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을 포복절도케 한 싸이! ‘고쇼’

어제 ‘고쇼’에는 ‘쇼타임’이란 주제로 박칼린과 가수 싸이가 함께 나왔다. 박칼린은 현재 공연중인 <시카고>를, 싸이는 6집을 새로 내놔서 홍보를 겸한 무대였다.

 

박칼린이 누구인가? <남자의 자격> 합창단편에서 5천만 국민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래서 당연히 박칼린이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싸이를 너무 무시한 처사였다.

 

박칼린도 나름 고생하면서 현재의 위치까지 왔지만, 싸이는 못지 않게 처절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싸이는 초창기에 소속사 대표에게 ‘유학생이 뭐 저래?’식의 말을 들었다.

 

일반적인 자존심을 가진 이라면 거기서 관두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싸이는 가수가 되기 위해 사장의 유흥스케줄을 꿰고는, 그가 술집이나 노래방에 있을 때 깜짝 방문해서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

 

외모로 승부할 수 없는 그로선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사장에게 보여주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고현정이 지적했지만, 그건 가수가 되기 위한 그의 간절함이 뚝뚝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이미 그 장면에서 가수 싸이는 우리가 아는 저렴한 이미지와 달리 인생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역시 우리에게 더욱 다가온 것은 9년의 공연동안 여가수의 섹시댄스를 패러디한 부분이었다. 혼자서는 부담스러웠는지, 함께 하는 댄서들과 함께한 무대에서 싸이는 박지윤의 <성인식>, 보아의 <My Name>, 소녀시대의 <Gee>, 심지어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까지 모조리 섭렵해서 보여주었다.

 

그의 그런 모습에 고현정은 포복절도를 하기도 했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선 정형돈의 표현대로 ‘의외로 나름 요염한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델마와 루이스>로 유명한 수잔 서랜든은 ‘섹시’에 대해 ‘그 무대를 지배하는 강한 존재감’이란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남자인 싸이가 여가수의 섹시 댄스를 추는데, 만약 필자 말고도 다른 이들이 매력을 느꼈다면, 그건 싸이의 춤에서 여성적인 매력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의 뻔뻔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싸이는 남자가 봐도 잘 생긴 얼굴이 아니며, 몸매 역시 연예인치곤 뚱뚱한 편이다. 씩스팩은 있어줘야 훈남으로 쳐주는 요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뻔뻔하게 여가수의 섹시댄스를 노골적으로 그것도 웃기기 위한 패러디가 아니라 진지하게 춘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런데 싸이는 그걸 한다. 그것도 아주 잘. 거기에서 우린 그의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싸이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목표는 ‘이성에게 환심사기!’였다고 말한다. 정말 솔직담백한 고백이다. 그러나 그런 태도에 대해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 예술가들의 뮤즈는 대다수가 이성이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은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이지만, 자신이 반한 베아트리체에 대한 마음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고로 인류에게 공감을 사는 것은 일단 한 여성에게 잘 보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한 여성에게 환심을 사고, 그것이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결국엔 인류에 이른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싸이의 말에서 공감을 하는 대목은 그가 지독한 현실주의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만약 고현정을 좋아하게 되면 진짜 고현정이 아니라, 고현정을 닮은 동네 여자를 타겟(?)으로 한다고 했다. 왜? 고현정은 정말 만날 수 없지만, 동네 사는 친구는 최소한 말이라도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살아가면서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도전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싸이처럼 자신이 이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걸 하나하나 이루면서 오늘을 살아가도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 역시 배울 점이 많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고현정이 박칼린을 제쳐두고 싸이를 캐스팅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단순히 웃기고 재능 있는 줄 알았던 싸이를 다시 보게 되는 방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