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드림’의 매력적인 악당, 박상원

朱雀 2009. 8. 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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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를 송곳으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흘릴 것 같은 냉혈한적인 스타코프사의 강강탁 CEO. 그러나 최근 7, 8화에서 훌륭한 아버지가 비명에 돌아가신 후 현재의 삶의 방식을 익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가 생겼다. 또한 매력적인 외모와 비상한 두뇌회전과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는 카리스마 등은 <드림>에 꼭 필요한 절대악당 임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현대극에서 악당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악당은 반드시 주인공이 이겨야할 상대다. 그들이 강하면 강할수록, 악랄하면 악랄할수록 주인공이 그를 이길 때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더욱 커지고 짜릿해질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47.1%의 경이적인 시청율을 기록하며 끝마친 <찬란한 유산>의 경우엔 고은성(한효주)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백성희(김미숙)이 있었다. 백성희는 치밀한 계산력과 저돌적인 행동력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로 똘똘 뭉친 여인이었다.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날 위기에서도 의연하게 행동해 태연히 빠져나왔고, 기품 있는 김미숙의 악녀 연기는 <찬란한 유산>이 단순히 인기있는 드라마에서 ‘국민 드라마’로 등극하는데 단연 일등공신이었다.

지금 40% 시청율을 넘보는 <선덕여왕> 역시 마찬가지다! 생애처음 악역을 연기하는 고현정은 ‘미실’을 통해 이전까지 국내 드라마 역사상 없었던 새로운 악녀상을 만들어냈다. 이전까지 사극에 등장하는 악녀들은 권력가의 옆에서 권모술수를 부리는 부차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황후나 왕비로 등장해도 여성적인 나약한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미실을 보라! 미실은 진흥왕이 죽자 그 아들 진지왕과 동침하고 황후가 될 약속을 받는다. 하지만 진지왕이 마음을 바꾸자 자신이 낳은 비담마저 내버리고, 화랑과 대신들을 움직여 축출하고 새로이 왕을 옹립한다. 그녀는 월식등의 천재지변을 이용해 백성의 두려움으로 복중시키고, 자신의 매력과 지위등을 이용해 세종공과 설원공을 부리고 있다. 어떨 때는 여인의 감수성 어린 모습을 보이면서도 실수를 저지른 부하를 직접 칼로 내리치는 광기어린 모습 등은 매우 다면적인 악녀의 이미지를 간직해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덕분에 <선덕여왕>은 그동안 ‘사실 주인공은 미실이다’라는 식의 비아냥 아닌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역을 연기한 고 히스 레저 등도 그 좋은 예일 것이다.

<드림>엔 그런 절대적인 악당으로 강경탁(박상원)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남제일(주진모)을 키운 거대 스포츠 에이전시 스타코프의 CEO다. 1화에서 스타코프의 본부장으로 등장하는 남제일은 에이전시 사업을 위해 더럽고 비열한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자신의 친구였던 국민 타자에게 약물을 복용시켜 계약을 이어가도록 하고, 여자 연예인과 염문을 뿌리는 축구선수는 증거 사진으로 협박해 계약을 이행시키게 만들었다. 그의 그런 행동은 철저하게 강경탁에게 배운 것이었다.

남제일은 그러나 자신의 친구였던 야구 선수가 약물 복용한 사실을 기자회견으로 밝히면서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강경탁은 여론이 회사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남제일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남제일은 강경탁을 찾아가 사실은 그가 약물복용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녹음하고 언론에서 이를 밝히려 든다. 그러나 한수 위인 강경탁은 음모를 간파하고 수하를 시켜 노트북을 다른 걸로 바꿔치기 시켜 마지막 반격의 기회마저 무산시켰다. 그리곤 결국 남제일을 비참한 몰골로 회사에서 쫓아낸다.

이후 남제일이 재기를 위해 이장석(김범)을 키운다는 소식을 접하자 싹을 없애기 위해 자신이 영입한 맹도필 선수와 시합을 주선시킨다. 강경탁이 맹도필과 이장석의 시합을 주선한 데는 세 가지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우선 남제일이 키우는 이장석의 턱을 부서 선수생명을 끝장내고, 더불어 격투기 업계에서 에이전트업을 하는 남제일을 완전히 짓밟고, 맹도필이 배신하고 나온 박병삼 회장의 도장을 이참에 완전히 무너뜨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세상 만사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지라, 맹도필이 이장석에게 회심의 카운터를 날리려는 순간, 남제일이 타월을 던지면서 기권해버린다. 이일로 이장석은 스타TV에 ‘슈퍼루키’란 코너에 나가고 인기와 유명세를 더하게 된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강경탁은 다른 큰 관련업체에서 이장석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견제하면서, 자신이 직접 이장석을 데려올 음모를 꾸민다. 이장석을 부실 수 없게 되자, 회유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동안 강경탁이 보여준 회유책은 놀라운 것이다. 우선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맹도필 선수를 영입한 사례였다. 한국챔피언 맹도필이 슈퍼루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상대선수와 시합을 미리 짜고 진행했다. 그리고 맹도핑이 우승한 다음 그 사실을 알려줘 충격을 줬다. 또한 세계챔피언과 대결할 기회를 주고 군입대 연기를 위한 대학편입을 제시했다. 그동안 가족처럼 키워준 은혜를 배신하기 싫었지만, 성공이 보장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맹도필은 고민 끝에 박병상의 드림 체육관에서 도망쳐 나와 스타코프에 합류하게 된다.

다른 사례로 노철중의 경우는 복싱 세계 챔피언이었던 아버지가 반대하자, 그의 앞에 나타나 아들의 따귀를 때리면서 다신 운동하지 말것을 약속하라고 한다. 그리고 나선 이후 마을버스기사로 어렵게 연명하는 그에게 공손한 편지와 함께 마을버스를 선물하며 마음을 움직여 노철중이 체육관에 나오도록 유도한다.

대쪽같은 이에겐 마음을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방법을, 돈이 필요한 자에겐 돈을 쥐어지며 상황에 따라 선수를 영입하는 그의 방식은 정말 탁월하기 그지 없다.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것처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방법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강경탁은 단순히 국내 격투기 시장을 노리는 배포 작은 인물이 아니다. 그의 목표는 중국과 일본, 한국의 격투기계를 통합해 미국의 UFC 못지 않는 격투기 리그를 키우는 것이다. 그가 그리는 밑그림에서 한국 격투기계는 그저 작은 그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강경탁은 매끈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 그리고 빠른 두뇌회전, 선수를 알아보는 눈 등을 지닌 그야말로 완벽한 인물이다.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철저한 계산 끝에 상대방을 공략하기 때문에 <드림>에서 그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였던 강경탁은 7, 8화에서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내연녀인 장수진이 '자신이 옳으냐?‘고 묻자, 뜻밖에도 ’옳은 게 아니라 효율적‘이라고 답한다. 비록 돌려서 말했지만 강경탁이 자신이 사는 방식은 옳다고는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곤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모든 이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지만, 매우 비참하게 돌아가서 자신에게 ’반면교사‘가 되었다고 말이다.

8화에선 남제일을 통해 그 과거가 좀 더 밝혀진다. 강경탁은 어느날 술에 잔뜩 취해 남제일에게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원래 아버지는 별을 단 군인이었는데, 쿠테타가 발생한 이후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박상원이 연기하는 강경탁은 야비하기 그지 없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도움이 될거라고 판단되면 무엇이든 한다. 자신이 매수해야 될 인물은 돈이건 여자건 명예건 무엇이든 쥐어져서 결국 넘어오게 만든다. 또한 세련된 외모와 말솜씨 등으로 정관계 인사를 섭렵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 그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도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강경탁은 매우 입체적인 성격을 지닌 악당으로 <드림>을 보는 시청자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게다가 현실에서 그런 인물은 매우 ‘능력’있는 인물로 아마 존경과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가질 인물일 것이다.

지난 6회에서 겨우 6% 시청율 기록한 <드림>이 안타까운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매력적인 악당이 있음에도 전혀 이야기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박상원이 연기하는 강경탁은 매우 많은 매력을 가졌음에도 회자되지 않는 것은 순전히 인기가 없는 탓이다. 방영 초기만 해도 손담비가 출연하는 이유로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선덕여왕>의 엄청난 시청율과 화제성에 밀려 어느덧 조용해진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박상원은 음주운전으로 걸려 곤혹을 치뤘다. 연예인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한 사실은 실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 그가 매력적인 사실은 변함없으며, 다행히 이번 사건은 <드림> 촬영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다. 20부작 끝까지 매력적인 악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8화에선 그의 과거를 캐기 위해 장수진이 전문 인력까지 동원했던데, 어떤 과거사를 숨기고 있을지 기대된다. 양파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다양한 매력을 쏟아내는 박상원은 <드림>을 더욱 재밌게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등공신 중의 한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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