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우현과 팬텀의 정체는 왜 일찍 밝혀졌는가? ‘유령’

朱雀 2012. 6. 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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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유령>을 보면서 꽤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한 가지는 죽은 김우현을 대신해서 페이스오프를 통해 미스테리를 파헤치고자 하는 박기영의 정체가 일찍 밝혀진 것이다.

 

박기영은 현재 6화에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곽도원에 의해 의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곽도원이 집중적으로 박기영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것은 그의 별명은 미친소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곽도원도 곽도원이지만, 문제는 대강증권의 대표인 조현민이다. 그는 5화에서 자신의 회사로 찾아온 박기영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정체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6화 마지막엔 자신의 부하를 보내 애인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만듬으로써 더욱 의심을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유령>을 열심히 본 이들은 알겠지만 조현민은 모든 음모와 술수의 배후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1화에서 가장 큰 미스테리였던 신효정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던 그는 5화에서 아예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유령>이 다른 미스테리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기존의 작품들은 범인을 숨겨놓고 시청자들이 추리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유령>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신효정 살인사건의 범인은 5화전까진 실루엣으로 나왔는데, 눈썰미가 조금만 있는 시청자라면 엄기준이란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미스테리극에선 범인을 시청자가 찾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지적유희이자, 가장 쉽게 반전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헷갈리게 만든 다음에, 정작 범인을 밝힐 때는 전혀 다른 인물이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령>에서 신효정의 전직 매니저가 악플러 살해사건의 결국 진범이었음을 밝히는 장면들이 그러했다! 그런데 왜 <유령>은 다른 방식을 취하는가?

 

6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우선 아슬아슬한 묘미를 주기 위해서다! 곽도원은 하데스 노트북을 김우현이 쓴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전력에서 하데스의 악성코드를 쓴 김우현을 보고 바로 체포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김우현은 이 상황에서 하데스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김우현과 박기영이 경찰대 동기로서 매우 친했고, 함께 사이버수사대에 지원하기로 했던 과거를 말하면서 위기를 이겨냈다. 바로 주인공의 그런 어려운 상황 극복은 시청자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짜릿함은 오래가질 못한다.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 이들이 끝없이 공격을 해오기 때문이다. 위에서 열거한 대로 곽도원은 계속 증거를 찾기 위해 미친소처럼 움직일거로, 조현민 역시 마찬가지다.

 

조현민과 박기영의 정체를 밝힌 이유는 무엇보다 두 사람의 대결의 과정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선 범인 찾기에 주력하다보니 시청자의 주의력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얼굴을 밝힌 상황에선 두 사람이 벌이는 대결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김우현과 조현민은 미스테리가 많다! 김우현은 정의로운 경찰이 되고 싶어했으나, 조현민이 살인을 벌이는 현장에서 함께 있을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6화에서 조현민이 이제 시작이다라고 선언한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등등 수 많은 미스테리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그런 미스테리를 푸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에겐 즐거움이 한아름 안겨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형사 콜롬보>를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보여준다. 그리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포근한 인상의 콜롬보 형사가 하나씩 증거를 가져오면서 완전범죄가 성립하는 것을 막는다.

 

<유령> 역시 <형사 콜롬보>처럼 파격적으로 범인을 먼저 보여주고, 범행을 밝히고, 거기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런 방식은 상당히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출연진의 탄탄한 연기력과 제작진의 연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쾌감을 선사하기 쉽지 않다. 과연 <유령>이 이 미션 임파서블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시청자로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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