기름에 부친 호떡맛 그대로다. 다만 조금 특별한 게 있다면, 기름기가 돌면서도 담백한 옥수수의 맛과 찰진 찹쌀의 맛과 더불어 정이 넘치는 듯한 꿀(설탕)이 들어있다는 거다!

 

꿀이 너무 뜨거워서 몇 번이나 입천장을 델 뻔했다. 같이 간 여자친구는 살짝 입천장이 데었다고 한다. 털보네 호떡은 사실 줄 서서 먹고 나선 조금 허탈했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그토록 줄 서서 먹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였다. 엄청나게 맛있거나 엄청나게 특색있는 맛은 아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세련된 도시의 맛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마치 시골 장터에서 맛난 듯한 호떡의 구수함이 있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털보네 호떡은 그런 풍미를 지니고 있다. 어딘가 촌스럽고 투박하고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정감이 가는 그런 느낌 말이다.

 

사실 호떡이 무슨 기술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잘 구워진 프라이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될 것을. 그러나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도 세월이 더해지고, 마음이 더해지면 특별한 맛이 나기 마련이다.

 

털보네 호떡집은 인사동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호기심 가득한 외국인들도 줄을 서서 사먹고는 한다. 그들은 디카앞에서 ‘김치’를 외치며 연방 ‘딜리셔스’를 외쳐댄다.

 

또한 이제 10-20대들도 먹으면서 즐거워 하며 다시 인사동 거리를 걸어갈 힘을 내게 한다. 겨우 한 장의 호떡이 철부지 아이부터 벽안의 외국인까지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나 같은 별종은 ‘역시 그 맛이 아니야’라고 툴툴 거리지만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접근하면 털보네 호떡은 줄서서 먹을 만한 곳이다.

 

특히 한국인의 정처럼 한입 배어 무는 순간 흘러내리는 꿀은, 요즘은 각박해져 가는 도시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정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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