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골든타임’에선 보는 내내 시청자가 낯 뜨거운 장면이 이어졌다. 바로 최인혁이 살리기 위해 온갖 욕설을 들어가면서 응급실로 집어넣었던 박원국이란 환자가 사실은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에 참석할 정도로 유명인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어진 진풍경 덕분이었다!
최인혁을 퇴출시킨 장본인이자, 가장 길길이 날뛴 김민준 외과의장은 기사를 보자마자 이사장에게 달려가서, 자신을 ‘주치의’라고 말하면서 출세할 기회를 노렸다.
더욱 분이 차는 것은 이사장 역시 그저 유명인사를 ‘병원홍보’물로 생각하는 장면 이었다! 물론 병원에서 VIP환자를 극진하게 대우하는 모습은 이미 강재인의 전 남자친구인 방선우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건 ‘풍자’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이번 박원국의 건은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만든다. 응급환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의사로는 최인혁을 들 수 있다.
그는 병원에 사표를 내고 나간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수술실에 들어가는 과단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각 과의 과장들은 핑계만 대면서 위험한 수술을 하려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자신이 수술하다가 환자가 수술대위에서 사망한 일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화신이 바로 최인혁을 퇴출시킨 김민준 외과과장일 것이다. 그는 최인혁이 사고현장에서 수습해서 1차 수술까지 시켜서 일단 생명연장 시킨 박원국 환자를 처음에는 무시했다.
수술비마저 제대로 댈 수 없는 가난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가 대통령과 국회에서 신경 쓸 정도의 유명인사라는 사실을 알자, 최인혁의 모든 공로를 자신의 것으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장 눈에 띠여서 출세만 생각하고 있다.
이사장 역시 앞서 밝힌 대로 그저 ‘홍보용’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오호 통재로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우린 사람을 어떤 경우에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건 기본 상식이다. 지나가던 5~6살짜리 꼬맹이를 잡고 물어봐도 아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인간의 문명과 모든 기술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인간이 인간마저 수단으로 여기게 되면 인류가 이룩한 모든 것들은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우린 사람의 목숨마저 그저 내 출세를 위해 내 병원의 홍보를 위해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만 든다. 이런 모습은 낚시를 하기 위해 나온 최인혁을 불러낸 울산병원의 한 의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울산병원의 한 의사는 자신이 중증외상환자를 다뤄본 경험이 없는데, 위급한 환자가 들어오자, 오직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최인혁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에게 수술실에서 자리를 양보한다.
사실 의사가 다른 병원의 의사에게 메스를 넘긴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그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최인혁 조차 놀랄 정도로 그런 의사의 모습은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의사는 나이 많은 환자를 경험도 없는 자신이 수술하면 죽을테고,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사이에도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인혁의 수술 덕분에 그 환자는 살릴 수 있게 되었다.
현실에도 과연 그런 의사가 있을까? 아마 <골든타임>이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리라. 게다가 김민준 과장은 자신의 실력에 오만한 나머지 최인혁이 1차 수술에서 어쩔 수 없이 잘라놓은 대장 등의 장기 위치를 기억하는 이민우와 강재인을 ‘인턴’이란 이유로 내쫓는 실수를 범했다.
아마도 최인혁이 수술실에서 지적한 것처럼, 장을 잘못 연결시키는 실수를 저질러서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듯 싶다. 그리고 그런 실수로 인해 최인혁이 다시 응급실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목숨을 살리고자 애쓰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애쓰는 최인혁의 모습은 분명 아름답고 빛이 난다. 그러나 현실에선 김민준 같은 이들이 대세를 이루는 무척이나 답답하다. 과연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연꽃을 피울 이가 존재할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런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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