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골든타임’은 올림픽 오심판정만큼이나 애청자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평상시보다 5분이상 짧게 단축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타방송사의 경우엔 아예 월화드라마를 하지 않았으니 감지덕지해야할까?
어찌되었건 지난주 이민우가 응급실에 피갑칠이 되어 마주쳤던 환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술집에서 시비가 붙었다가 재수 없이 칼을 맞은 사람이었다.
다행히 응급실을 스스로 일찍 찾아왔고, 다른 과들이 콜을 일찍 받아서 응급상황을 넘기나 했다. 헌데 알고 보니 등에 맞은 칼자국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서 사망 직전까지 가야했다.
그 일로 멘붕상태에 빠진 이민우는 원래 다르 환자가 병원 홈피에 남긴 칭찬 때문에 받기로 했던 ‘친절상’을 포기했다. 초기에 미처 중요 상처를 찾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다.
필자가 주목하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상황이다! 각 과의 과장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반면 후반부에 우연히 길가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응급환자를 실고 온 최인혁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그는 사실 이제 세종대병원에서 퇴직했기 때문에 남남이나 다름없고, 그 환자를 책임져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열망으로 그를 보자마자 각 과의 과장들이 퍼붇는 악담을 견뎌내고, 자신의 체면이 깎이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수술하러 들어간 응급환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간과 대장을 비롯한 주요 장기는 터지거나 끊어지고, 허리뼈와 엉덩이뼈 그리고 다리뼈 등등 복합골절이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세종대병원의 다른 의사라면, 조금 해보다가 포기를 했을지 모른다. 아니, 그 전에 다른 병원으로 보내서 응급환자를 호송차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유도했을지도 모른다.
최인혁은 어렵게 들어간 수술실에서조차 피가 부족해서, 환자의 오염된 피를 다시 소독해서 다시 집어넣는 ‘차악의 선택’까지 해야했다. 그러나 최인혁이 말한대로 ‘의사는 선과 악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차악과 최악에서 선택’해야 하는 존재일런지도 모른다.
<골든타임>을 보면서 내내 가슴 아픈 대목은 우리네 의료계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사장 이하 소집된 회의에서 그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돈과 명성’에 관련된 이야기 뿐. 그 어디에도 환자를 위한 이야기는 없다.
따라서 최인혁 같은 이가 오히려 돌연변이로 느껴질 정도다. 응급환자를 말그대로 ‘응급’으로, 증세에 따라 5분에서 1시간이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불이 넘었다는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응급센터가 없는 현실을 드라마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구성원인 인간이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걸 논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지난한 일이다. 게다가 이 건이 참담한 것은 바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의사들 뿐이다.
최인혁 같은 이들이 현장에서 한명의 환자라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뒹굴어 주길 바랄 수 밖에 없다. 한명의 뜻 있는 이가 응급환자를 구하기 위해 수술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회의에서 자신의 뜻을 세우기란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그걸 바라기만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무척 이기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우리같은 일반인은 의료현실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현장에 있는 이들이 나서주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이다.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렵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불교에서 연꽃은 중요한 상징이다. 연꽃은 더러운 진창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은 혼자 고고한 척 하는 인물이 아니라, 최인혁처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아닐까?
겨우 짜장면 두 개에 군만두를 서비스로 가져다주었던 맘씨 좋은 배달부는 그걸로 인해 생명의 기로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더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교통사고가 벌어진 곳에 최인혁이 가까운 곳에 있었고, 직접 수술까지 진두지휘했다. 하물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최인혁은 더욱 복을 받지 않겠는가?
현실에선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최인혁이 다시 일선에 복귀해서 응급센터의 책임자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누구보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그가 가장 위급한 순간에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수술해나가며, 사람들을 구해가는 모습을 비록 드라마에서나 보고 싶다. 정말로. 간절히!
'TV를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갤럭시 S3보다 한수위! 애플 아이폰 선전! (5) | 2012.08.03 |
---|---|
환자마저 홍보의 수단이 된 시대!, ‘골든타임’ (9) | 2012.08.01 |
고현정을 포복절도케 한 싸이! ‘고쇼’ (1) | 2012.07.28 |
결국 소지섭과 엄기준 둘 다 죽음으로 퇴장? ‘유령’ (6) | 2012.07.27 |
이것이 진정한 복고드라마! ‘응답하라 1997’ (9) | 2012.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