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사랑의 의미를 물은 ‘보고 싶다’

朱雀 2012. 12. 14. 07:00
728x90
반응형



 

어제 보고 싶다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엄청나게 자극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다. 먼저 한정우부터 시작해보자!

 

그는 15살 때 납치를 당하고 자신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해준 이수연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빠져 있다. 겨우 15살에 나이에 집을 나와서 이수연의 어머니인 김명희와 그녀의 수양딸 격인 김은주와 함께 14년을 살아왔다.

 

그가 그렇게 14년을 버틴 것은 이수연을 찾고 싶었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한정우에게 14년의 세월은 보고픈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자, ‘속죄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1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수연은 잊어달라고 부탁했다. ?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우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한정우는 14년 동안 오직 이수연만을 생각하고, 그녀를 위해 김명희를 봉양하면서 살아왔다.

 

허나 자신의 그런 행동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는 행동이 될꺼라곤 생각지 못했다. 잠시 동안 아팠던 그는 이수연을 위해 기꺼이 잊어주는 길을 택한다. 물론 그는 술잔에 손가락을 넣다 뺐다는 장난을 하면서 이수연을 그리고, 이수연의 집에 살면서 그녀를 매우 그리지만,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게 말이 쉽지 보통 어려운 사랑인가?

 

두 번째로 김명희를 보자! 그녀는 14년전에 사랑하는 딸 이수연을 잃었다. 그녀는 폭력전과가 있는 남편을 만나서 평생을 힘들게 살았다. 자신의 딸이 아버지의 폭력아래서 신음하는데도 자신도 맞을까봐 나서지 못한, 어떤 면에선 비겁한 엄마다.

 

그러나 그녀는 딸을 잃고 나서 바뀌었다. 범인을 찾아가서 살아만 있다고 이야기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자신을 받아준 김형사의 딸인 김은주를 친딸처럼 키웠다. 그건 김형사가 자신의 딸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속죄였다.

 

그녀는 14년만에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수연에 대해 몹시나 미안하고 안타까워한다. 처음엔 자신을 모른척하는 조이를 힐끔힐끔 보더니, 나중엔 그녀의 버릇을 통해 누군지 알아낸다.

 

그러나 이수연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자, 즉각 집에서 나와버린다. ? 이수연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딸로 돌아온다면 고통스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자, 기꺼이 자신이 잊는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딸인 이수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다. 14년 동안 이수연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 한정우를 자신의 아들처럼 여기는 정많은 인물이다. 자신과 피가 한 방울도 안 섞인, 결혼하지도 않은 김형사의 딸 김은주를 친딸처럼 여기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이수연을 한정우가 알게 되면 상처받을까봐, 그를 원래 집으로 되돌려 보내려 한다. 김은주가 죽은 아빠대신으로 한정우를 여기고 있어서 반발하자, ‘내가 잘할테니까 한정우는 보내주자라고 눈물로 호소할 정도로 모성애가 넘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수연이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 찾아와서 주변에 비밀로 하고 둘이서만 몰래 만나자라는 제의에 한정우가 친아들이라며 거절하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대단하게 여겨졌다.

 

14년만에 찾은 딸도 딸이지만, 그녀를 14년 동안 한결같이 찾아오고 자기희생을 한 한정우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 씀씀이는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수연의 사랑 역시 고민스럽게 만든다. 그녀는 강형준의 거짓말 때문에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잊고 살아왔다.

 

그러나 어머니를 찾아와서 밝혔듯이 그녀는 미워하면서 보고 싶어했고, 옷을 만들면서도 보고 싶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찰서에서 엄마와 한정우의 대화를 듣고 그들이 14년동안 자신을 그리워하며 사방팔방으로 찾아다니면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

 

사랑은 무엇일까? 우린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간의 불같은 사랑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랑엔 여러 종류가 있다. 모성애처럼 자신의 자식에게 끝없는 사랑을 베푸는 경우도 있고, 남녀간의 애정처럼 불타는 관계도 있다.

 

흔히 남녀간의 사랑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보고 싶다>에서 한정우가 보여주는 사랑은 자신을 위해 희생적이었던 이수연을 보고 배워서인지, 끝없이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4년동안 그리워해서 너무나 보고 싶지만, 그녀가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자, 죽을만큼 힘들지만 일부러 모른척해주는 그 모습은 얼마 안되는 재산 때문에 이혼도 불사하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오늘날의 세태에서 신선한 충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보고 싶다>에선 강형준처럼 이수연에게 끝없이 집착하거나, 죽은 딸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자신의 손으로 단죄하는 청소부아줌마의 모습처럼 뒤틀린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사랑의 다른 형태일 것이다. 인간이 가진 감정중에 가장 강력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지독한 것. 그건 아마도 사랑이지 않을까? <보고 싶다> 12회에선 그런 사랑의 지독한 면들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여겨진다.

728x90
반응형