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부해’의 윤은혜, 높은 시청율에도 비난받는 이유

朱雀 2009. 8.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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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과 20일에 방송된 <아가씨를 부탁해> 1, 2화를 시청했다. 보고난 소감은 일단 ‘식상하다’였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지만, <꽃보다 남자>에서 진보된 것이 없었다. 심지어 아가씨 윤은혜가 지내는 집은 실제로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가 지냈던 집이다. 구준표가 있었던 집이였던 탓일까? 집사와 메이드 마저도 얼굴만 다르지, 성격은 비슷했다. 아마 구준표가 이사를 가고 윤은혜가 이사를 온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윤상현이 윤은혜의 수행집사로 취직했는데, 세 명의 메이드가 쫓아다니며 팬클럽을 자처한다. 윤은혜에겐 세 명의 꽃미남 집사들이 유치한 대사를 날리며 쫓아다닌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들은 무척 과장되게 행동하고 대사를 친다.

과장된 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과장 속에도 미학은 있어야 한다. 바로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 우리는 자연스럽지 못한 것에 두드러기 반응을 일으킨다. 이제 시작이건만 <아가씨를 부탁해>는 무려 17%가 넘는 시청율을 보이며, 수목극의 강자로 등극했다.

그러나 첫회가 방송된 다음날에 온통 다음뷰엔 윤은혜의 연기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올라왔다. 타자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아가씨를 부탁해>의 주인공은 ‘아가씨’ 윤은혜다. 아무리 <내조의 여왕>의 태봉씨와 일지매, 그리고 <찬란한 유산>의 승미가 함께 출연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윤은혜 다음이다.

고로 <아가씨를 부탁해>를 책임져야할 사람은 바로 윤은혜 자신이다. 그러나 윤은혜는 아무래도 <커피프린스 1호점>이후로 쭈욱 쉬었나보다. 그것도 연기와는 담을 쌓은 채. 그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발음은 나아지기는 커녕 신인 연기자를 떠올리게 할 만큼 엉망이다.

2006년 <궁>에 출연한 이후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을 히트작에 연달아 출연한 연기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기본적으로 윤은혜가 연기하는 강혜나는 한국판 패리스 힐튼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안하무인이며 한마디로 ‘밥맛’인 인간이다.

그러나 그런 강혜나를 연기하는 윤은혜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속사포처럼 빠른 대사가 많았던 1화에서 그녀의 발음은 불분명해 자막의 필요성을 느낄 정도였다. 말끝마다 붙이는 “천한 것들!”이란 대사는 <봉숭아학당>의 나왔던 세바스찬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어설픈 개그처럼 들렸다.

철없는 부잣집 상속녀로 수십 명의 하인들에 둘러쌓여 지내 세상 물정에 어둡고 자기밖에 모르는 재벌집 영애로 도저히 느껴지질 않았다. 재벌이란 비싼 장신구를 끼고 등장할 때마다 비싼 드레스로 몸을 휘감고 패션쇼를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재벌은 그들만의 분위기가 있다. 촌놈에게 비싼 옷을 입으면 어색하다. 그러나 재벌집 자식이 있으면 부티가 나고 옷발이 산다. 그런 느낌이 윤은혜에겐 없었다.

듣자하니 윤은혜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찍은 이후 한동안 자기 사업에 열중했다고 한다. 물론 이해한다.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는데 뭐라고 할 순 없다. 게다가 탤런트란 언제 배역을 맡아서 일을 할 수 있을지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비정규직이다. 따라서 노후대비를 위해 자기사업체를 가지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녀는 연기자다. 아무리 트랜디 드라마 위주로 나왔다지만 그녀가 연기자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고, 그녀 자신도 연기자로 남기를 원할 것이다.

그럼 연기자로 이름을 날리기 위해선 자신이 맡은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시켜야 한다. 일례로 김명민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는 대표적인 사례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 역을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카라얀 등의 지휘자들의 동작을 보고 수없이 연구하고 따라해 실감나는 지휘력을 선보였다. 바로 그런 디테일한 묘사가 오늘날 김명민을 우리가 명본좌라고 부르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이해한다. 명본좌의 실력은 엄청나고 그의 열정은 워낙 대단해서 따라하기 힘들다는 것을.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연기에 임하는 자세다. 윤은혜는 자신이 맡은 재벌집 상속녀의 역할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아봤는가? 아니 하다못해 자신이 맡은 강혜나가 어떤 과거가 있었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고민이나 해봤는가? 돈 버는 것도 좋고 자아실현도 좋지만, 연기자라면 최선, 아니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다른 일에 대한 것들은 조금 접거나 미뤄두고 말이다.

1, 2화에서 윤은혜가 보여준 연기력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잊은 모양인데, 그동안 그녀가 맡았던 배역들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물론 <커피프린스 1호점>의 경우 남장여자였기 때문에 조금 힘든 부분도 있었겠지만, 결국 돌이켜보면 그녀가 극을 이끄는 완벽한 주인공으로 나선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진지한 연기력을 필요한 적도 없었다. <궁>에선 활발한 선머슴 역할을 하면 되었고, 그건 이후 두 작품도 비슷했다.

그러나 이번 <아가씨를 부탁해>는 다르다! 싸가지 없는 재벌집 상속녀지만, 첫사랑을 잃은 슬픔을 가진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레이디(일본어로 오죠사마)를 그녀는 과연 잘 그려내고 있는가? 물론 이해한다. <아가씨를 부탁해>의 대본은 형편없어 보인다. 기존의 트랜디 드라마의 공식과 전형적인 스토리들을 그대로 버무려서, 그야말로 아무런 개연성 없이 가져다쓰고 있다. 따라서 설득력이 무지 떨어진다.

그러나 윤은혜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것도 바로 아가씨다! 대본이 엉성하다면 애초에 출연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왕지사 출연하기로 한 것,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신만의 디테일을 만들어내고, 자신만의 아가씨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난 1, 2화에서 보여준 아가씨상은 어설픈 연기와 행동과 발성으로 극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태봉씨와 문채원이 적절히 제 몫을 하고 있고, 정일우도 나름 느끼하지만 극의 재미를 높여주어 어느 정도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은 곤란하다.

사채빚을 갚고 상속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수행집사로 들어간 윤상현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나름 폭소를 유발하는 구석이 있었다. 따라서 그런대로 잘만 이끌어 나간다면 지금처럼 17%이상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순항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윤은혜가 명심해야 할 것은 <아가씨를 부탁해>의 주인공은 윤은혜 자신이란 사실이다. 물론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과 <돌아온 일지매>의 정일우, <찬란한 유산>의 문채원이 모두 빛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은 조금 줄어들지만, 출연분량과 비중에서 윤은혜는 윤상현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을 그야말로 압도하고 있다.

그런만큼 자신이 나오는 분량에 책임을 져야한다. 입에 연필을 물고 발음을 연습하며 대본을 수도 없이 읽고, 다른 참고작품들을 보면서 까만 밤을 새하얗게 세울 정도로 강혜나란 인물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대본에 없는 디테일을 만들어내야 한다. 만약 윤은혜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아가씨를 부탁해>는 실패할 것이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녀가 져야 할 것이다.

<아가씨를 부탁해>가  첫화부터 17% 이상의 시청율을 기록한 것은 그동안 윤은혜가 출연한 드라마가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보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배우들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그걸 다 합쳐도 윤은혜만 못할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몫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아이돌 그룹에서 성공한 연기자로 인식된 그녀가 과연 자신의 자리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이번 드라마에서 성패가 가려질 듯 싶다.

-이미지는 KBS홈페이지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KBS와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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