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미국과 유럽만이 정답은 아니다!

朱雀 2011. 2.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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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요즘 읽고 있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편이다. 저자 마틴 자크는 <가디언>지에 칼럼을 기고한 이답게 날카로운 안목을 보여주는데, 그중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서구의 근대를 ‘보편성’이 아니라 ‘특수성’으로 본다는 사실이다. 이글을 보는 이들 가운데 ‘자다가 무슨 봉창을 두드리는 소리냐?’하는 분도 있겠지만, 우리의 개화기 당시 최남선을 비롯한 지식인들이 우리 역사에서 머리 터지게 고민하던 대목이 바로 ‘근대’를 ‘어디서부터 볼 것이냐?’였다.

 

왜냐고? 당시 우리 지식인들은 서구열강의 침탈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도 그들의 기술과 국력에 매료되어 어떻게 하면 우리도 ‘저런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봉건제가 붕괴하고 공화국으로 이동하는 유럽의 ‘근대’는 지식인들에게 꿈에서조차 찾고 싶은 ‘소원’이었다! 당대의 지식인들이 ‘조선’을 봉건사회로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도 알고 있었다. 조선왕조의 경우 중앙집권을 이뤘기 때문에 봉건제도와는 거리가 안드로메다만큼 멀다는 사실을. 그러나 시대적 요청과 눈앞의 현실 때문에 그 정도 모순은 감수했다. 마틴 자크의 이야기는 필자에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이미 <노자와 21세기><논어이야기> 등을 통해서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적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봉건제를 시행한 곳은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 뿐이다. 그러나 서구는 자신들이 봉건제를 거쳐 근대로 넘어왔기 때문에 이를 당연시 여겼다. 서구열강의 침탈을 겪으며 그들처럼 강대해지길 원했던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는 이런 것을 의심조차 해보지 않고 근대의 개념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에서 마틴 자크가 지적하지만, 서구유럽의 근대화는 보편으로 오해하기 쉽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처해진 환경과 입장이 매우 다르다. 일례로 서구유럽이 이룬 성공엔 식민지국가의 피와 땀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만약 서구유럽만의 근대화와 산업화가 진리라면, 그 이후 일본과 대한민국이 지금의 중국 등이 이룩한 연평균 두자리수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서구유럽은 자신들이 걸어온 발자취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설명할 수 없었고, 혼란에 빠져들었다.

 

서구 유럽은 평균 2-3%대의 경제성장를 보였다. 영국이 최고 전성기 때나 미국이 세계 1차 대전 이후 유럽을 이끌어 갈 때도 5%를 채 넘기지 않았다. 반면 일본-한국-중국은 모두 8%이상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여주었고, 일본은 1980년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2010년 기준으로 세계 12위 규모의 경제 대국이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일본-한국-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압축성장’의 비결엔 분명히 서구유럽을 보고 배운 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서구유럽이 국가보다는 개인이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에 비해, 정부가 나서서 계획경제를 이끌었기에 가능했다. 서구유럽은 약 2세기에 걸쳐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오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의 요구가 끊임없이 있었고 변화했다.

 

따라서 그들은 중국 또한 머지 않은 시일내에 민주화를 이룰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1979년 덩샤오핑이 정치는 공산당이 맡고, 경제만을 자유화시킨 반쪽짜리 개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오늘날 미국과 맞먹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지금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서구유럽이 유일한 예외로 치던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단행했지만, 천왕제는 고수했다. 즉, 이건 개혁이 아니라 ‘변화’만을 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상황이 다른 것이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탓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왕조는 사라졌고, 갑작스런 광복과 6.25 전쟁 등의 정신없는 질곡을 건너왔다. 그 와중에 많은 지식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식 민주주의’에도 눈을 뜬 것은 아닐까?

 

중국은 분명히 모순과 문제점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5천만명의 부자와 8억명의 절대 빈곤이 나타내는 심각한 부의 불균형, 에너지-물-자원-식량 부족, 빠른 사막화와 환경오염 등등. 여기에 덧붙여 천안문 사태이후 지도부의 민주화에 대한 묵살까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은 옆나라인 우리로선 부담스럽고, 서구유럽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변화를 거기에 끼어 맞추려 하는 것은 강물에다 칼을 던져놓고 뱃머리에 표식을 해놓는 것만큼이나 바보스러운 짓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 않나 싶다.


 

참고: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노자와 21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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