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결’의 새로운 커플들로 바뀌면서 입소문이 좋아졌다. 필자도 꾸준하게 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줄리엔 강-윤세아 커플의 방송을 종종 봤고, 광희-한선화 커플의 내용을 종종 봐서 이미지가 좋았었다.
그런데 어제 <우결>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다. 방송만 놓고 보면 내용 자체는 나름 흥미진진했고, 재밌었다. 문제는 <우결>에 흐르기 시작한 코드에 있다.
바로 ‘막장드라마’다! 어제 <우결>에선 줄리엔-윤세아, 광희-한선화, 이준-오연서 커플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4시즌에 오면서 변화한 것은 세 커플이 한 마을에 거주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세 커플이 함께 살게 되니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줄리엔-윤세아 커플네가 심어놓은 채소를 광희-한선화 커플이 서리해 먹고, 심지어 이준-오연서 커플은 몰래 수영장을 이용하고, 자장면을 먹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방송을 통해 광희-한선화 커플이 채소를 서리해 먹은 것을 안 줄리엔-윤세아 커플을 찾아가서 따졌고, 당황한 광희-한선화 커플은 발뺌을 하다가 결국 광희의 말실수로 걸리면서 상황은 역전되고 말았다.
어제 <우결>은 필자가 본 예전의 <우결>과 상당 부분 많이 변화해 있었다. 어떤 면에서 그건 진화라고 말할 수 있다. <우결>은 어떤 의미에서 대리만족의 극대화를 추구한 프로다! 왜냐하면 시청자의 입장에선 ‘연예인들이 커플이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우결>이전까지 아이돌이나 연기자들끼리 가상부부가 돼서 예능으로 리얼하게 보여준 프로는 없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연예인들이 서로 예능에 나와 커플로 서로 찍는 수준(?)에 머물렀다. 예전에는 연예인들끼리 서로 커플이 되는 수준으로 충분했지만, 시대는 변했고, 그런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더욱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상으로 아이돌들을 결혼시키는 <우결>이 탄생한 것이었다! <우결>의 이런 시도는 상당한 성공적이었고, 아담부부를 비롯한 몇몇 커플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켜서, 서로의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음원까지 잘 팔리는 상황까지 되었다.
물론 부작용도 많았다. 서로 캐릭터가 맞지 않는 부부는 조기이혼(?)을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으니까. 게다가 얼마 전 <우결>은 파업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기나긴 공백기를 맞이하면서, 출연한 커플과 프로그램 모두 맥이 끊기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따라서 새로 투입된 커플이 신선한 반응을 일으키고, 서로 확실하게 다른 성격의 세 부부가 된 현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결>은 시즌 4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세 커플을 모두 한 마을에 살게 한 것이다. 이건 나름대로 고육지책일 것이다.
그동안은 각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연예인들이고 오래 되다보니 할 수 있는 설정이 이미 다 떨어져 버렸다. 따라서 그들을 한 마을에 살게해서 사건과 갈등을 일으키게끔 만들었다.
각 커플이 다른 커플을 흉보고 험담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심지어 오연서가 자꾸 이준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한선화에게 화가 나서 ‘그럼 커플을 바꿀래요?’라는 폭탄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결>을 중계하는 MC들은 신나서 ‘막장드라마인가요?’라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여기서 <우결>이 원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분명히 깨달았다! 말 그대로 자극의 강화였다! 그냥 쉽게 말하자면 ‘막장드라마’다! 막장드라마는 정말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나 ‘욕하면서 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장드라마들은 시청률은 높다!
어제 <우결>을 보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것 같다. 반상회를 위해 장을 보러 간 남자들은 서로 부인의 외모에 점수를 매기고, 여자들은 스킨십에 대해서 말한다. 물론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그들의 그런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저들도 우리처럼 인간이구나’라는 안도감(?)과 더불어 그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웃으면서 보게끔 유도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말하지만, 필자는 출연자들이 뭔가 잘못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문제다! 줄리엔-광희-이준은 서로 너무 친하고 다들 예능감이 너무 좋은 인물들이다. 윤세아와 오연서는 연기자답게, 한선화는 예전부터 각종 예능프로에 나와서 활약을 보여준 것 답게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상황 하나만 던져줘도 자기들끼리 뭔가 재밌는 상황을 즉석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우결>제작진이 그것을 ‘막장드라마’쪽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 <우결> 제작진의 이런 의도는 분명히 먹힐 것이고 시청률을 잘 나올 것 같다. 그들로선 시청률 만이 목표이니 그저 ‘성공했다’고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그들끼리의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하고 봤던 필자로선 화들짝 놀라서 다신 찾아보지 않을 것 같다.
더불어서 <우결>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은 아이돌의 힘든 예능 생활 때문이었다! 광희는 <강심장>에서 연예인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절친인 이준은 ‘나 알아’라고 선언했고, 궁금해진 한선화는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광희는 ‘<우결>은 진짜 밝힌다’라고 말했다.
그냥 웃자고 한 말이지만, 정말 그 말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광희를 비롯한 아이돌이 왜 우결에 출연했을까? 그건 당연히 인지도 상승을 위함이다.
오늘날 예능에서 활약은 개개인의 인지도 상승은 물론이요, 팀의 인지도 상승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예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예능에서 활약을 위해 프로그램의 고정은 모든 아이돌들의 소원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우결>조차 세 커플이 고정이기 때문에, 수많은 아이돌중에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은 현재 엠블랙의 이준과 제국의 아이들의 광희 둘뿐이다!
따라서 그들은 선택받은 이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준은 얼마전 <천하장사 아이돌 씨름대회>에서 다쳐서 절뚝거리고, 광희는 <강심장>에서 이야기한 것 때문에 여자들에게 곤란한 처지에 처하고. 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것마저도 다른 아이돌들은 들어가지 못해서 안까워 하고 있을테니.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은 어려운 직업이며, 아이돌로서 살아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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