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위키리크스 파문, 문제는 줄리안 어샌지가 아니다!

朱雀 2011. 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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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가 작년 11월 28일 미국무부 25만건의 비밀문서들을 공개함으로써 세계는 논란에 빠져들었다. 일부는 이런 ‘외교에 있어서 비밀은 필요한 것이며, 이런 식의 무분별한 폭로는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견은 ‘이는 언론의 당연한 직분이다’며 위키리크스와 줄리안 어샌지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위키리크스는 2007년 공개된 이래, 꾸준히 정보를 공개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2007년 7월 12일 한 바그다드에서 로이터 통신의 기자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미군이) 유탄발사기로 오인해 12명이 사망한 영상을 작년 4월 공개한 것을 들 수 있겠다.

 

미국무부는 그동안 줄리안 어샌지를 눈의 가시처럼 여겨왔고, 최근엔 그에게 문서를 건네준 메닝 일병과 함께 ‘스파이 혐의’로 엮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5만건의 문서가 공개된 이후, 세계는 미국의 태도와 행동에 경악했고, 각국 정상들이 보여준 행동과 말 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와 관련된 문건들도 눈에 띄어 흥미롭다-

 

 위키리크스 폭로로 드러난 ‘MB정부 외교·안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한반도 관련 외교문건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외교 정책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막연한 근거로 북한의 조기 붕괴를 상정한 대북정책을 만들어왔고, 중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부정적·회의적 태도를 보인 것이 속속 확인된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현재까지 논의는 줄리안 어샌지와 그가 운영하는 '위키리크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과연 정식 언론이 아닌 위키리크스가 그런 행동을 해도 되는 것인지, 폭로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등등이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논의해야 될 사항은 줄리안 어샌지와 위키리크스가 아니라 ‘미국과 세계’라고 본다. 분명 어떤 면에서 줄리안 어샌지는 ‘행동이 지나쳐’ 보인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자. 일개 해커에 불과했던 어샌지는 무슨 신념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초강대국인 ‘미국의 적’이 되길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부시는 ‘이라크의 후세인과 9.11테러리스트와 연관되어 있고, 핵무기와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 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이후 미군이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증거와 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나 혹은 다른 여러 이유로 특정 정보를 은폐-조작을 해왔다. 1964년 북베트남측이 미국의 구축함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통킹 만 사건’으로 인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지만, 이는 명백한 조작이었다.

 

미국의 상원이 ‘잘못된 정보와 조작된 증거로 인해 벌였다고 인정한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인에겐 민주주의의 상실과 경제적 피폐와 잿더미로 변한 국토 그리고 전쟁 고아와 미망인 등으로 넘쳐나게 했다. 미국 역시 막대한 (4천 5백억 달러-약 414조 4천억원) 전쟁비용과 사상자( 미군 4천명 사망, 2만 6천 5백명 부상)를 기록했다.

 

마침내 끝난 이라크전, 미군은 무엇을 남겼나

대량살상무기 때문이라는 거짓말로 시작된 7년의 전쟁, 수많은 난민과 테러와 갈등의 소용돌이를 남겼다

 

출처: 한겨레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쟁을 수행한 목적은 무엇일까? 기사에 따라 분분하지만 세계 3위에 달하는 이라크의 석유매장량과 미국이 지닌 무기를 사용하고 이를 (세계로) 수출하기 위한 끔찍한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즉, ‘정의와 자유’등을 운운했지만, 결국 미국이 전쟁을 수행한 목적은 지극히 자국 중심적(오히려 특정 집단의 이익이 더 맞을 듯)이었고, 이를 위해 정보를 은폐-조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는 인용한 숫자들이 말해주듯, 끔찍하기 짝이 없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줄리안 어샌지가 폭로한 기밀문서를 통해 우린 세계 각국 정부가 어떤 정치적 거래와 외교및 활동을 해왔는지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반성을 촉구하고 행동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민주사회의 시민은 마땅히 잘못된 것에 분노하고, 이에 항의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잘못된 것임을 세계 모든 나라가 알았지만, 모두들 미국의 힘이 두렵거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명분 없는 전쟁’에 끼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줄리안 어샌지를 정보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정보’는 유보 혹은 일부러 빠뜨렸고, 슈피겔을 비롯한 유력 언론사와 협력해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신중을 기한 것을 보여주었다. -결코 무분별하게 정보를 마구 유포한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우리가 위키리크스의 폭로에서 가장 유념해야할 대목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도덕성이 심각한 위험수준에 달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땅히 이를 비판하고, 투표권을 행사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전 세계적인 언론의 고민과 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미국을 비롯한 정부가 변할 생각이 없다면, 시민이 나서는 수 밖에 없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3년간 해온 행동은 ‘언론’이 해야 될 일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정부에 의해 침묵하거나 열렬히 동조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해왔다. 위키리크스가 오늘날 세계에 이슈화되는 것은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줄리안 어샌지 개인의 도덕성을 따지거나, 위키리스크가 공개한 25만건의 비밀문서에 대한 비난에 앞서서 우리가 고민해야 될 것. 그건 ‘우리가 과연 발달한 인터넷의 기술들을 어떻게 사용해서 어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국가와 언론이 특정 정보를 은폐-조작해서 각자의 이익(자국도 아닌 특정집단)만을 쫓아가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행동해야 하는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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