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마이클 샌델의 강연회에서 세 번이나 부끄러웠던 이유!

朱雀 2012. 6.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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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토요일 저녁 7시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마이클 샌델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국내출판을 기념해서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를 초청한 공개강연회가 있었다.

 

거기서 필자는 세 번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부끄러움을 느낀 순간은 위에 올린 사진의 내용 때문 이었다! 공개강연회에서 마이클 샌델은 우리가 <정의>강의를 TV에서 본 것처럼 만 명이 넘게 모인 청중들 앞에서 우리가 고민하고 토론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을 제기하고, 청중들을 직접 일일이 지목해서 의견을 묻고, 청중들끼리 토론하게 만들었다. 그의 모습은 일방적으로 듣는 데 익숙한 우리에겐 꽤나 신선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런 신선한 충격을 우리 스스로 난감하게 만든 대목이 있었다! 바로 손을 들고 의견을 밝힌 이들의 대다수가 영어로 답한 사실 때문이었다. 필자는 애초에 손을 들 생각이 없었으나, 괜시리 우리말로 의견을 말해서 용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치켜들 정도였다.

 

처음에 세명 정도가 영어로 이야기할 때는 그런가?’했지만 시작한지 40분이 넘도록 마이클 샌델 교수가 호명하는 이들마다 영어로 답하니, 우리나라에서 자막을 통해 이해해야 하는 희한한 경우가 발생하고 말았다. 급기야 마이클 샌델교수가 이제부턴 영어든 한국어든 편한 언어로 의견을 개진해 주세요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한두명씩 우리말로 말하기 시작했다.

 

만약 대학생들을 위한 강의였다면 필자가 이렇게 부끄럽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세 마이클 샌델 교수를 불러놓고 서로 의견개진을 할때는 수 많은 청중을 위해서라도 장소를 고려해서라도 우리나라 말을 쓰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 한 사람만을 존중하고 나머지 만명이 넘는 청중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합당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시 30분쯤이 되자 이미 노천극장의 대다수 자리는 앉을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공간은 급기야 자리부족으로 인해, 계단에 앉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국내 인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보다 먼저 민망해진 순간은 마이클 샌델 교수가 나오기 전의 상황이었다. 식전 행사로 관계자가 나와서 인사말을 하는 도중에 이번 공개강연회의 무료초청권이 인터넷에서 3~4만원 정도에 암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이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도 나오지만, 이번 강연회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청중에게 물었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표가 암거래 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에선 환자들이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 며칠씩 줄을 서서 예약권을 사는데, 그것이 암거래 되고 있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표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 포함된 것이다. 레이디 가가는 공연표를 판 수익금으로 생활을 한다. 따라서 공연표의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고, 그 값어치는 팬들이 측정하는 것이다.

 

반면 의사의 진찰권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다. 따라서 돈이 많다고 해서 의사의 진찰권을 먼저 사서 진료를 받는다면 이건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가장 위대한 존엄성을 무참히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레이디 가가의 공연 역시 시장 경제하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무조건 비싸게 받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팬을 위해 올바른 행동이라고 할 수 없으며, 모두가 향유해야 하는 문화에 대한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없다!

 

요컨대 레이디 가가의 공연은 그 자체가 하나의 행위이기 때문에 단순히 돈으로 결정할 재화로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시장적인 가치와 비시장적인 가치사이에 한쪽씩 발을 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에 비해 읽기가 수월하다. 거기선 어려운 철학적 난제나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울림은 결코 전작보다 작지 않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자연-예술-시민의 의무 등등 우리가 그동안 비시장적인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도 모르게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진 상황을 지적한다!

 

“...시장지상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지도 않은 채,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being a market society)시대로 휩쓸려왔다

 

서론 부분에 나오는 이 대목은 마이클 샌델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쓰게 된 이유이자, 가장 지적하고 싶어하는 대목이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어느새 우리는 모든 것에 가격을 메겨버리고 말았다.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6250달러, 미국으로 이민할 권리 50만 달러, 멸종위기에 놓인 검은코뿔소를 사냥할 권리 15만 달러,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 1톤에 13유로 등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예시를 드는 것들은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해진 상황들이다.

 

예를 들어 멸종위기에 놓인 검은 코뿔소를 사냥하는 권리를 비싸게 팜으로써, 농장주는 멸종위기에 놓은 검은코뿔소를 키우게 되고, 국가는 수입을 얻고, 사냥꾼은 만족을 얻고, 검은코뿔소는 개체수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마이클 샌델 교수는 대학기부입학제를 공개강연회에서 예를 들었다. ‘만약 90%의 학생은 기존의 방법대로 시험 등을 통해 들어가고, 10%정도만 부자들이 자제가 기부금을 내고 입학하면 어떨까?’라고 말이다.

 

사실 이건 이미 미국와 우리나라에선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미 실행(?)되고 있고, 점점 양성화하자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쪽의 입장은 부자들이 많은 돈을 기부함으로써 90%의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음을 말한다.

 

반대하는 쪽은 대학의 목적에 대해 묻는다. 대학교는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서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따라서 기부금을 받고 입학하는 것은 대학의 목적에 위배된다고.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개강연회 내내 을 내놓지 않으려 했다. 최대한 청중들에게 풍부한 사례와 이야기를 들려주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유도했다. 예를 들어 돈을 내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의견을 물을 때도 그랬다.

 

미국의 내전인 남북전쟁당시 강제징집이 이루어졌는데, 부자들은 돈을 내거나 자신의 의무를 대신해줄 사람을 사서 의무를 대신했다. 이에 대해 의견을 묻자, 다른 때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비를 다시 예로 들었다. “세계적인 팝스타인 그가 군대를 가는 대신, 2년간 버는 돈의 절반을 나라에 내고 병역의 의무를 대신한다면?”이라고 물었다. 역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는 좀 더 청중이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고자 애를 썼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1만명이 넘게 모인 노천극장에서 손을 든 이를 정확하게 지목해서 그의 의견을 열심히 듣고 그 핵심을 파악하고자 애쓰는 자세였다! 하버드대에서 이루어지는 <정의>강연을 보면서 하버드대에선 저런 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눈앞에서 이루어지자, 마치 필자가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아카데미에 모여 서로 토론하는 착각이 이루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벤트성으로 한두명에게 묻고 마는 것이 아니라, 2시간이 넘는 강의 내내 계속해서 청중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게끔 만들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한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 와서 우리가 이젠 편하게 받아들인 인센티브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지를 주면서 의견을 개진하게끔 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선 학업성취도 낮은 지역에선 A학점을 받으면 100달러, B학점을 받으면 50달러를 주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책한권을 읽으면 2달러를 주는 곳들이 있다고 했다.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과 한국에서 거의 비슷한 80%대 이상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동기유발을 위해 그런 식의 당근을 쓰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이른바 인센티브.

 

인센티브는 경제학자들에 의해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선 만병통치약처럼 취급받고 있다. 그러나 마이클 샌델 교수는 환상을 벗어제낀다. 한 어린이집에서 정해진 데려갈 시간보다 부모들이 늦는 경우가 많자 벌금을 부과했다. 결과적으로 더욱 많은 부모들이 늦어버렸다. ? 이전까진 늦으면 미안해하던 부모들이 이제 벌금을 선생들에게 주는 요금으로 해석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그 어린이집은 벌금을 없앴지만 이미 부모들은 상당수가 늦는 데 익숙해져버린 상황이었다. 다음 예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스위스의 한 마을이 핵폐기물을 매장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손꼽혔다. 투표를 해보니 51% 정도가 찬성을 했다. 이에 경제학자는 더욱 찬성률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썼다.

 

만약 1년마다 6천유로를 준다면 핵폐기물 매립장을 만드는 데 찬성하는가?’라고. 결과는 놀랍게도 25%대로 찬성률이 떨어졌다. 그곳 주민들은 뇌물을 받고 싶지 않다라고 답변했다. 그곳 주민들이 핵폐기물 건립에 찬성한데는 위험하지만 이곳이 제일 안성맞춤인 장소이고, 누군가는 해야될 일이기 때문에 공공선을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돈을 준다는 제안이 오자, 가족의 위험을 돈을 파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들은 몹시 불쾌해했다. ‘가족의 위험을 돈과 바꿀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는 앞서 말했지만, 자본주의가 범람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잠식된 것들을 말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비시장적인 재화까지 가치를 매기고, 문제가 발생하면 인센티브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건 옳은 일일까?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너무 논의가 적다라고 비판한다! 그가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은 우리가 당면한 시장경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 논의를 확산키 위함이다.

 

마치 도올 김용옥 교수가 2천년 전의 경전인 <중용>을 들고 나와서 현대인의 도덕성과 인격적 완성을 설파하고자 한 것처럼,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동안 제도와 자본주의 논의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배제되었던 도덕과 윤리에 대해 논하고자 한 것이었다.

 

강의 내용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가 언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하버드대에서 했던 것처럼 한국인들에게도 토론을 유도하고 논쟁하게끔 만드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강연회 도중 나갈 수도 있지만, 마이클 샌델 교수에겐 힘 빠지는 상황일 것이고, 필자로선 괜시리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끄러운 것은 강연회 도중 속속 일어서서 몰래 빠져나가는 청중들 때문이었다! 연세대 동문이자 사회자로 처음 강단에 나선 손범수씨는 휴대폰을 꺼줄 것과 강연회 도중 퇴장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직업이 직업인 만큼 강연회 도중 나가는 것을 몹시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건 당연한 말이지만 강연회에 나선 이를 위한 당연한 예절일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시장경제에 찌들어 산 우리에게 도덕을 묻는 강연회에선 이건 너무나 기본적인 예의일 것이다.

 

그러나 강연회가 시작된지 두시간이 넘자 속속 나가는 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부끄러웠다. 못 잡아도 수백명은 되는 듯 싶었다. 노천극장은 말 그대로 밖에 있었고 평소 1만명이 수용되는 공간에 약 12천명 정도가 초청되어 있다 보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린 공연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지성을 불러다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를 되집고 해결책을 찾고자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서 기본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참가자의 한사람으로써 매우매우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성과 도전이 가득한 공공담론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의 토론은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해서 우리가 함께 공공영역에서 큰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식이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그것은 다시금 민주적인 삶과 민주주의 시민성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강연회를 마쳤다.

 

비록 불편하고 좁은 자리에 두 시간이 앉아있어서 힘들었지만 세기의 지성을 직접 보고 그의 말을 직접 듣고, 청중들이 서로 존중하면서 민주주인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목격하니 기분이 몹시 미묘했다. ‘만약 우리가 이곳에서 벌인 토론만큼 사회현안에 대해 더 많이 토론하고 생각한다면,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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