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의외의 재미와 흥분을 느낀 ‘대학토론배틀’

朱雀 2011. 8. 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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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토론배틀>이란 제목을 들으면 아마도 갸우뚱 거릴 이들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백지연 앵커가 진행한다고 하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쯤이면 눈치가 빠른 이들은 알아 차렸을 것이다. 바로 현재 tvN에서 매주 토요일 낮 12시에 방송중인 프로그램이다.

 

<대학토론배틀>이란 제목 그대로 재기발랄하고 때론 엉뚱한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상대팀과 배틀을 벌이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근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그리고 흥미롭다.

 

<대학토론배틀>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참가가능하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대표패널 2인과 지원패널 5, 7명이 한팀을 이뤄 참가해야 한다. 또한 팀내 토론 장면 등이 담긴 UCC를 제작해야 했다.

 

티빙(http://www.tving.com) 을 통해 지난 730일 방송된 1회를 보면, 몇몇 팀의 UCC가 나오는데, 대학생 다운 재기발랄함이 돋보였다. 작년에 떨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거나, 유명 광고 등을 패러디해서 존재감을 깊숙하게 발휘했다.

 

300여개가 넘는 대학의 토론팀(정확히는 362개팀)이 참가했기에 32강 예비심사는 봉투에 들어있는 논제를 보는 순간부터 5분간 서로 토론한 다음, 5분간 심사위원 앞에서 이야기하고, 심사위원의 기습질문에 대응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여줬는데 이 부분도 걸작이었다!



어떤 팀은 즉흥랩을 하듯 속사포로 심사위원의 기습질문에 답하고
, 누군가는 마키아벨리즘과 데카르트의 철학을 담아 답변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난데없는 사랑고백을 해서 심사위원들을 포복절도케 한다.

 

물론 상당수의 참가자들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를 그냥 당기는 것으로 잘못 알고 반대의견을 내거나(여기서 단 김불로 달구어 놓은 김이란 뜻),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를 보고, “돌다리를 왜 두들겨 보고 건너나요? 전 그냥 건너가요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물론 웃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답답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토론에서 제일 중요한 논제의 경우, 16강전에 나온 것들을 살펴보면,

 

홍대 클럽데이 부활, 문화아이콘인가? 그들만의 탈선 아이콘인가?

스마트폰은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가?

결혼은 미친 짓인가?

대학교 졸업장, 선택인가? 필수인가?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합당한가?

무상등록금, 보편적 복지인가? 포퓰리즘인가?

 

등등으로 살짝 봐도 알겠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거나 시대적 흐름을 짚어내기 위해 애쓴 것이 보인다. 방송을 보면 대학생들은 기존 토론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흔히 보여주는 색깔론과 막말을 보이지 않는 다는 점에선 신선했다.

 

물론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우선 참가자 대학생들이 생각 외로 자료조사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았다. 가장 당황스런 부분은 네이버 지식인 같은 전혀 신빙성 없는 인터넷 자료를 내세우거나, ‘혼전동거처럼 오늘날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을 국내가 아닌 미국-프랑스 등지에서만 예를 수집하는 등의 모습이었다.

 

또한 너무 흥분한 나머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지 않고 발언하거나, 서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기존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대학토론배틀>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본다. 기존 토론 프로그램의 경우, 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참석한 이들이 수준이하의 행동과 말싸움 그리고 쓸데없는 같은 말의 반복을 통해, 우리 시대의 토론은 지루하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그러나 <대학토론배틀>은 그동안 나름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대학 동아리 등지에서 오랜 시간동안 연습해온 그들이 서로 토론을 벌이기에 진행속도도 빠르고, 심지어 자신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이어나가고자 하는 열의를 보인다.

 

또한 <대학토론배틀>은 토론의 기술에 대해 포인트를 짚어냄으로써, 오늘날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토론을 하기 위해선 논술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만 한다. 말싸움이 아닌 토론을 위해서는 그 논거가 수반되어야 하고, 그 논거는 거시적인 것부터 미시적인 것까지 적절한 것들로 채워야 한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말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연설과 토론에서 대중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Change’같은 구호는 쉽지만, 정확하게 당시의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구호였고, 한 흑인 할머니의 예를 들어 시작한 연설 등은 적절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물론 몇몇 소수를 제외하곤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될리는 없겠지만, 입학사정관제나 면접 등등 말할 기회가 날로 늘어나는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말하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또한 넓게 보자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서로간의 소통이 없는 탓이고, 소통을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서로 대화해야만 한다.

 

<대학토론배틀>의 백지연 앵커는 ‘20대가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라는 식의 말을 프로그램 내에서 자주한다. 대학생은 졸업하면 취업을 통해 사회에 편입되고 그들은 10년 내로 사회의 기둥으로 자라난다. 따라서 그들이 건전한 토론문화를 구축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학토론배틀>은 우리가 관심을 두고 볼만한 케이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대학토론배틀>은 지난 730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낮 12시에 tvN을 통해 방송되고 있으며, 오는 13에는 8강전이 방송된다. 할말은 많지만 너무 길어져서 앞으론 방송분을 보고 좀 더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대학토론배틀>은 이번이 두 번째 이며, 6화로 방송될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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