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시청자의 가슴을 뛰게하는 '무릎팍도사'의 그녀, 한비야

朱雀 2009. 8. 20. 06:01
728x90
반응형

지난주에 이어 어제 방송된 한비야편은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면서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 외에는 다른 사람의 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어쩌다 기부금을 내고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이들에게 약간의 돈을 내며 혼자 만족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나에게 한비야의 한마디 한마디는 말그대로 바늘이 되어 심장을 찔러왔다. 그녀는 자신이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 않았다. 아니 남좋은 일은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기 때문에 한다고 했다.

오지여행을 다니던 한비야는 구호요원들을 만났단다. 그들은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에게 링거를 맞혀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고 피난처를 세워줬다. 그런 모습은 너무나 멋지게 한비야에게 각인되었다.

“내 시간, 에너지, 땀, 기도를 투자해서 이정도 가치있는 일이 또 없을 것 같다”란 한비야의 말은 진심이 담겨져 있기에 더욱 절절히 전해져왔다. 그녀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구호요원으로 가있기 때문에. 귀중한 식량을 전달하는 것이 무한한 영광이자 행운이라고 말하는 그녀 앞에서 절로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녀는 곧 참혹한 구호현장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는 오지여행을 다니면서 참혹한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차원이 달랐다.

오랜 전쟁 때문에 영양 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들의 입주변이 퍼랬다. 알고 보니 풀을 먹었는데, 놀랍게도 그건 독초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모들이 그것이 독초인 것을 알았음에도, 어차피 죽을 아이이기 때문에 죽기 전에 배라도 불리기 위해 독초를 먹인 사실이었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식수는 더더욱 큰 문제였다. 아프리카는 오지라서 물을 구하려면 최소한 서너시간은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물이 귀하다보니 사람과 동물이 같이 먹는데, 심지어 그곳에서 용변까지 해결한다. 비위생적인 환경이다보니 당연히 기생충이 있었다. 보통 기생충은 대변에 섞어 나오지만, 기니아충이라 불리는 이것들은 끔찍하게도 살을 뚫고 나온단다. 심지어 1미터가 넘는 것도 있단다. 손과 발을 통해 나오면 그나마 다행인데, 만약 뇌나 배를 뚫고 나오면 죽고 만다. 결국 물하나 때문에 사람 목숨이 죽고 마는 거다.

물론 해결책은 있다. 거름용 거즈와 10원짜리 알약 하나면 10리터 물을 마실 수 있고, 3천원이면 4인가족의 일주일치 식수가 해결된다. 그리고 펌프값 7백만원만 들이면 한 마을이 평생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물이 해결된다.

더러운 물의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더러운 물로 씻으면 눈병이 생겨 실명할 수도 있고, 보통 물은 여자들이 뜨러 다니는데 일정한 시간에 다니다보니 성폭행의 위험도 존재한단다. 성폭행의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물이 절박하다니...새삼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는지 깨달았다.

충격적인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아프리카 북부 지방에서 아직도 행해지는 여성 할례가 소개되왔다. 약 1억 3천만명이 여성 할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성의 성기를 일부만 빼놓고 모조리 꼬매버리기 때문에 평생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단다. 소변을 볼때도 생리때도 엄청난 고통이 따르며, 특히 출산 때는 극심한 고통과 출혈로 인해 상당수가 사망한단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케냐 북부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데 한 엄마가 다섯 시간이 걸려 아이를 업고 구호현장까지 찾아왔다. 그런데 이미 아이는 죽어있었다. 의사는 다섯시간전에 왔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한비야는 아이의 엄마를 보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굵은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고 슬픔을 함께 해주었다.

쓰나미 현장의 이야기도 참혹했다. 20만명이 죽은 현장에 48시간에 도착하니 엄청난 수의 시체를 봐야만 했다. 아침에 경찰과 군인이 시체를 수습해서 오후 3시까지 길거리에 늘어놓았다가, 이후 비닐에 넣어 방부제를 잔뜩 넣어서 땅에 파묻는 단다. 40도가 넘는 더운 나라다보니 시체가 썩는 냄사가 진동하는데, 그 특유의 냄새는 잊을 수가 없단다. 원래 구호요원 수칙에선 그런 현장을 다녀오고 나선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한비야는 워낙 바쁜 탓에 그냥 넘겼단다. 그러자 트라우마가 생겨 비슷한 냄새만 맡으면 그때의 기억이 눈앞에 살아나고, 밤새 속옷이 젖을 정도로 악몽에 시달린단다.

그런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내내 밝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가슴 벅찬 일이라고 고백했다. 거기엔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한비야는 오지여행 중에 케냐의 유명한 안과의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들은 소문으론 그는 30대중반에 잘생기고 멋진 남자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만난 그는 그저 평범한,아니 못생긴 얼굴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피부병이 돌아 진물이 흐르는 환자들을 만지면서 그는 진심으로 즐거워했고 쾌활하게 웃으며 진료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단 10분만에 한비야는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밤 늦은 시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사막에서 호롱불 하나만 놓고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는 말했다.

“내가 케냐에 있었으면 잘 먹고 잘 살았겠죠, 근데 내 재주를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아깝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일이 내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비야는 온몸이 전율하는 체험을 했단다. 그 말을 전해듣는 나 역시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책에서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나 역시 한비야처럼 그렇게 신나게 일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아니 그녀는 나이 40세에 만났다고 하니 나보다 훨씬 났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재 구호활동을 한다고 했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고 피를 끓게 만든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커다란 울림이자 가슴 벅찬 메시지로 심장으로 곧장 전달되었다.

방송을 보면서 월드비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사실을 알게되었다. 1950년부터 90년까지 우린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았단다. 그리곤 1991년부턴 구호를 끊고 오히려 우리가 기부를 했단다. 그래서 어떤 나라든 40년을 도우면 자립해서 오히려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계기를 심어줬단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희망의 나라가 된 것이었다.

한비야가 말미에 세계시민의식이란 멋진 단어를 들려주었다. 초등학생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에 반장선거에 나갈 건데, 그게 나중에 UN사무총장이 되는데 도움이 되냐고 물었단다. 학력우선주의와 무한경쟁이 강요되온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비야는 말했다. 우리는 OECD에 가입되어 있고 세계 6위의 군사대국이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데, 그렇다면 뭔가 다른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 하지 않느냐고? 대한민국은 충분히 강한나라라고. 세계시민의식이란 세계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란다. 물이 흘러넘치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양치질할 물을 받아쓰고, 어려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그런 의식의 첫걸음이라는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50살인데도 성장을 멈추기를 거부했다. 더욱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8월 10일 그녀는 유학을 떠났단다. 그리고 배움을 얻어서 이론을 익히면 그걸 또다시 구호활동에 접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비야의 삶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지난주 방송에서 그녀는 자신의 빠른 말과 조증을 긍정적인 삶의 자세로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방송에선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지구촌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녀는 준엄하게 우릴 꾸짖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이의 고통을 외면치 말고 자그마한 것부터 실천에 옮길 것을 부탁했다.

모든 <무릎팍 도사>의 방송분은 웃음과 함께 많은 생각거리와 감동을 전달했지만, 이번 한비야편은 그중에서도 백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일이 진실로 가슴을 뛰게하고, 더 잘하기 위해 유학까지 간다는 그녀. 50살이 되었음에도 꿈을 간직하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당신은 영원한 청춘이며 우리 시대의 진정한 귀감이리라. 정말 눈물나도록 멋진 그녀 한비야가 아무런 탈없이 자신의 꿈대로 희망대로 살아가길 빈다. 그리고 나도 다른 이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지 고민해봐야 겠다. 배움을 얻고 행하지 않는다면 그건 죽은 지식이니까...


8/20일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오른쪽 세번째 한비야 관련글이 이글입니다. ^^


글이 괜찮으면 추천바랍니다. 로그인없이 알라딘과 다음뷰 모두 가능합니다. 추천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