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 4’는 드디어 어제 슈퍼위크를 마치고 최종면접을 통해 생방송에 진출할 탑 10을 뽑았다. 방송을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은 18명의 최종합격자중에 간절하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최종 탑 10에 들어간 인물중에 로이 킴을 제외한다면 가정형편이 좋아보이는 이들이 없었다. 볼륨의 경우는 세 명의 멤버들이 작년에 탈락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왔단다. 딕펑스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유쾌발랄함과 달리 6년 동안 인디 밴드를 하면서 빈 무대를 바라보면서 서러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슈퍼스타 K 4>를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았던 것은 심사위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무척 귀에 거슬리는 부분들이었다. 양경석의 경우 과거 건달이었던 탓에 계속 그 부분을 물고 넘어졌다. 이는 앞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족쇄처럼 그를 옮을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편견이란 대단히 무섭다. 양경석이 방송을 보면 눈을 부라리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데, 알고 보니 눈이 나빠서 잘 보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한 것 뿐이었다. <슈퍼스타 K 4>의 악마의 편집은 그런 몇몇 장면을 통해 양경석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하고 재미를 주었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편견을 강하게 만들기도 했다.
윤미래의 말처럼 그는 분명히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그 기회를 주는 곳이 사회가 아니라, 일개 오디션 프로라는 사실이 무척 마음에 걸린다.
계범주에게 이승철과 싸이는 ‘인디로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냐?’라는 식의 물음을 던졌다. 애초에 싸이가 계범주에게 ‘인디가 뭐냐?’라고 물은 것은 그가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니다.
비록 돈은 못 벌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온 계범주에게, 대중음악을 할 수 있는지 물은 것 뿐이다. 그러나 사실 그거 어떤 면에선 어리석은 질문이다.
큰 결심이 없었다면 애초에 <슈퍼스타 K 4>에 응모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슈퍼스타 K 4>는 케이블 방송사의 상업방송일 뿐이다. 또한 최종까지 가는 몇몇을 제외하곤 큰 혜택이 없다.
물론 TOP10의 경우엔 생방송에 진출했기 때문에, 생방송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면 굳이 우승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대중적 지지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작년 준우승팀인 버스커버스커가 국내 가요계에서 얼마나 맹위를 떨쳤던가?
그러나 <슈퍼스타 K 4>는 208만명이 응시했지만 겨우 11팀에게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기회를 잡기 위해 2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참가했다. 왜일까?
그만큼 우리사회가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우승팀인 울랄라세션이 <슈퍼스타 K>에 나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무명의 팀으로 미사리를 전전하며 어렵게 살았을 것이다.
이번 TOP10에 오른 이들 역시 사연이 많다. 연규성과 안예슬은 각각 장애가 있었지만, 그걸 멋지게 극복하고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승자독식이며,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이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나는 게 불가능’한 사회다. 그러나 <슈퍼스타 K 4>에서 탑10에 진출한다면, 어머어마한 인지도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이 하는 바에 따라선 음반을 내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가수가 될 수 있다.
애초 허각이 우승을 하면서 <슈퍼스타 K>가 대국민 오디션 열풍을 일으킨 이유에는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슈퍼스타 K 4>는 이전보다 악마의 편집이 강해졌지만, 꿈을 가진 예비 뮤지션들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이번 탑10에 진출한 이들 가운데서 현재 국내 3대 기획사나 나름 이름있는 기획사에 들어가기엔 거의 불가능한 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개성과 끼가 너무 넘쳐나기 때문이다. 각 기획사들은 나름대로 원하는 가수형이 있고, 거기에 맞춰서 생산해내니까.
그렇지만 <슈퍼스타 K 4> 역시 ‘하나의 틀’이다. 슈퍼위크 3박 4일 동안 혹독한 주문을 하고, 생방송에 진출하면 합숙소 생활을 하면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야만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생방송 진출한 10여명에겐 주어지는 ‘특전’일 뿐이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가 없어서 결국 오디션 프로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사회.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아니 첫 번째 기회조차 가난하거나 어리거나 과거 때문에 안된다는 사회. <슈퍼스타 K 4>가 우리 사회의 잘못과 모순을 꼬집는 것 같아 8화는 보는 내내 몹시 마음이 좋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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