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청담동 앨리스’의 장르는 공포물인가?

朱雀 2012. 12.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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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까지 지켜본 필자로선 매회 볼때마다 섬뜩섬뜩한 장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지난 2화에서 거의 마지막에 한세경의 아버지가 했던 노력해도 달라지는 것 없다. 나아질 것 없다. 그거 인정하면 못 사니까. 하면 된다. 나아질거다. 그 희망으로라도 사는 거지. 세상 사람 다 그러고 살어. 그것 밖에 방법이 없으니까라는 대사는 아직까지 기억에 선하다.

 

그래서 자꾸 생각이 드는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청담동 앨리스>의 장르는 공포물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선 한세경의 처지를 보자! 그녀는 현재 지앤의류에 입사했지만 꼴찌로 입사했다. 그것도 고등학생 시절 앙숙이었던 서윤주가 그녀를 골탕먹이기 위해 일부러(?) 입사시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녀가 팀장으로 모시고 있는 인물은 회사오너의 여동생으로, 팀장은 파리유학을 다녀오고 있는 집에서 살아온 인물만이 소위 안목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파트 대출금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서 사채까지 빌려쓰러 하는 부모님.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현실. 돈 때문에 전 남자친구가 불법을 저지린 상황.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한세경에게 현실은 그 어떤 공포물보다도 잔인하기 짝이 없다. '노력하면 된다'라는 그녀의 신념은 자기기만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한세경은 그저 잔심부름이나 하다가 지앤의류를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세경에게 지앤의류의 일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그녀의 부모님은 빵집을 운영하는데 얼마전에 들어온 마트 때문에 망하기 직전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부모님이 5억원에 샀는데, 그중 절반인 25천만원을 융자로 샀다. 그러나 그중 5천만원 밖에 못 갚았고, 현재 은행에서 원금을 갚으라고 통지가 나왔다.

 

그래서 부모님은 현재 그녀의 명의로 사채까지 쓰려고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 남자친구인 소인찬은 아르테미스에서 불량품을 가져다가 유통시킨 죄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해있다.

 

한세경에게 현실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며, 현실 자체가 끔찍한 악몽이다. 악몽이긴 그녀가 비법전수를 해달라고 부탁한 서윤주 역시 마찬가지다!

 


서윤주에겐 자신의 과거가 시댁식구들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이 공포다! 알려지는 순간 그녀는 지금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장본인인 차승조가 등장했고, 한세경이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 비밀은 한명씩 알아버리는 순간, 어느새 전부가 알아버리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 서윤주에게 현실은 '시한폭탄'이며, 그 자체로 공포다!


서윤주는 예전에 프랑스 유학당시 차승조와 결혼식을 올렸다. 물론 혼인신고까진 하지 않았지만 성당에서 식을 올렸기에 두 사람은 부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재벌이었던 차승조는 그녀를 택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 사실을 안 서윤주는 그를 버렸다. 그런데 그 복수를 위해서 차승조는 아르테미스 코리아의 회장이 되어 돌아왔고,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 한세경은 재벌남을 유혹하는 기술을 알려달라고 한다.

 

게다가 차승조는 서윤주가 사는 곳 바로 앞쪽 아파트를 얻었다. 따라서 서윤주는 언제 자신의 과거가 지앤의류 회장인 남편과 오너 일가인 시댁식구들이 알까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다!

 

삶이 끔찍하기는 차승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서윤주에게 버림을 받은 이후, 잠들면 그녀에게 버림 받는 꿈을 꾸었다. 그 탓에 그는 정신병까지 생기고 말았다.

 

그는 복수를 하면 속이 시원해질줄 알았는데 별로 시원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슬픈 상황에서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하는 병자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서윤주는 그를 향해 미성숙하다라고 비수를 꽂는 발언을 하고 만다.

 

그런데 그에게 서광을 비추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꼼짝없이 감옥에 가게 된 소인찬을 위해 자신에게 손편지를 보낸 한세경 때문이었다. 그는 한세경이 한줄 한줄 쓴 편지를 보면서 그 사연에 폭풍감동을 받고 눈물까지 흘린다.

 

그래서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고소를 취하하고, 심지어 소인찬이 내야할 벌금까지 대신 물어준다. 그러나 상황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리 돌아가고 있다. 대학때부터 소중하게 모아온 5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을 한세경이 받기를 거부한다. 소인찬에게 돌려주니, 그는 그 돈으로 자신의 빚중 일부를 갚고 브라질로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공룡이 멸종하듯 순수한 사랑을 간직하고 하루하루 내일을 위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줄 알았던 한세경은 여태까지의 자신의 방식을 버리고 다른 인물이 되려한다. 바로 서윤주처럼!

 


차승조는 서윤주에게 버림받았던 과거 때문에 정신병까지 생겼다. 그랬던 그는 아직까지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한세경을 보고 반해버린 상황이다. 그러나 그 한세경은 '돈' 때문에 여태까지의 삶을 버리고 서윤주처럼 살아가려고 한다. 과거에 차승조를 버렸고, 차승조가 너무나 싫어하는 그 서윤주처럼! 만약 차승조가 나중에 변해버린 한세경을 알게 된다면? 그 자체로 공포가 되어버릴 것이다!


차승조는 서윤주의 반대편에 서 있는 한세경이란 인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지고 있다. 그러나 한세경은 여태까지 자신이 지켜온 소신과 원칙을 모두 버리려 한다. ? 자신의 구질구질한 환경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자신이 꿈꾸는 디자이너가 될 수 없는 현실. 돈 때문에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친구. 감당할 수 없는 대출금 때문에 허덕이는 부모님. 학자금 대출을 아직도 갚지 못한 자신.

 

<청담동 앨리스>는 물론 간간히 웃긴 장면들이 등장한다. 쪼잔한 재벌남을 연기하는 박시후의 모습이 그러하다. 자선을 베풀고 감사인사를 받으면서 행복한 상상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웃기고 유치찬란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끔찍한 현실을 어느 정도 위로하고,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99%의 시청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 백마탄 왕자가 캔디형 여주인공을 구해주는 이야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청담동 앨리스>3화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아니 더욱 더 수렁에 빠지는 99%의 끔찍한 현실을 별다른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모든 공포는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 악몽은 잠에서 깨면 끝이지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면에서 <청담동 앨리스> 3화까지의 장르는 공포물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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