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스타일, 김혜수의 반전이 빛나다!

朱雀 2009. 8.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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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스타일>에서 김혜수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그녀의 스타일리쉬한 패션은 그 자체로 화보요. 스타일의 편집장으로 패셔니스타인 그를 돋보이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완벽주의자인 그녀는 그동안 이서정(이지아)를 괴롭히는 듯한 인상으로 ‘악녀’적인 느낌을 솔솔 풍겼다. 그러나 어제 방송된 8화에서 그녀는 기존의 모든 인식을 완전히 뒤바뀌어 놓았다.

먼저 그녀는 최아영(박솔미)과 화보촬영을 위해 서우진(류시원)과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제의한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인 루앙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최아영과 화보를 찍는다면, 백화점 입건과 잡지 광고를 하겠다는 거절할 수 없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그녀로서는 어떻게든지 성사시켜야 했다.

최아영과 박기자(김혜수)의 거래조건을 들은 이서정과 김민준(이용우)는 반발한다. 이서정은 박기자가 회사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우진의 기분이나 처지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선적인 행동을 했다고 반발한다. 그리고선 특집기사로 편집장을 취재하던 것 마저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어제 밝혀졌다시피 박기자는 최아영에게 서우진을 소개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미끼였다.

서우진의 레스토랑에서 만난 최아영과 만난 박기자는 제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두 가지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나는 주방에서 일하는 서우진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10년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온 최아영의 스타일을 브랜드화해 런칭시키는 것이다.

최아영이 재벌에 집착하는 이유를 박기자는 줄줄이 읊어댄다. 아무리 탑모델이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밑에서 후배들은 치고 올라온다. 품위는 유지해야겠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 재벌 2세와 어울린다. 허나 그들에게 최아영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했다. 최아영도 애초에 그들의 돈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마음은 공허해지고 그저 스캔들의 여왕이 될 뿐이었다. 그러 최아영에게 박기자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동안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해서 한 사람의 여인으로 모델로 사업가로 당당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라고 말이다.

최아영이란 브랜드를 런칭하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내걸로 사회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게다가 최아영은 국내 탑모델로 외국 최고의 브랜드 루앙(현실로 치면 루이비통 정도?)조차 탐낼 정도다. 그런 모델이 자신을 상품화해 런칭한다면 대대적인 성공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박기자는 마치 남성에게 기대 편한 인생을 살아보려는 여성에게 당당하게 외치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고 당당하게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공한 여성으로 눈높이를 나란히 하라고 말이다.

이서정이 정식 에디터가 된 뒤로, 그녀가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도 좋은 예다. 어시스턴트때까진 마구 명령을 내리고 부려먹었다. 인간이하로 취급했다. 물론 지금도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그녀는 에디터로서 행동할 것을 주문한다. 심부름 하지 말고 쓸데없는 잡무를 하지 말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 자세로 성과물을 내어놓으라고. 그런 박기자의 주문에 이서정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기존의 털털한 옷차림새에서 벗어나 패셔니스타답게 옷을 입기 시작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박기자가 최아영에게 보여준 반전의 움직임은 기실 발행인과 전 편집장을 대하던 부분과도 겹친다. 초창기에 박기자는 후배들에겐 강하고 상사에겐 약한, 전형적인 샐러리맨으로 비췄다. 그러나 몇화가 진행되자 전편집장과 이해주 디자이너와의 모종의 거래를 눈치채고 조사해 손병이 회장에게 보고해 그녀가 짤리는 데 일조한다. 그전까진 싫은 내석을 하면서도 발행인과 편집장에게 질질 끌려다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당당해 보이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녀를 오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에 최아영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통해 자신의 목적도 달성하고 최아영에게 살아갈 방법을 알려주고 서우진에게 귀찮은 존재를 떼어버리는, 그야말로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얻는 그녀의 전략과 전술은 훌륭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그녀의 ‘팻’으로 생각했던 김민준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동안 박기자는 김민준을 자신이 내키는 대로 이용하는 인상을 줬다. 줄듯 말듯 마음은 주지 않으면서 김민준을 손아귀에 흔든다고 할까? 그러나 자신과 서우진이 사무실에서 다투면서 함께 밤을 보내고 키스하는 장면까지 목격한 김민준이 화를 내며 마음을 고백하자, 그제서야 박기자가 자신의 마음을 알려준다.


‘너는 나를 안지 못한다. 안으면 다신 보지 못할 거라고’ 그렇다! 그녀는 김민준을 아꼈던 것이다. 좋아했기 때문에 곁에 두고 싶었고, 그래서 연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박기자는 김민준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저 호기심에 정복욕에 갖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만약 마음을 허락하면 곧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알았다.

김민준은 박기자의 말에 반박하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집에 돌아와 이젠 동거인이 된 이서정에게 털어놓는 마음은 구구절절하다. 아무도 없는 한국에 돌아와 낯선 환경과 사람들속에서 일하는 것은 순전히 박기자 때문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고, 언젠가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김민준의 말대로 그것은 간절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민준은 자신의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서정에게 얼굴을 가까기 가져간다. 그러나 이서정은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사랑했던 박기자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고, 호감을 가진 이서정에게 거절 당하는 김민준은 어찌 보면 <스타일>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 자신의 집을 나간 김민준이 걱정되어 찾아온 박기자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는다. 앞으로 꼬일대로 꼬인 네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궁금하지만, 날이 갈수록 엣지 있어지는 <스타일>에도 기대가 커진다.

나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화려한 조연들의 등장(최아영역의 박솔미, 임시주총에 등장한 김용림, 200호 파티때 등장한 2NE1, FT아일랜드, 홍록기 등), 매번 화려하게 바뀌는 등장인물들의 패션과 소품 그리고 어젠 최고가의 페라리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 극의 재미까지 더해지는 <스타일>은 앞으로도 김혜수의 화려한 패션만큼이나 화제를 몰고 다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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